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끝나기 전에 세종보라도 해체하십시오

[주장] 3월 22일 '세계 물의 날' 맞아 문재인 정부에 보내는 '4대강 보 해체' 제언

등록 2021.03.22 09:44수정 2021.03.22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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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8일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가 금강-영산강 보 처리 방안을 심의·의결했다. 백제보와 송촌보는 상시개방, 세종보와 죽산보는 해체, 공주보는 부분해체로 결론내렸다. 이명박 정권이 3년 만에 완공시킨 4대강 사업이다. 그리고 4대강 사업 때 지은 보 해체 결정도 3년이 좀 넘게 걸렸다.

2017년 문재인 정부는 4대강 사업 보 해체를 결정하겠다고 한 뒤 그해 11월 처음 4대강 수문을 열었다. 수문이 열린 지 3년 2개월이 지나서야 드디어 결정이 났다.

언제 보 해체를 위한 첫삽을 뜰 지는 또 다시 미지수로 남았다. 물관리위원회가 보 해체 시기를 특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정 내용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지역주민 등의 협의해 결정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이로서 문재인 정부가 공약으로 내놓았던 '4대강 재자연화 공약' 이행은 임기 안에 시행하기는 어려워졌다. 공약 이행에 실패한 것이다. 

물관리위원회 이번 결정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미 지난 3년간 수차례 지방정부와 지역주민들의 협의가 있었다. 심지어 자치단체장이 물관리위원회의 구성원이다. 국가물관리위원회 논의 과정에 지방정부의 의견은 충분히 반영된 것이다. 그런데 다시 지방정부의 의견을 들으라니, 돌림노래도 아니고 이게 무슨 말인가. 따라서 지역의 환경단체는 보 해체 시기 등을 확정해 공약을 이해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공약 이행 실패에 주역은 역시 환경부다. 2018년 4대강조사평가단을 구성해 1년간 수문개방 모니터링을 결정하고 2019년 2월 현재 물관리위원회의 결정 그대로 환경부에 제시했다. 환경부는 이때 결정을 마무리했어야 했다. 정부는 조사평가단의 제시안을 받아야 했다. 당시 환경부는 이를 다시 국가물관리위원회에 미뤘다. 

국가물관리위원회는 4대강 조사평가단의 결과를 토대로 결정했어야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물관리위원회는 4대강 조사평가단의 결과를 믿지 않고 다시 결정을 위한 조사와 분석을 진행했다. 환경부는 별도의 설문을 다시 진행했다. 4대강 조사평가단에서 이미 설문조사를 진행했음에도 여론을 재확인한다는 명분을 제시하며 물관리위원회의 결정을 미뤘다. 설문조사 결과는 공개하지도 않았다. 
 

보 해체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 이경호

 
이런 과정을 통해 결국 4대강 전체도 아닌, 금강과 영산강의 보 처리 방안을 물관리위원회가 결정하는 데 약 1년 반이 걸렸다. 4대강 사업 중 가장 많은 비용을 투여한 낙동강과 한강은 수문조차 열지 못하고 있다.  

현 정부는 4대강 사업과 관련해 결정을 꾸준히 미뤄왔다. 금강도 문제지만 4대강으로 인한 재앙이 제일 심각한 낙동강은 아직도 4대강 사업 이후와 달라진 게 없다.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어쨌든 늦게라도 결정됐으니, 이제 다시 해체 계획를 위한 세부계획을 세우고 환경영향평가와 예산을 확보해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결정에만 3년 2개월이 걸렸는데, 세부계획은 얼마나 오래걸릴지 알 수 없다. 환경부는 시급하게 추진할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또 다시 주민들의 의견과 지자체 의견을 수렴하려 들 것이다. 

금강유역물관리위원회가 올린 '지역 여건' 등의 단서조항는 "수년에 걸친 모니터링 데이터를 축적했고, 무엇보다 세종보와 공주보 상시개방으로 드러난 자연성 회복은 보 해체의 당위를 마련했고 수차례에 걸친 지역주민 의견 수렴과 국민의식조사도 마쳤다"고 적시하고 있다. 
 

2020년 진행한 보 해체 퍼포먼스 ⓒ 이경호

 
그럼에도 물관리위원회는 해체 시기도 결정하지 못한 채, 다시 주민과 지자체 의견을 수렴하라는, 모든 걸 거의 원점으로 돌리는 단서조항을 달았다. 환경부가 4대강 16개 보 처리 방안을 제시하고, 향후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최종 확정하겠다고 공언하고 공을 또 다시 유역 주민들에게 떠넘긴 격이다. 

문재인 정부 집권 4년이 지나는 동안 단서조항으로 의미를 상실한 보 해체 결정 하나 한 게 전부다. 남은 1년의 임기 동안에라도 최소한 4대강 16개 보 중 세종보 한 개라도 해체해야 한다. 300억 원 정도인 해체 비용이면 철거할 수 있는 세종보라도 말이다. 

또 한 번 물관리위원회의 결정이 선언에 그치게 할 수 없지 않나. 3월 22일 '세계 물의 날' 다시 한 번 되뇌어 본다.
 

2020년 9월 25일 금강물관리위원회 개최 현장 앞에서 진행한 기자회견 ⓒ 이경호

 
[관련기사]
물관리위, "세종보, 죽산보 해체"... 환경단체 "철거 시기 확정하라" http://omn.kr/1rr0p
#물의 날 #보해체 #금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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