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쌍방향 원격수업, 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어라

[주장] 실시간 쌍방향 수업 확대 앞서 학생 의견 들어야

등록 2021.03.23 08:25수정 2021.03.23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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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지도 벌써 1년이 넘었다. 비대면은 우리 사회의 새로운 일상으로 자리잡았지만, 아직 뿌리내리지는 못했다. 많은 이들이 비대면 피로도를 호소하고 있는 지금, 학교도 비대면 피로도의 예외는 아니다. ⓒ 픽사베이

 
나는 경기도의 한 중학교 3학년 학생이다. 우리 학교 역시 학교 밀집도 3분의 1을 유지하기 위해 일주일에 한 학년씩 돌아가면서 등교하고 있다. 자연스레 등교하는 주보다 등교하지 않는 주가 더욱 늘어나면서 수업의 중요성 역시 늘어나고 있다. 작년까지는 위두랑(원격 수업 플랫폼의 하나)을 통한 과제 제출형 수업이 주를 이루었지만, 올해 1학기부터는 실시간 쌍방향 수업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실시간 쌍방향 수업의 확대는 우리 학교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22일 밝힌 2021학년도 원격수업 운영 현황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학급 원격수업 시수 중 실시간 쌍방향 수업 비율이 초등학교 94%, 중학교 90%, 고등학교 80%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실시간 쌍방향 수업 확대는 교육 당국의 권고 사항으로 일선 학교에서 시행되고 있다. 학생들의 수업 참여도 증가 및 교육 양극화 완화는 정책 결정의 주요한 이유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 결정에 있어 학생들의 의견이 얼마나 반영되었는지 의문이다. 교육부는 작년 1학기 등교를 결정할 때도 학생들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고, '학부모 의견 속에 학생 의견도 반영되어 있을 것이다'라는 식의 주장을 해 빈축을 샀다. 이번 실시간 쌍방향 수업 확대 정책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학생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었는지, 반영되었다면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궁금해진다.

학생들은 쌍방향 수업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그렇다면, 학생들은 쌍방향 수업을 어떻게 체감하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실제로 수업을 듣는 교육 주체인 학생들은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김아무개(14, 경기도 화성)씨는 실시간 수업에 대해 부정적으로만은 보지 않았다. 실시간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것에 대체로 만족스럽기는 하지만, 실시간이라고 해서 수업을 실시간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영상을 틀어주는 식의 실시간 수업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실시간 수업이 하루에 몇 시간씩 있는 등 너무 많아지게 되면 등교 수업보다 더 힘들다고 이야기했다.

박아무개(15, 경기도 화성)씨는 '줌(zoom, 실시간 화상 회의 플랫폼) 피로'에 대해 언급했다. 미국 스탠퍼드대 제레미 베일런슨 교수가 심리학적 관점에서 '줌 피로'의 원인을 규명한 논문을 언급한 것이다. 논문에 따르면 눈 마주침, 화면 크기, 자신의 모습, 비언어 신호에 집중해야 하는 점, 활동 범위가 촬영 공간으로 제약된다는 것 등을 '줌 피로'의 원인으로 제시하고 있다. 박 아무개 씨는 뉴스를 통해 접한 이 논문에 공감하며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또 다른 박아무개(14, 경기도 화성)씨는 '실시간 수업을 줄여야 하는 이유'라는 글을 써 실시간 수업의 축소를 주장했다. 그가 밝힌 첫째 이유는 건강 문제였다. 장시간 동안 모니터를 보아야 하기에 건강이 나빠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시력, 허리, 목 등 청소년 시기에 특히 중요한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어서 그가 밝힌 둘째 이유는 수업 효율의 저하이다. 소극적인 학생은 참여도가 떨어지거나 강의식 수업이 될 가능성이 크고, 긴 시간 집중을 요구해 피로도가 증가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휴식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선생님들이 원격수업이라 늦게 끝나도 괜찮다고 생각하시며 수업을 늦게 끝내주시는 경향이 있는데, 다음 교시의 수업 안내는 항상 5분 일찍 들어오라고 한다는 한탄이었다. 수업 안내를 보고 회의 ID와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수업 준비물을 출력하는 등 수업 준비 시간을 생각하면 쉬는 시간이 거의 없는 셈이라고 말했다. 등교할 때보다 쉬는 시간이 확연히 줄었다면서, "화장실 다녀오기에도 시간이 촉박하다"라고 말했다.

기자 역시도 급격하게 증가한 실시간 수업에 아직 적응하지 못했다. 수업이 끝나고 잠깐 누워있기라도 했다가는 시간이 금방 지나가 다음 수업을 준비하기 위해 벌떡 일어나기도 한다. 이 인터뷰는 표본이 적은 만큼 전반적인 학생들의 의견을 확인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나, 쌍방향 수업에 피로도를 느끼는 학생들이 많음은 확인할 수 있다.

쌍방향 수업 싫어할 권리, 쉴 권리를 말하다

이 기사를 읽고 '학생들이 공부하기 싫어서 이런 글이나 쓰고 있다'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공부하기 싫어서 이런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러한 의견을 표현하는 것은 학생들의 정당한 권리이다.

UN 아동권리협약 제12조(의사를 표명할 수 있는 권리)는 '당사국은 자신의 견해를 형성할 능력이 있는 아동에 대하여 본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모든 문제에 있어서 자신의 견해를 자유스럽게 표시할 권리를 보장'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우리는 UN 아동권리협약에 따라 학생의 피로도를 증가시키는 실시간 쌍방향 수업에 관한 우리들의 견해를 자유롭게 표현할 권리가 있다. 단순히 '공부하기 싫다'라는 투정으로는 보아주시지 않았으면 한다.

청소년이 쉴 권리 역시 UN 아동권리협약에 규정되어 있다. UN 아동권리협약 제31조는 '어린이는 충분히 쉬고 충분히 놀아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실시간 수업을 듣다 보면 원래 쉬는 시간인 10분은커녕 3 분을 쉬기도 쉽지 않다. 실시간 쌍방향 수업으로 인해 충분히 쉴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오늘날의 쌍방향 수업이 과연 교육 양극화 해소라는 본래의 목적에 부합하는지도 의문이다. 쌍방향 수업은 과제형 수업보다 전자기기의 성능 등이 큰 영향을 미친다. 나 역시도 가끔 줌 화면이 멈추고, 소리가 들리지 않는 등의 오류가 발생해 수업을 제대로 듣지 못할 때가 있다. 전자기기의 성능에 따라 수업 참여도가 달라질 수 있는, 전자기기의 중요성이 더 커지는 것이 과연 양극화를 해소하는 공정한 교육인지 의문이 든다.

정부는 학부모와 교사의 의견만 수렴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의견을 더욱 적극적으로 수렴해 정책 의사결정 과정에 반영해야 한다. 교육부의 책상에 앉아 결정하는 정책은 수많은 학생에게 피로를 안겨주고 있다. 정부는 오늘 나와 이야기를 나눈, 그런 힘들어하는 학생들의 의견을 더 적극적으로 수렴해야 한다.

오늘 담임 선생님에게 '하루 6~7시간 동안 책상 앞에 카메라를 켜고 앉아있기를 요구하는 것은 하나의 고문이며 잔인한 폭력이 아닌가….'라는 문자 메시지를 전송했다. 선생님은 "승민이가 오늘 많이 힘들었군요"라고 공감해 주시면서 "선생님도 고민이 많아진다"라고 답장을 전해오셨다. 그리고 두 시간쯤 뒤에 '내일 체육은 실시간'이라는 문자를 받았다. 아, 안 그래도 실시간 수업이 많았던 내일인데, 실시간 수업이 하나 더 늘었다. 슬프다.
덧붙이는 글 필자는 중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입니다.
#실시간 #줌피로도 #원격수업 #등교수업 #비대면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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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 사이를 오가는 글쓰기. 문의는 j.seungmin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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