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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신경전', "국제질서 위협"-"미국인도 미국 안믿어"

알래스카 회담서 신랄한 상호 비판... 모두발언만 1시간 넘어

등록 2021.03.19 15:10수정 2021.03.19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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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얼굴을 맞댄 미국과 중국이 초반부터 거친 설전을 주고받았다.

미국 대표단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중국 대표단 양제츠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과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18일(현지시각) 미국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2+2 회담을 개최했다(관련 기사: 미중, 알래스카서 고위급 회담... '세기의 담판' 개시).

양측은 회담 시작부터 취재진을 앞에 두고 서로를 신랄하게 비판했고, 반격과 재반격으로 이어지며 각각 2분씩으로 예정됐던 모두발언이 1시간 넘게 끝나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블링컨 "홍콩, 대만, 신장... 중국 '내정 문제'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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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첫 해외 순방에 나선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17일 오후 경기 오산 미 공군기지를 통해 도착해 스콧 플레어스 제7공군사령관 겸 주한미군부사령관의 안내를 받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먼저 포문을 연 것은 블링컨 장관이었다. 그는 "미국이 규칙에 기반한(rules-based) 질서를 강화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라며 "규칙에 기반을 둔 질서를 대체하는 것은 승자가 독식하는 세계이며, 이는 훨씬 더 난폭하고 불안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홍콩, 대만, 신장 자치구 탄압 문제 등을 거론하며 "중국의 행동이 세계의 글로벌 안정성을 위협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중국의 행동에 대한 깊은 우려를 다른 여러 나라로부터 듣고 있다"라며 "이는 더 이상 내정 문제가 아니며, 우리가 국제사회 앞에서 문제를 제기할 의무를 느끼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비판을 내정 간섭이라며 차단하려는 중국의 주장을 반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설리번 안보보좌관도 "중국이 국제사회의 보편적 가치에 대한 공격을 강행하고 있다"라며 "미국은 갈등을 추구하진 않지만, 치열한 경쟁은 언제든 환영한다"라고 거들었다.

이에 양 정치국원의 반발은 격렬했다. 그는 "미국이 다른 나라를 압박하기 위해 군사력과 금융의 우위를 이용하고 있다"라며 "국제무역의 미래를 위협하기 위해 국가안보 개념을 남용한다"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홍콩, 대만, 신장은 결코 분리할 수 없는 중국의 영토이며, 미국의 내정 간섭을 단호히 반대한다"라며 "중국은 미국의 부당한 비난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양제츠 "미국인 상당수도 미국 민주주의 신뢰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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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양제츠 중국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 위원(자료사진) ⓒ 연합뉴스


중국 측은 또한 "미국에서 흑인이 학살당하고 있다", "미국이 자국 내 인권도 다루지 못하고 있다"라는 등 작심한 듯 비판을 쏟아내며 "미국의 상당수 국민도 미국의 민주주의를 신뢰하지 않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중국 지도부는 중국 국민들에게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라며 "미국은, 다른 나라들에 미국식 민주주의를 증진시키는 일을 그만둬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왕이 부장도 전날 미국이 중국통신회사에 대한 추가 제재를 발표한 것을 거론하며 "이는 손님을 환영하는 방법이 아니다"라며 "만약 이번 회담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결정이었다면, 잘못된 계산일 것"이라고 반발했다.

AP통신은 "양 정치국원이 미국 측 발언에 성난 반응을 보였고, 블링컨 장관은 길게 이어진 중국 측 발언에 짜증을 냈다"라며 "(모두 발언이 끝난 후 열릴) 비공개 회담은 더욱 험난할 것이라는 걸 보여준다"라고 전했다. 

중국 측 발언이 끝나자 모두발언이 끝난 것으로 알고 취재진이 회담장 밖으로 나가려고 했으나, 블링컨 장관이 재반격을 위해 "할 말이 더 있으니 잠시만 기다려달라"라며 이들을 붙잡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블링컨 장관은 추가 발언에서 "지금까지 100여 개 나라와 통화를 했는데, 이들은 미국이 동맹들의 곁으로 돌아온 것에 크게 만족해했다"라며 "또한 중국의 행동에 대한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측 관계자는 "중국 대표단이 각각 모두발언에 2분씩 주어진 프로토콜을 어겼다"라며 "회담의 실체보다는, 연극과 드라마에 초점을 맞춘 웅장함을 의도한 것 같다"라고 비판했다. 
#미중 갈등 #토니 블링컨 #양제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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