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1등 당첨자가 7명 나온 판매점을 운영하는 이두성 씨는 "복권에 과도하게 몰입하는 건 좋지 않다"고 충고한다.
홍성식
- 육거리에서 가게를 한 건 언제부터인가.
"난 1953년생이다. 이 위치에서 할아버지 때부터 가게를 운영했다. 내가 이어받아서 한 것도 40년에 가깝다."
-로또 판매점을 시작한 시기는?
"로또복권 판매가 시작된 게 2002년 12월이다. 기획재정부 산하 복권위원회가 로또복권 사업을 시작한 지 20년에 가깝다. 1회가 시작될 즈음 판매점 모집을 대행하던 회사가 찾아와 판매점을 해보라고 권했다. 우리 가게 위치가 좋아서였을 것이다.
이전에 스포츠토토복권 판매점 제의가 있었을 때는 구매자들이 어렵게 생각할 듯해 하지 않았다. 하지만, 로또는 게임 방법이 간단하고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아 제의에 응했다. 로또복권이 처음 시작됐을 때 포항엔 판매점이 대략 50개쯤이었다."
- 같은 자리에서 오래 가게를 운영했는데.
"조부에 이어 아버지가 담배와 잡화 등을 판매하는 육거리상회를 운영했다. 내가 포항제철에 근무하다가 30대에 가게를 이어받았으니 3대째 장사를 하고 있는 셈이다. 로또 판매점을 하기 전에는 슈퍼마켓을 했다. 예전엔 이 근처에 큰 극장이 있었고, 거기서 예비군·민방위 교육, 공무원 관련 강연 등이 열려 오가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지금처럼 24시간 편의점이 많이 생기기 전엔 장사가 꽤 잘됐다."
- 첫 번째 로또복권 1등 당첨자가 나온 날은 어떤 기분이었나.
"119회 때다. 그때 나는 등산 중이어서 우리 가게에서 1등이 나왔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 다만, 당첨자가 나오기 전날 아내가 '금반지가 내 눈앞에서 반짝이는 꿈을 꾸었어요'라고 하는 이야길 들었다. 복권 판매점을 시작한지 대략 2년쯤 지나서 첫 번째 로또 1등 당첨자가 나온 것이다."
- 로또복권 추첨 초기에는 판매점에도 장려금을 줬다고 들었다.
"초창기 때는 그랬다. 내가 기억하기로 1등 당첨자가 나온 판매점에 장려금 5천만 원을 줬다. 그러다가 그게 2천만 원으로 내려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장려금 제도는 사라졌다. 나는 장려금은 받은 적이 없다."
- 이 가게에서 로또 당첨자가 많이 나왔다. 주위에선 어떤 반응인가.
"1·2등 당첨자가 포항에서는 가장 많이 나온 것으로 안다. 대구·경북 전체로 봐도 15번 정도 1등이 나온 대구의 한 판매점과 10여 차례 가까이 1등 당첨자를 낸 경주의 한 판매점 등과 더불어 우리 가게가 다섯 손가락 안에는 든다.
몇 해 전 역학(易學)을 공부하는 분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포항 육거리가 동빈대교와 서산터널의 가운데 위치해 좋은 기운이 자유로이 오갈 수 있는 지역이라고 했다. 거기에 바로 건너편에 오래전부터 금융기관(은행) 자리해 있다. 그게 로또 1등 당첨자가 나온 비결이라면 비결 아닐까싶다(웃음). 선대(先代)로부터 좋은 땅의 가게를 물려받았으니 앞으로도 정직하고 성실하게 장사를 해나가야겠다는 생각이다."
- 가장 기억에 남는 1등 당첨자는 누구인가.
"428회 추첨 때 나온 우리 가게 4번째 1등 당첨자다. 인터넷으로 당첨 결과를 확인해 본 후 한 번 더 재차 확인하기 위해 가게를 찾아왔다. 그때 '이 가게에서 큰 행운을 얻었으니 선물을 하고 싶다'고 했다. 일주일 후쯤 큼직한 택배 상자가 하나 도착했다. 거기엔 한우와 대게가 160만 원어치나 들어있었다. 나와 아내만 먹기가 그래서 동네 주민들과 함께 나눠 먹었다.
그 당첨자는 현재 60대인데 지금도 인연이 이어져 우리 가게에서 가끔 로또복권을 구입하곤 한다. 최근 939회 추첨의 1등 당첨자는 포항의 한 회사 직원인데, 찾아와서 인사를 전했다. 이게 쉽지 않은 일인데, 자신에게 찾아온 행운에 고마움을 전하는 그들의 마음 씀씀이에 나 역시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내가 1등 당첨? 기부도 조금 더 많이 하고, 좋은 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