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노동자 모두의 안전과 건강이 '당연'한 그런 세상

[청소년 노동안전보건 공모전 수상자 기획인터뷰] 영상/영화 부문 이은진, 장민지, 최수미, 손나연

등록 2021.03.08 18:11수정 2021.03.08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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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2020년에 이어 올해 ‘제 2회 청소년 노동안전보건 콘텐츠 공모전’을 개최했다. 한노보연은 오랫동안 직업계고 현장실습 문제와 실습실 환경을 중심으로 청소년 노동과 관련된 다양한 연대활동, 교육사업을 진행해 왔다. 2019년부터는, 일하는 청소년들이 안전, 건강 문제를 경험하고 있지만 제대로 문제가 드러나거나 해결되지 않는 원인으로 청소년들에게 노동안전보건과 관련된 각종 정보들이 부재하거나 파편화된 방식으로 주어져 있다는 고민 속에서 ‘알권리’ ‘청소년 노동 플랫폼’ 등을 주제로 연구모임, 토론회 등을 개최해왔다.

본 공모전은 ‘청소년 노동자의 안전, 건강 문제와 알권리’라는 주제를 가지고 2021년 1월 한 달 동안 ‘영상/영화’ ‘에세이/소설’ ‘카드뉴스/웹포스터’ 세 가지 부문에서 작품을 접수받았고, 연속 기사를 통해서 수상자들의 인터뷰를 담았다.[기자말]
당연하다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것들이 흔들린 지난 한 해였다. 낙관할 수 없는 미래가 우리를 기다리고, 불안과 무력만이 남은 듯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지치지도 않고 씩씩하게 '고민'하고, '포기하지 않는' 이들이 있다.

지난 2월 25일, 제2회 청소년 노동안전보건콘텐츠 공모전 영상/영화 부문 수상자 팀 세 사람(이은진, 장민지, 최수미)과 손나연을 만났다. 여의치 않은 상황 탓에 온라인과 서면으로 대체했지만 일기장에 꾹꾹 눌러 썼던 억울함을, 친구들끼리 털어놓던 하소연을, 현실을 마주한 뒤로 생긴 고민과 소망으로 가득 찬 시간이었다. 청소년이자 동시에 노동자인 그들이 말하는 '청소년 노동'의 오늘과 미래를 들어보자.

'청소년 노동'이라는 일상

- 2회 청소년 노동안전보건콘텐츠 공모전 주제는 '청소년 노동자의 알권리'였다. 평소 해당 주제에 관심이 있었나? 있었다면 어떤 계기로 관심을 기울이게 됐나. 
손나연: 고등학교 2학년 때 '정치와 법' 수업에서 청소년 노동을 다뤘다. 그 수업을 통해 처음으로 청소년 노동자가 겪는 현실을 알게 됐다. 그 이후로 일하는 청소년이 침해받는 노동 인권에 관심을 가져왔다.

장민지: 아무래도 나를 포함해 주변 친구들 모두 '청소년 노동'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에 공모전의 주제가 일상의 주제이기도 했다. 친구들끼리 이것저것 이야기하고 고민 상담도 하고 그렇지 않나. 우리도 평소에 어떤 아르바이트를 하는지, 오늘 일하면서 뭐가 힘들었는지 등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겪는 일들에 대해 서로 털어놓는 편이다. 우리의 고민과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청소년 노동자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영상을 제작했다.

이은진: 첫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며, 인터넷으로 '청소년 아르바이트'를 검색해봤다. 그때 최저시급은 어른이나 청소년이나 할 것 없이 똑같이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본 아르바이트 공고가 근로기준법을 지키는지 아닌지를 비교해보기도 했는데, 대부분의 공고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고 있지 않았다.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것들도 도움이 됐지만, 일하다 보면 생기는 수많은 궁금증을 해소하기는 쉽지 않아서 아쉬웠다. 이러한 아쉬움이 '청소년 노동자의 알권리'라는 주제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 친구들과 아르바이트를 주제로 한 이야기가 궁금하다. 그때 가장 많이 언급된 어려운 점이나 고민이 있다면.
최수미: 최저시급이나 휴게시간 등 여러 문제가 많았지만, 일하다 요구받는 감정노동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가 만든 영상에서 나오듯이 톤도 높이고, 더 많이 웃기를 요구받는 일도 힘들지만, 손님을 응대하면서 발생하는 감정노동이 특히 힘들었다. 계산하면서 손님이 돈을 던진 일이 있었는데, 화는커녕 날아간 돈을 주워서 아무렇지 않게 계산해야만 했다.    
 

단편영화 에서 주인공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주유소. ⓒ 손나연

 
본인이 경험하거나 주변에서 목격한 '청소년 노동'의 모습이 궁금하다. 그리고 이와 관련된 노동문제가 있었다면?
손나연: 위험 상황에 대비해 방범용으로 사용돼야 할 CCTV가 청소년 노동자의 행동 하나하나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목적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나이를 이유로 정당한 임금을 주지 않는 경우도 다반사다. 더 심각한 문제는 청소년 노동자 대부분이 노동자 권리를 침해받는 여러 상황에 대한 대처법을 모르고 지나가는 일이 흔하다는 것이다.


이은진: 일하던 식당에는 정식 직원과 청소년 노동자가 함께 일했는데, 식당의 직원들이 쉬는 공간은 마련돼 있었다. 하지만 청소년 노동자들은 식당 내의 휴식실을 사용할 수 없었다. 공고에도 언급된 바가 없었고, 문제를 제기하기도 어려워서, 그냥 참고 일할 수밖에 없었다. 이외에도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친구들의 경우, 대부분 최저임금을 받지 못한다고 들었다.

최수미: 근무일과 근로계약기간을 담은 표준근로계약서를 작성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사전에 공지하지 않고, 가게가 바쁘니 당일에 바로 일을 나오라고 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해고도 마찬가지로 아무런 예고 없이 당일 통보로 이뤄졌다.

- 영상·영화라는 장르로 '청소년 노동자의 일권리'라는 중첩적인 주제를 구현해내는 게 쉽지만은 않았을 거 같다. 작품을 만들면서 어렵거나 고민이었던 부분이 있었다면. 
손나연: 코로나 상황에 따른 여러 어려움이 있었다. 무엇보다 장소 섭외 문제가 컸고, 이외에도 마스크 때문에 표현에 제한이 있는 상태에서 우리가 의도한 바를 잘 드러낼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컸다.

장민지: 넣고 싶은 장면은 많은데, 어떤 것은 부각하고 어떤 것은 추려낼지 선정하는 작업이 힘들었다. 주인공이 인터넷에 자신이 겪은 부당한 대우에 대해서 글을 올리자, '원래 다 그런 거 아니냐', '나도 그렇지만 참고 일한다'는 식의 댓글이 달린다. 나와 친구들 모두의 실제 경험담이기도 하고, 청소년 노동자가 처한 현실을 가장 잘 드러내 주는 대목이라 생각해서 해당 장면을 중심으로 영상을 기획했다.
 
이은진:
이번에 연기라는 걸 처음 해봤다. (웃음) 어떻게 해야 자연스럽고 부담스럽지 않게 말할 수 있을지 많이 고민했다. 아나운서 역할을 맡았는데, 보도 장면에서 많은 대사를 한 번에 말해야 하는 게 특히 어려웠다. 편집도 처음 해본 일이어서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나와 수미에게 편집을 알려주는 역할까지 맡은 미지의 수고가 컸다.  
 

팀 세사람의 영상 편집 작업이 한창이다 ⓒ 이은진, 장민지, 최수미


모두가 청소년 노동을 '더 많이' 그리고 '더 깊게' 알길

- 청소년 노동'과 관련해 앞으로 발전시키고 싶은 계획이 있다면. 
손나연: 평소 영상에 관심이 많다. 청소년 노동의 현실이나, 청소년을 위한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말하는 영상을 제작해보고 싶다.

장민지: 청소년 노동자 당사자 대부분이 자신의 노동권에 대해 무지하다. 제대로 된 노동 인권 교육이 부재한 이유도 있고, 마땅히 물어볼 곳도 마땅찮기 때문이다. 내가 겪은 현실과 답답함을 참고해 청소년 노동자의 알권리를 위한 어플을 만들어 보고 싶다. 일하는 곳이 근로기준법을 준수하고 있는지 직접 확인해보는 체크리스트를 마련하고, 항목마다 이런 게 왜 필요한지 알려주는 자료를 제공하고, 부당대우에 대처할 때 도움을 얻을 수 있는 기관과 바로 연결할 수 있는 기능을 담고 싶다. 이런 어플이 생긴다면, 일하는 청소년이 언제든지 간편하게 노동자의 알권리에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최수미: 얼마 후면 신입생이 된다. 대학생이 되면 동아리 활동을 꼭 하고 싶었는데, 찾아보니 노동과 관련된 동아리가 있었다. 여기에서 활동하며 노동 권리나 노동자 건강권 등 노동이라는 주제 전반에 대해 배우고 싶다. 그리고 배우고 알게 된 것들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려주는 활동으로까지 이어나가고 싶다.

- 노동자가 안전하고 건강한 세상이 되기 위해서는 (     )이 반드시 필요하다'라는 문장의 빈칸에 들어갈 것을 꼽아본다면. 선정 이유도 궁금하다. 
손나연: 차별 없는 시선. 우리 사회에서는 나이, 성별, 신체적 한계 등을 이유로 너무나 손쉽게 차별을 일삼고 있고, 이는 노동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모든 노동자가 어떠한 이유로도 차별받지 않는 세상이 안전하고 건강한 세상이라 생각한다.

최수미: 모두의 관심. 노동자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해도, 그 누구도 들어주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노동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남의 일이 아닌 내 일처럼 관심을 기울이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 공모전을 통해 얻게 된 것들이 있다면.
손나연: 여태껏 미처 알지 못했던 청소년 노동의 많은 것을 보고 배운 시간이었다. 작품을 만들면서 청소년 노동자가 겪는 현실과 문제를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고민이 많았는데, 예상치 못하게 수상까지 하게 되어 굉장히 뿌듯하다.

이은진: 청소년 노동의 현실에 대해 내가 겪고 들은 것보다 더 많이, 더 깊게 알게 됐다. 덕분에 주변의 누군가가 모르는 것을 물어보거나,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기쁘다.

최수미: 청소년 노동자가 처한 현실이 예상보다 훨씬 더 열악하다는 것을 알게 된 기회였다. 앞으로는 일하는 청소년 누구도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는, 그런 당연한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본 인터뷰는 '제2회 청소년 노동안전보건 콘텐츠 공모전' 수상자와의 인터뷰를 정리한 기사입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한재영 님이 작성하셨습니다.
#청소년노동 #노동안전보건 #노동자 건강권 #노동자 알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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