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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형욱 후보자님, '임대사업자 세금특혜' 왜 옹호하셨습니까

[주장] 종부세 0원에 건보료 80% 감면인데 정당? 이대로라면 2030 분노 줄어들지 않는다

등록 2021.05.03 18:49수정 2021.05.03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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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4월 30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서울지방국토관리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민들께서 들으시면 깜짝 놀랄 불공정입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4월 27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임대사업자 세금특혜 폐지가 답입니다'의 한 문장이다.

'공정'은 문재인 정부가 최우선으로 내세운 가치다. 그런데 지난 4년간 이 공정이 지켜졌다고 믿는 국민은 극소수일 것이다. 20대의 국정 지지율이 한때 15%까지 추락했던 가장 큰 이유도 문재인 정부가 '불공정'하다고 여겼기 때문일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불공정이 수면 위로 드러난 계기는 조국 사태였으나, 이보다 몇 십 배 더 심각한 불공정이 있다. 이재명 지사가 '깜짝 놀랄 불공정'으로 지목한, 집 부자인 주택임대사업자들에 대한 세금특혜다.

"땀 흘려 일하고 내는 근로소득세나 선량한 실거주 1주택에 대한 세금보다 임대사업으로 내는 세금이 적은 건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여당 대표에 출마했던 우원식 의원도 4월 28일 연합뉴스TV에 출연해 "임대사업자들은 500채, 700채, 1000채를 갖고 있어도 종부세를 내지 않는다"고 했다. 집을 한 채만 갖고 있어도 몇 백만 원의 종부세를 부담한다면서 종부세 폭탄 운운하는데, 수백 채를 소유한 집부자의 종부세가 0원인 것은 가히 불공정의 극치라는 뜻이다.

깜짝 놀랄 불공정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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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선미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이 4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실시계획의 건을 상정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와중에 이런 의문이 떠오르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깜짝 놀랄 불공정'이 어떻게 문재인 정부에서 시행되었으며, 더욱이 4년간이나 폐지되지 않고 유지될 수 있었나? 청와대와 여당 내부에 이 특혜를 유지하려는 막강한 세력이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 아닌가?


이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하는 기사가 2일 보도되었다.
     
"등록임대는 임대인에게 취득세·재산세 등 세제혜택을 부여하고, 임대의무기간(10년 이상) 중 양도금지 및 계약갱신 거절 불가, 임대료 증액제한 등 그에 상응하는 공적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노형욱 국토교통부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답변자료를 통해 등록임대제도 폐지 방안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한 것이다. 단지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세금특혜가 정당하다고 강변하고 있으니 실로 기가 차다.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금특혜 중 '종부세 0원'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재산세를 100%까지 감면하고, 임대소득에 대해서는 소득의 60%를 감면한 다음 산출한 세금의 75%를 또 감면한다. 주택투기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양도소득세도 10년 이상 임대할 경우 100% 감면해준다. 국가유공자에게도 제공하지 않는 건강보험료 80% 감면을 임대사업자에게만 제공한다.

다주택자들에게 이런 세금특혜를 제공하는 국가는 지구상에 대한민국 말고는 없다. 이런 엄청난 특혜를 제공하는 대가로 임대인이 져야 할 의무는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주택을 오래 보유할수록 차익이 더 커지는데, 양도금지가 '공적 의무'이므로 세금특혜를 줘야 한다는 노형욱 후보자의 주장에 헛웃음이 나온다. 자신이 거주하지 않는 주택은 어차피 세 놓을 것인데, 현재의 임차인이 계속 살도록 하는 '계약갱신 거절 불가'를 무슨 의무라 할 것인가. 유일한 의무는 임대료 증액 제한인데, 이것도 2020년에 임대차3법이 시행되면서 모든 임대인에게 적용되고 있다.

조목조목 따져보면 의무라고 할 것이 없는데, 노형욱 후보자는 지구상에 전무후무한 세금특혜에 '상응하는', '공적의무'라는 말로 포장하고 있다.

2017년 12월 13일 문재인 정부가 임대주택등록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자 부자들이 보유주택을 매도하지 않고, 추가로 사재기해서 임대주택으로 등록했다. 2018년 은마아파트 등 서울의 주요 아파트 단지에서 임대주택 등록이 봇물을 이뤘고, 집값이 폭등했다.

4.7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한 여당 내부에서 집값폭등의 원인이 임대사업자 세금특혜 때문이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우원식 의원은 "부동산정책이 실패한 핵심 이유가 임대사업자들에게 과도한 혜택을 준 것이다"고 말했고, 이재명 지사는 "집값 폭등을 견인하는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세금특혜를 즉각 폐지하라"고 주장한다. 김두관 의원은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이 시행된 이후 서울 집값 상승률이 커졌다"고 진단했고, 이규민 의원은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으로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기가 성행했다"고 분석했다. 김성환 원내수석 부대표는 "집값 상승의 최초 원인이 3년 전 다주택자를 임대사업자로 등록하게 해 과도하게 세제혜택을 준 것"이라고 진단했다.

'임대사업자 세금특혜 폐지 3법'이 무산된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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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 ⓒ 권우성

 
강병원 의원은 2020년 7월 5일 '임대사업자 특혜 폐지 3법'을 발의했었다. 그 법개정안이 정상적인 논의를 거쳐 시행되었다면, 집값은 문재인 정부 이전으로 원상회복되었을 것이다. 무주택 국민과 20·30세대의 고통도 줄었을 것이므로 여당의 선거 참패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깜짝 놀랄 불공정'을 유지하려는 권력 내부 세력들의 방해로 이 법개정안은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오히려 임대사업자 세금특혜를 확대하는 정책이 속속 시행되었다. 지난 2월 18일 대통령이 주관하는 국무회의에서 건설임대주택을 공시가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확대하고, 전용면적은 84㎡에서 149㎡로 확대했다. 앞으로 건설회사들이 분양가를 대폭 인상해서 미분양이 발생하더라도 임대주택으로 등록하여 '모든 세금 거의 0원'의 특혜를 누릴 수 있게 해줬다.

최근에는 기숙사마저 임대주택에 포함하여 세금특혜를 제공하려는 시행령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국토부 고위직과 청와대 및 여당 국회의원의 가족 중에 엄청난 세금특혜를 누리는 임대사업자가 대거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늦게나마 임대사업자 세금특혜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폐지를 주장하는 여당 국회의원이 늘어나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집값 폭등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는 무주택 국민과 20·30세대는 이들에게 한 가닥 희망을 걸고 있다.

그러나 먼저 권력 내부의 임대사업자 옹호 세력을 색출하여 뿌리 뽑지 않는다면 이런 기대도 물거품이 될지 모른다.
#이재명지사 #불공정 #종부세 0원 #노형욱 국토부장관후보 #강병원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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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균경제연구소 소장으로 집없는 사람과 청년들에게 극심한 고통을 안기는 집값 폭등을 해결하기 위한 글쓰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네이버 카페 <집값정상화 시민행동>에서 무주택 국민과 함께 집값하락 정책의 시행을 위한 운동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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