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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련한국학교 학생들 "안중근 유해 숨긴 일본에 화 치밀어"

안 의사 순국 111주년 26일 추모행사 참석 학생들, 글과 그림에 절절한 심경 담아

등록 2021.03.29 18:11수정 2021.03.29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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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련한국학교 학생이 그린 그림. ⓒ 대련한국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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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련한국학교 학생이 그린 그림. ⓒ 대련한국학교

 
뤼순감옥이 가까운 중국 대련시에 살고 있는 한국 중고교 학생들이 안중근 의사 순국 111주년을 맞아 솔직한 글을 쓰고 마음을 담은 그림을 그렸다. 지난 26일 오후 대련한국국제학교에서 연 '안중근 의사 추모 행사'에 참가하고서다.

"'귀신 집' 같은 뤼순감옥에서 펑펑 울었지만..."

한 학생은 안중근 의사에게 쓴 편지에서 "저는 어렸을 적부터 중국에 살았다. 한글을 익히며 중국어를 배웠다"면서 "그런 제가 가장 처음으로 한국 역사에 대해 배우며 맞이하게 된 위인이 안중근 의사님"이라면서 자신의 경험을 다음처럼 적었다.

"어렸을 적에 저는 뤼순감옥을 방문한 기억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스산한 뤼순감옥이 마치 귀신의 집처럼 너무나 무서웠습니다. 뤼순감옥을 나오는 길에 저는 너무 무서운 나머지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그 때 부모님께서 안 의사님에 대해 말씀해주셨습니다."

이러던 학생이 26일 추모행사에 참석하고 나서는 "꽃을 바치는 그 순간 수천수백 가지의 감정이 들었다"면서 다음처럼 썼다.

"감사합니다. 한 가정의 가장이셨던 안중근 의사님께서 얼마나 많은 고민을 떠안고 감옥에 계셨을지 감히 상상도 가지 않습니다. 의사님의 희생을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또 다른 학생은 아직도 안중근 의사의 유해를 찾지 못한 일에 대해 분을 참지 못했다. 이 학생은 "제가 대련에 오니 당신은 저에게 더 이상 역사 책속의 인물만이 아니게 되었다"면서 다음처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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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련한국학교 학생이 쓴 편지. ⓒ 대련한국학교

  
"일본이 당신의 유해가 조국으로 돌아갈 시, 우리 국민들에게 미칠 영향을 우려하여 당신의 유해를 몰래 처리했다는 사실에 화가 치밀었습니다. 그렇게 당신의 유해가 조국으로 돌아오지 못해 당신의 마지막 바람이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것이 정말 가슴 아팠습니다."


이어 이 학생은 "저는 아직 조국과 민족보다 시험성적과 친구관계에 더 관심이 많은 소녀"라면서 "하지만 당신의 삶을 알게 된 한 사람으로서 당신의 유해가 고국으로 돌아와 영원한 안식을 취하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이 학생은 편지 마지막 부분에 다음처럼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철없는 16살 소녀에게 조국의 의미를 가르쳐주셔서 고맙습니다."

학생들이 이 같은 절절한 글을 쓰게 된 이유에 대해 '안 의사 추모행사'를 준비한 남경아 교사는 "학생들이 한국에 있다면 안 의사에 대해 글과 사진으로만 만났을 텐데, 이곳에서는 뤼순 감옥과 관동대법원을 눈으로 실제 봤기 때문에 그 감정이 남다르다"고 설명했다.

대련한국학교 학생과 교직원 200명 모여 추모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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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대련한국학교에서 연 안중근 의사 추모 행사. ⓒ 대련한국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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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대련한국학교에서 연 안중근 의사 추모 행사. ⓒ 대련한국학교

  
한편, 26일 오후 1시 20분부터 대련한국학교에서 열린 안 의사 추모행사에는 이 학교 유초중고 학생과 교직원 200여 명이 모두 참석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고등부 학생 22명이 무대에 나와 안 의사를 다룬 뮤지컬 <영웅>으로 많이 알려진 '장부가'를 불러 많은 박수를 받았다고 한다.

이 학교 안희숙 교장은 "이번 행사는 대련에 살고 있는 우리나라 학생들이 스스로 기획하고 참여해서 더욱 뜻이 깊었다"고 말했다.
#안중근 #대련한국국제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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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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