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지만은 않은 풍경에, 차갑지만은 않은 붓

일상의 예술가 이윤기 화가 1주기 추모전... 4월 5일까지 수원미술전시관에서 열려

등록 2021.03.31 08:09수정 2021.03.31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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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눈 부엉이2] 지난해 작고한 이윤기 화가의 대표작. 4월 5일까지 수원미술전시관에서 열리는 이윤기1주기추모전 <숲의 끝에 멈추다>에서 볼 수 있다 ⓒ 이윤기



20여 년간 그대로 멈추고 싶은 일상을 화폭에 담아낸 예술가, 이윤기 화가의 1주기 추모전이 열린다.


4월 5일까지 수원미술전시관에서 열리는 전시 <숲의 끝에 멈추다>는 1990년대 초기작부터 2020년 작고 전, 커뮤니티 아트에 이르기까지 예술가의 전생애에 걸친 작품들을 한 자리에 모았다.
 

이윤기1주기추모전 수원미술전시관에서 2021년 4월 5일까지 열리는 이윤기 1주기 추모전에 동료 예술가들이 재현해놓은 작가의 방 ⓒ 전유미



동탄 신도시로 개발된 목리 예술인창작촌, 평택 미군기지 확장으로 사라져 간 대추리와 도두리, 지금은 누구의 기억에조차 남아 있지 않을 삼성 태안 기름유출사고, 경기창작센터와 봄날예술인협동조합에서 행한 다양한 환경생태 프로젝트와 공공미술, 커뮤니티 아트까지 예술가의 전 시기의 작품들을 총망라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동료 예술가들이 십시일반 몸과 마음을 모아내며 마련한 우정의 연대로, 예술가들의 추모 방식을 엿볼 수 있기도 하다.
 

이윤기 1주기 추모전 일상에서 만난 사람들의 모습을 담았다 ⓒ 전유미



'가장 사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인 것'이라는 말처럼, 화가의 개인적인 일상 또한 사회와 단절되어 있지 않다. 화가가 일상에서 관계 맺고 경험하고 마주한 수많은 이야기가 사회적 시공간으로 확장되면서 개발로, 이념으로, 욕망으로 파괴되고 사라져 버린 지금, 여기의 모습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언제고 지속될 것 같던 일상은 시시각각 다른 얼굴로 바뀌고 사라졌다. 언제나 곁에 머물러 줄 것 같던 예술가도 사라졌다. 1년 전, 코로나와 함께 사라진 일상처럼, 우리가 잃어버린 일상은 오롯이 작품속에만 남아 있다.
      
숲의 끝, 자연을 너머선 세계로 떠가고 싶지 않은 화가는 여러 작품들을 통해 우리에게 말하고 있는 듯하다. 그대로 멈추라고. 더이상 일상을 잃어버리고 싶지도, 사라지는 광경을 목도하고 싶지도 않다고 말이다.
 

흐르는 풍경(구름솟대) 수원미술전시관에서 2021년 4월 5일까지 열리는 이윤기 1주기 추모전에 선보인 작품이다 ⓒ 이윤기





하얗고 작고 조용하게 미소 짓던 화가는 멈추고 싶은 그 시공간을 캔버스 위에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박제해버렸다.
 
아름답지만, 아름답지만은 않은 풍경에 서 있습니다.
차갑지만, 차갑지만은 않은 붓을 듭니다.
목리를 살았던 존재들과 마주 선 채 그대로 멈춥니다.
그 풍경이 비로소 마음에 듭니다.
- 작가노트 가운데
 
코로나로 인해 일상의 회복이 중요한 삶의 키워드가 된 시대, 잃어버린 우리의 일상을 되돌아보게 하는 아쉽고 아깝고 더는 기약할 수 없는 전시다.  

(故)이윤기 화가 2021년 4월 5일까지 이윤기 1주기 추모전이 수원미술전시관에서 열린다 ⓒ 이윤기


 
#이윤기화가 #한국작고작가 #수원미술관 #추모전 #부엉이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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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갈 곳을 잃은 옛따책방 쥔장이자 한 아이의 엄마, 그리고 구본주를나르는사람들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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