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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앱 리뷰' 보고 주문? 당신은 치밀하게 낚였다

[주장] 코로나보다 더 무서운 고객리뷰... 배달 앱사, 자영업자 위해 방지책 마련해야

등록 2021.03.07 12:01수정 2021.03.07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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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우리 일상에 자리 잡은 '배달 앱'.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라는 속담을 가벼이 여기지 않았던 그들은 '무료 광고'란 사탕발림으로 자영업자 등에 슬며시 업혔다.

그리고 이제 등이 아닌 어깨 위에 알록달록한 광대 복장으로 걸터앉아 목마를 타며, 한 손은 자영업자의 상투를 틀어쥐고 다른 한 손은 대중을 향해 덩실거리며 그들의 시선을 빼앗고 있다.

빛이 강할수록 그림자가 더 짙어진다는 말처럼, '배달 앱'사들의 눈부신 성장에 필연적으로 동반된 부작용들이 결국 문제를 발생시켰다.

쉽게 표현해 자영업자의 상투를 너무 강하게 비틀어 쥐다 보니, 그들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온 것. 물론 어깨 위 그 광대는 안 떨어지려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하지만 말이다.

현재 대표적인 '배달 앱' 개발사인 '배달의 민족'이 드디어 협상 테이블에 나와 자영업자를 대표하는 단체와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협상의 핵심은 당연히 '수수료' 즉, '돈'이다. 그런데 자영업자 관점에서 부담스러운 건 비용만이 아니다. 그에 버금가는 문제가 바로 배달 앱에 올라오는 '고객 리뷰'이다.
  
배달 앱 '리뷰'에 전전긍긍, 결국 리뷰 업체 손까지 
  

리뷰 하나가 그 가게를 망하게 할 수도 있다. ⓒ 권성훈

 
위 사진 중 왼쪽은 어느 배달전문점의 배달 앱에 올라온 리뷰와 사장 댓글이다. 해당 리뷰는 가게가 개점한 지 며칠 되지 않은 시점에 올라왔다. 막 오픈한 가게의 사장은 '리뷰' 하나하나에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이때 '리뷰'와 '평점'이 향후 가게의 흥망을 결정짓기 때문이다.

오른쪽 자료는 그 가게의 일자별 주문 데이터이다. 유심히 보면 주문 숫자가 두 자리에서 한 자리로 줄어든 것을 볼 수 있다. '악성 리뷰'가 올라온 다음 날이다.

이 단편적 데이터만으로도 '악성 리뷰'가 끼치는 해악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으리라 본다. 이러니 외식 자영업자는 배달 앱의 리뷰에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다.
  

감탄스러운 아이디어다. ⓒ 권성훈

 
결국 자영업자들은 위 사진처럼 꼼수를 쓰기 시작했다. 


배달 앱에 입점한 가게라면 이제는 필수인 '리뷰 서비스'(좋은 리뷰와 별점을 부탁하며 고객에게 주는 서비스)를 넘어 5점 만점 리뷰를 가게가 정한 횟수만큼 달면 선물을 주기로 한 것. 예전에 쿠폰 10장을 모으면 서비스를 주듯이 말이다. 정말 감탄스러운 아이디어다.

상황이 이러하니 배달 앱에 입점한 사장들의 노력은 점입가경이다. 별점을 높이기 위해 또는 별점의 하락을 막기 위해 필사적일 수밖에 없는 이들을 노린 '리뷰 조작' 업체까지 등장했다.

이제 배달 앱을 이용하는 가게들 사이에서 업체 이용은 진지하게 고려해야 하는 옵션이 되었다. 이쯤 되면 여러분이 보는 '리뷰'는 조작되었을 가능성이 상당하다.

심지어 고객들의 리뷰에 응답하는 '사장님 댓글' 조차 업자의 손길을 거쳤을 가능성이 있다. 장시간 고된 노동에 시달리는 사장들의 노고를 덜어주기 위해 그 댓글조차 대행해주는 서비스가 등장한 것이다. (1년에 80만 원이라고 한다.)

즉, 여러분이 보는 상냥하고 매너 넘치는 사장의 댓글은 전문 업체가 저쪽 경쟁 업체에 남겼던 글을 'Ctrl+c'(복사) 하여 이쪽 업체에 'Ctrl+v'(붙여넣기) 한 글일 가능성도 있다는 이야기다.
   
사돈의 팔촌까지 동원한 '리뷰 밀어내기'
 

유명 브랜드일수록 별점이 낮다. 별점/리뷰가 과연 그 가게의 퀄리티일까? ⓒ 권성훈

 
위의 캡처 사진을 보자, 어느 '유명 브랜드'들의 가맹점 별점이다. 어떤가? 4.9도 아닌 '4.6', '4.5'다. 이 바닥에서는 이런 점수를 일반 외식 자영업자가 받았다면, 사형선고를 받은 것과 같다.

그런데 유명 브랜드들의 가맹점들은 이런 별점이 드물지 않다. 이런데도 매출은 일반 가게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한마디로 '리뷰, 별점'과 '매출'이 따로 놀고 있는 거다.

이게 무슨 일일까? 대형 브랜드들은 얼마 전까지 배달 앱의 리뷰(별점 관리)에 무심했다. 자신들의 높은 브랜드 인지도와 충성심 강한 고객들 덕분이었다. 그래서 2~3년 전만 해도 이들은 배달 앱에 비중을 두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배달 앱에 입점한 유명 브랜드 가맹점의 별점은 바닥이었고, 리뷰 공간은 '악플러'들의 놀이터 같았다.

그런데 배달의 민족 등 배달 앱이 시장을 장악하자 유명 브랜드들도 '리뷰 조공'을 시작하며 관리에 나섰다. 상황이 이러하니 인지도 없는 브랜드나 동네의 작은 가게들은 별점이 '4.9' 이하로 떨어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조공'을 받치고 '할인'을 하고 고육지책에 가까운 '배달비 면제'까지 한다. 혹시라도 '악성 후기'가 달리면 그 후기를 스마트폰 화면 밖으로 밀어내기 위해 사돈의 팔촌까지 동원해 다량의 '리뷰'를 올리며 리뷰 밀어내기를 한다. 그럼에도 이들의 노력은 5점 만점에 4.9가 부족하다.

배달 앱의 진짜 고객은 외식 자영업자
  
배달 앱의 '리뷰'는 '취식 후기'다. 즉, '먹어보니 어떻다'라는 자신의 느낌을 올리는 것이다. 언뜻 '리뷰'가 배달 앱에서 꼭 필요한 항목처럼 보인다. 해당 음식점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배달 앱의 기능이니 이용자의 후기를 올리는 것이 어쩌면 당연해 보일 수 있다. 그런데 '배달 앱'의 탄생 배경을 보면 이건 좀 어폐가 있다.

배달 앱의 진짜 고객은 외식 자영업자다. 즉, 외식 자영업자가 자신의 메뉴와 전화번호, 위치를 예전에 일명 '찌라시'라 불리는 전단을 이용하여 홍보했던 것을, 매우 저렴한 가격에 -처음에는 공짜였다- 스마트폰 화면에 올려 주겠다며 자영업자를 유혹한 것이 바로 지금 '배달 앱'인 것이다.

그러니까 '배달의 민족'을 대표로 하는 배달 앱사는 자영업자를 위해 존재하는 일개 광고사였던 것이다. 그런데 이게 점점 이상해진 거다. 이제는 리뷰를 넘어 별점이란 점수로 평가하게 하고 한술 더 떠 '맛집 랭킹'까지 만들었다.

지금 이 상황이 어느 정도로 비정상적인가 하면 상위의 소수 점포 몇몇을 제외한 대부분 점포는 내 돈 내고 '내 가게는 평범합니다. 아니 어쩌면 그 이하일 수도 있습니다'라고 광고하는 꼴이다.

자영업자가 가게 홍보에 써달라고 준 쌈짓돈으로 그들은 TV와 같은 대형매체에 자신들 회사를 광고하고, 대중에는 외식 자영업자에 대한 '컨슈머 리포트'를 제공한 것이다. 정말 뻔뻔하지 않은가?

배달 앱 리뷰의 역기능과 부작용은 일명 '맘스카페'라 불리는 지역 인터넷 커뮤니티의 사례로 충분히 예상 가능했다. 동네 음식점, 병원, 카센터 등 주변 가게들에 대한 주민들의 리뷰는 언젠가부터 권력의 도구로 변질되었다. 카페 내 열혈 회원들 사이에서 '우리가 동네 가게 한두 개 정도는 망하게 할 수도 흥하게 할 수도 있다'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왔다.

결국 이 문제가 뉴스에 나올 정도로 화두가 되자 카페 내 특정 가게의 상호를 언급한 비방성 리뷰가 사라졌다. 배달의 민족과 같은 배달 앱 기업들은 맘스카페의 악성후기 사건을 충분히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매력적인 '호객' 도구를 기업들이 포기할 리 없다. 

가뜩이나 코로나 재난으로 곤경에 처한 외식 자영업자들은 오늘도 인터넷 포털을 달군 '선 넘은 리뷰테러' 기사의 제목처럼 나쁜 리뷰가 달릴까 염려하며 가게 문을 열고 있다.
#리뷰 #배달 앱 #배민 #배달 음식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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