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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 딸기밭에서 만난 청년 농부들의 최종 목표

두 친구의 우정만큼 무르익어가는 딸기 농사... "인공 태양으로 식물 키우고파"

등록 2021.03.10 19:41수정 2021.03.10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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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이 길목 과일의 강자는 딸기였다. 봄빛이 아른아른하고 몸이 나긋나긋해지는 오후에 몇 개만 먹어도 온몸의 세포가 되살아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과일이다. 생긴 모습도 귀엽고 예쁘게 생겨서 보기만 해도 피로가 풀린 것 같은 과일이다. 딸기는 봄날의 비타민이다.


최근 우리나라 딸기가 외국에서 비싼 값에 팔리고 있다는 뉴스를 보았다. 우리나라는 딸기 재배의 강국이며 딸기가 수출 효자 품목이라고 했다. 외국에서는 우리나라 딸기를 우리가 아열대 과일을 동경하듯이 그렇게 대하는 모양이다.

비닐하우스 농법의 발달은 우리 농업계에 변혁을 가져왔다. 지금은 하우스에서 재배되지 않는 것이 없을 정도로 단점보다 장점이 많은 것이 하우스 농업이다. 딸기는 이제 거의 노지에서 재배되지 않는 품목이 된 것 같았다. 하우스 농업은 이제 스마트 팜으로 진화해서 농업에 혁신적인 시도를 불러오고 있는 중이다.

부여 딸기 밭에서 만난 두 청년들
 

오아람, 김영웅 두 청년 농부의 도전 직접 재배하고 있는 청년들의 꿈이 자라고 있는 딸기 밭 ⓒ 오창경

 
스마트 팜에 스마트한 청년들이 몰려들고 있다고 했다. 스마트 환경에서 성장한 청년들이 우리나라 농업에도 새바람을 불러오고 있다. 이번에는 딸기 밭이다. 남다르고 특이한 이력을 지닌 청년들이 농부의 미래를 꿈꾸고 있다고 했다.

딸기 밭에는 하얀 딸기 꽃이 야생화처럼 피어 있었고 빨갛게 익어가는 딸기가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딸기 이파리까지 한 움큼을 잡아 뜯어서 입안에 넣고 우걱우걱 씹으면 입 안 가득 달콤한 과즙이 고일 것처럼 먹음직스러운 딸기들이었다. 딸기를 생산하는 공장에 온 것처럼 정갈하고 싱그러운 딸기하우스였다.
 

청년 농부들의 딸기 밭 선반을 설치해 딸기를 재배하는데 최적화된 시설을 갖추었다. ⓒ 오창경

 
딸기 밭에는 손이 얼마나 갔는지 누런 이파리 하나 보이지 않았고 딸기의 모양이 표준적이고 고른 모양이었다. 농부의 발소리를 제대로 듣고 자란 딸기 밭이었다. 이런 딸기 밭에는 밀짚모자에 장화를 신은 투박하고 거친 농부의 모습이 딸기 잎 너머로 나타나야 했다.

차도남과 선비 같은 풍모를 지닌 머슴애들이 소양강 처녀처럼 수줍게 딸기 속에서 걸어 나왔다. 싱그러운 푸른 내음이 풀풀 풍기는 청년들이었다. 어쩌다가 딸기를 따는 청년들이 되었을까?


단역 배우 등으로 활동하며 모델을 꿈꾸던 청년은 고교 동문인 카이스트 기계공학도 출신인 친구가 농업인으로 살자는 꼬임에 넘어갔다고 했다. 친구를 따라 얼떨결에 귀농했다는 오아람(31) 청년은 딸기 밭을 런웨이 삼아 누비고 있었다. 두 친구는 도시의 치열한 생존 경쟁의 현장을 벗어나 새로운 야생의 땅에 깃발을 꽂기로 의기투합했다.

"도시의 라이프 스타일에 익숙하실 텐데 시골살이가 힘들지 않으세요?"
"저는 별 다를 것이 없어요. 회사와 집만 오가는 생활을 하다가 귀농을 했으니 여기서도 농장과 집만을 오가는 생활로 바뀌었을 뿐이죠."


농부가 아니라 학자 같은 스타일의 농부 김영웅(31) 청년이었다.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자신만의 일을 해보고 싶어서 농업을 선택했다고. 농업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세계를 찾아보고 싶다고 했다.

"시골에서는 배달을 이용할 수 없는 것에 처음엔 불편했지만 이제 적응하고 있어요."

청년들이 재배하는 스마트팜 한쪽에는 딸기를 포장하는 공간이 따로 있었다. 하우스 안에는 딸기 생장에 맞는 온도가 설정되어 있고, 포장하는 곳은 따로 냉장 온도를 유지하는 곳이었다.
 

먹음직스러운 딸기 딸기 꽃과 딸기 ⓒ 오창경


그런데 딸기를 포장하는 박스가 특이했다. 직접 디자인 했다는 종이 박스를 사용하고 있었다. 딸기 한 알 한 알을 계란판처럼 만든 틀에 정성스럽게 담아서 직거래를 하고 있었다.

청년들의 딸기는 사회관계망 서비스와 지인 찬스를 이용해서 주문을 받고 있다. 입소문이 나서 당일에 거의 팔려나간다고 한다. 청년들은 딸기 재배를 시작하면서 브랜드부터 만들고 포장 디자인까지 직접 하는 열정을 쏟아냈다.

"딸기는 택배로 보내기가 쉽지 않지만 저희는 지금까지 배송 사고 한 번 없이 잘 나가고 있어요."

사회관계망서비스 관리와 포장, 판매 등은 오아람 청년이 맡고, 딸기를 재배하고 생육 환경을 조성하는 기계 장치들의 관리는 김영웅 청년이 맡아 하고 있다. 이들 딸기 농부의 라이프가 스마트 팜에서 딸기와 함께 자라고 있다.

부여 기술센터, 귀농 꿈꾸는 청년들을 위해 농장 임대
 

청년들의 스마트 팜 두 청년들의 딸기와 함께 꿈이 자라고 있는 딸기 농장 ⓒ 오창경

 
귀농을 꿈꾸는 청년들을 위해 부여 기술센터에서는 시설이 갖춰진 하우스를 저렴한 비용으로 임대를 해준다. 시골살이에 익숙하지 않은 청년들이 일단 시험적으로 농사를 배우고 실패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선배 농가들까지 연계해주는 서비스까지 제공해준다고 한다.

"올해 첫 농사라서 서툴다 보니 딸기를 심는 시기가 늦어져서 이제 딸기를 따기 시작했어요. 첫해 수확으로는 이 정도면 만족해요. 올해는 딸기 농법을 익히고 우리 딸기 브랜드를 알리는 것이면 충분해요."

딸기는 '설향'이라는 품종으로, 병충해에 강하고 재배하기 쉬운 것으로 선택했다. 국내에서 품종을 개발한 것으로 전국적으로 가장 많이 재배되는 품종이다. 새내기 농부들의 첫 도전으로 적합한 것이다.

딸기농사만으로는 뭔가 성에 차지 않을 포부가 있을 것 같았지만 속내를 물어보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자본과 열정, 습득하기 쉬운 기술력만 있으면 누구에게나 쉽게 열리는 딸기 농업에만 몰두할 청년들로도 보이지 않았다. 야무진 목표를 딸기 하우스 어디엔가 장착하고 있을 것 같아서 농장을 둘러보며 질문을 던져 보았다.

"꿈이 여기까지는 아닐 것 같고 최종적으로 도달하고 싶은 곳은 어디인가요?"
"집에서 인공 태양으로 식물을 키우는 실험을 하고 있어요. 지금 딸기 재배하는 것은 제가 목표로 하는 식물을 공장식으로 생산하는 식물 공장으로 진입하기 위한 징검다리인 거죠."


과연 과학도다운 김영웅 청년의 발상이었다. 그동안 해 온 실험으로 실현 가능성을 검증했다는 청년이었다. 보통은 재배한 작물을 이용한 식품 가공업으로 농업의 활로를 모색하겠다고 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청년은 과학에 기반을 둔 농업의 미래를 설계하고 있었다.

한 마디로 청년들은 벤처 농업인이었다. '벤처'라는 용어가 농업에 이렇게 적용되기도 한다는 것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두 청년은 사람들이 가지 않는 길을 농업에서 찾아서 벤처 영농에 뛰어든 것이었다.

청년들이 스타트업에 몰려들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농업은 아직 파고들 분야가 많은, 스타트업의 기회가 많은 곳임을 이 청년들은 미리 알고 시작한 것이었다. 부여에 정착해서 딸기 밭 벤처를 실현하고 있는 두 청년 농부에게 아낌없는 응원이 필요하다.
#청년농부 #농업벤처 #스마트팜 딸기 #달:음 딸기 #부여 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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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부여의 시골 마을에 살고 있습니다. 조근조근하게 낮은 목소리로 재미있는 시골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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