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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걸린 것으로 몰아... 자유가 박탈된 사람들

[어서와, 불친절한 한국은 처음이지? ①] 재난은 평등했으나 대책은 차별적이다

등록 2021.05.10 13:41수정 2021.05.10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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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코로나 시기 친구를 만나거나 외출할 자유를 제한 받고 있다.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코로나 시기 친구를 만나거나 외출할 자유를 제한 받고 있다. framewalk
 
"코로나 기간 외국인노동자는 거의 외출할 수가 없습니다. 근데 사장님은 한국인 동료가 나가면 아무 말도 없습니다. 외국인이 바이러스가 아닙니다. 공장에서, 기숙사에서 못 나오게 하니까 더 안 좋게 되고 바이러스에 더 약해집니다. 그리고 바이러스 취급해서 외국인노동자'만' 검사받으라고 하는 것은 차별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장 일도 힘들고 기숙사에 사람도 많고 소독도 잘 안 하고 코로나 교육도 별로 없는 것부터 바꿔야 합니다.

한국에서 오랫동안 힘들게 일하면서 한국 문화와 사회에도 익숙해지고 말도 잘하게 되었는데, 여기서 더 꿈을 꿀 수는 없는 것입니까? 이런 차별 사례는 얼마든지 더 이야기할 수 있을 만큼 많습니다. 우리는 기계가 아닌 인간으로 살고 싶습니다. 자유와 권리를 원합니다." - 방글라데시에서 온 이주노동자 라셰드 


사업장 방역 안 하고 잠재적 전파자 취급

코로나 사태의 발발로 이주노동자, 이주민들은 기존에 겪어 왔던 제도적, 구조적, 일상적 인종차별이 더욱 노골화되는 상황을 맞이했습니다. 코로나 초기에 중국 우한발 바이러스라는 이유로 중국 동포를 비롯한 중국 출신자에 대한 광범위한 혐오, 반대 정서가 퍼졌고 거주 지역을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잠재적 전파자 취급하는 보도들이 있었습니다. 상점, 식당 등에 '외국인(중국인) 출입금지' 안내가 붙기도 했고, 일부 단체는 중국인 입국금지 시위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이는 중국 출신자에 대한 혐오를 넘어 이주민 전반에 대한 혐오로 확산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전수검사 행정명령에서 또다시 드러났습니다.

사업장에서는 이주노동자를 잠재적 전파자로 취급하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특히 사업장 바깥으로 아예 나가지 못하게 하는 경우가 많아서 몇 개월씩 밖으로 못 나오는 노동자들도 있었습니다. 2020년 6월, 어떤 사업장에서는 힘든 노동으로 인해 병이 생긴 노동자가 사업장 변경을 요청하자, 사업주가 코로나에 걸린 것으로 몰아 창고에 가두고는 근무서약서를 쓰지 않으면 못 나오게 했던 사례도 있었습니다. 

만약에 사업주 지시와 다르게 사업장 밖으로 나가면, 다시 오지 말라고 하거나 코로나 진단검사 하고 오라고 위협하는 사례들도 있었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은 코로나 시기에 친구를 만나거나 외출할 자유를 잃었습니다. 중요한 일이 있어도 나가지 못하고 모든 것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최근엔 부산에 위치한 한 업체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 11명이 밖에 못 나간 사례도 있었습니다. 

기숙사는 아주 열악하고 환기도 제대로 안 되는 곳이 많습니다. 한 방에 3~4명 이상 살게 하는 곳도 있습니다. 일하는 현장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킬 수 없는 상황입니다. 사업주들은 이것을 개선할 생각은 하지 않고 이주노동자만 못 나가게 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주노동자는 사회에서 고립되고 있었습니다. 코로나 감염이 될 수 있는 노동 현장에서 일하고 열악한 숙소에 살았는데 이것을 개선해야 된다는 생각을 정부나 사업주 누구도 하지 않았습니다.


한글로 된 코로나 정보는 읽기 어려워

2020년 3월부터 판매된 공적 마스크에서 이주민 절반이 배제되었습니다. 중복 구매를 막는다는 이유로 정부는 약국에서 건강보험시스템을 통해서 구매자 확인을 했고, 이에 따라 건강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이주민들은 공적 마스크를 살 수가 없었습니다. 이는 초기 코로나 대응에 있어 치명적인 배제조치였습니다. 당시 이주민 250만 명 가운데 절반이 제외되었습니다.


더욱이 이주노동자들은 건강보험에 가입되어 있더라도 일터에서 장시간 노동을 해야 하고 출생연도에 따라 요일별로 다르게 구매하러 가는 것에 대한 정보도 잘 알 수가 없어 구매 자체가 어려웠습니다. 면마스크를 빨아서 쓰거나 일터에서 쓰는 작업용 마스크를 계속 쓰는 사례도 많았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은 아무 방역 도구들이 없어서 불안하게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2020년 7월 공적 마스크 판매가 종료될 때까지 지속되었습니다. 내국인 노동자에게는 마스크를 지급하면서 이주노동자에게는 지급하지 않거나 적게 지급하는 사례가 종종 있었습니다. 

코로나 관련된 정보가 매일 쏟아져 나오는데 핵심적으로 중요한 정보들이 제때 적절하게 통·번역되어 이주민들에게 제공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가짜뉴스들이 횡행하면서 이주민들은 자국민 소셜미디어 등에서 걸러지지 않은 정보를 접하면서 오히려 공포가 가중되기도 했습니다. 중앙정부에서 1577-1366 다누리콜센터, 법무부 1345 콜센터, 질병관리청 1339 콜센터 등을 통해 상담을 제공하는데, 이는 전화를 걸어야만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일상적으로 확진자 발생 현황, 근처 보건소 위치, 증상 발현 시 행동요령, 선별진료소 및 생활치료센터 관련 정보, 검사 및 치료비 정보, 일터와 삶터에서 방역수칙, 지역별로 방역단계별 조치사항 등 핵심정보를 이주민들에게 친화적인 매체, 언어로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통·번역 시스템을 지자체별로 제대로 갖추는 것은 코로나 대유행 상황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방역 대책에 이주민이 참여하고 검사, 치료 등을 제대로 받기 위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것입니다. 

재난지원금은 결혼이주민·영주권자만?
 
 코로나19 관련 재난지원금을 이주민들에게도 차별없이 평등하게 지급해달라는 기자회견이 2020년 5월 7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앞에서 전국이주인권단체 공동으로 열렸다.
코로나19 관련 재난지원금을 이주민들에게도 차별없이 평등하게 지급해달라는 기자회견이 2020년 5월 7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앞에서 전국이주인권단체 공동으로 열렸다.권우성
 
가장 대표적인 재난지원정책이라고 할 수 있는 재난지원금 지원에서 대다수 이주민이 배제되었습니다. 경제적 방역 대책이라고 할 수 있는 지원정책은 중앙정부나 지자체가 결혼이주민과 영주권자(혹은 난민 인정자)만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이주인권단체들이 국가인권위에 진정하여 이주민을 포함시키라는 권고를 받았지만, 대다수 지자체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권고를 받아들인 서울시는 등록된 이주민에게 지급하였지만, 취업 가능한 비자를 가진 이들만 대상으로 했고, 경기도는 올해 들어서야 이주민도 포함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한국 사회에 오랫동안 살며 세금 내고 각종 의무 이행하며 재난의 고통을 똑같이 겪는데 왜 우리를 차별 대우하느냐는 목소리가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고용보험 가입을 조건으로 하는 고용유지지원금, 긴급고용안정지원금, 실업급여 등에서도 제외되었습니다. 가장 많은 수의 취업비자인 E-9(고용허가제, 동남아/서남아 16개국), H-2(방문취업제, 중국 및 구소련 동포 대상) 노동자들은 임의가입이어서 사업주들이 가입해주지 않아 가입률이 5%도 안 됩니다. 더욱이 기존에 이주민들이 주로 이용하던 지역 공공병원들이 코로나 대응 거점병원으로 지정되면서 이주민들이 병원을 이용하는 것이 훨씬 어려워졌습니다. 

39만 명에 달하는 미등록 이주민들은 초기부터 방역 대책의 사각지대였습니다. 미등록이다 보니 건강보험도 없고 아무런 지원도 받을 수가 없었습니다. 불안정한 신분상의 이유로 잘 나다니지 않고 병원 이용도 어렵습니다. 정부는 작년 중반부터 코로나 검사를 무료로 하고, 출입국에 통보하지 않으며 불이익이 없으니 검사를 받으라고 홍보해 왔습니다. 총리까지 나서서 최초로 '미등록 체류자'라는 용어까지 썼습니다. '불법체류'가 아니라 '미등록 체류'로 용어부터 바꿔야 하는데 공식적으로 바뀌지 않고 있습니다. 

각 지자체에서 이주민들을 대상으로 코로나 검사를 독려할 때 불이익이 없다는 것을 홍보했지만, 나중에 어떤 불이익을 당할까 두려움이 있기에 미등록 이주민들은 검사에 잘 응하지 않았습니다. 그러한 홍보가 잘 전달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이를 해결하려면 체류자격을 부여해서 방역체계 내로 들어올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과감한 대책은 아직 없습니다.

'외국인노동자' 코로나 전수검사 행정명령

여러 지역에서 '외국인노동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행정명령이 내려졌습니다. 이주민 절반이 일하며 사는 경기도와 서울시에서 이런 명령을 내리면서 사태는 일파만파 확대되었습니다. 당국은 "안전을 위한 선제적 예방조치"라고 했지만, 이주민 당사자들과 시민사회는 "외국인노동자만 대상으로 하는 조치는 인종차별"이라고 거센 문제제기를 했습니다. 방역상의 과학적 근거도 없이 외국인 확진자가 일부 지역에서 많이 나왔다는 이유로 전체 이주민을 '잠재적 바이러스 전파자', '감염 의심자' 취급을 한 것입니다.

경기도에서 애초 8만 5천 명의 등록된 외국인노동자를 대상으로 실시하고, 미등록 노동자도 일부 검사받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결과는 30만 명을 훌쩍 넘는 이주민들이 검사를 받았습니다. 경기도는 성과라고 자화자찬하지만, 벌금 200만 원을 내야 한다는 두려움이 작동한 결과였습니다. 이로 인해 노동자가 아닌 외국인들도 대거 검사를 받아서 예상의 몇 배가 되는 인원이 검사를 받은 것입니다. 과정상에서도, 선별진료소 확대와 인원이 몰릴 때의 대책 없이 실시되면서 하루 검사능력을 훨씬 초과하는 인원이 몰려, '검사받으러 왔다가 코로나 걸릴 판'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한꺼번에 물리는 다른 이유는 사장들이 검사 시간을 따로 주지 않고 일요일밖에 갈 수 없어서입니다. 이 강제 행정명령 때문에 이주노동자들이 너무나 위축되었고 모든 책임을 우리가 져야 하는가 하는 느낌도 있습니다. 같은 공장에 일하는 한국인 동료는 검사 안 했는데, 만약 이 동료한테서 이주노동자가 코로나 감염되었으면 그 책임도 이주노동자가 져야 되는 걸까요? 

차별 시정 권고에도 일부 지자체는 행정명령 유지해
 
 3월 19일 오전 서울 구로역 광장에 마련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외국인노동자들이 검사를 받고 있다. 서울시는 코로나19 지역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17일부터 31일까지 서울시내 사업에 1인 이상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업주와 외국인노동자들에게 진단검사를 받도록 행정명령을 내렸으나, 차별과 인권침해라는 비판이 나오자 19일 오후 서울시는 행정명령을 철회했다.
3월 19일 오전 서울 구로역 광장에 마련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외국인노동자들이 검사를 받고 있다. 서울시는 코로나19 지역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17일부터 31일까지 서울시내 사업에 1인 이상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업주와 외국인노동자들에게 진단검사를 받도록 행정명령을 내렸으나, 차별과 인권침해라는 비판이 나오자 19일 오후 서울시는 행정명령을 철회했다.권우성
 
국가인권위에서 차별로 결정하고 시정 권고를 하고, 중앙정부 차원에서도 행정명령을 철회하라고 했지만, 서울과 인천만 명령 대신 권고로 전환했고 다른 지자체는 철회하지 않았습니다. 서울은 '고위험 밀집 사업장에 근무하는 외국인노동자'에게 검사 권고한다는 식으로, 외국인노동자만을 대상으로 권고하고 있습니다. 이 역시 여전히 차별적입니다. 

일부 지자체들은 '외국인노동자 채용 전 의무검사' 명령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기도 합니다. 바이러스는 누구한테나 감염될 수 있는 것인데, 이주노동자들이 만약에 코로나 감염되면 무슨 불이익이 당하지 않을까 불안해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정부, 지자체의 차별적인 행정, 사회의 시선 때문에 이주노동자들의 정신적 고통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방역 전문가, 이주인권단체,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질병관리청에서도 이주노동자 확진자 증가의 근본 원인은 거리두기가 어려운 열악한 작업환경, 여러 명이 생활하는 숙소 환경, 미흡한 사업장 내 방역 조치 등이라고 했습니다. 경기도에서 확진자가 많이 나왔던 남양주 진관산업단지 플라스틱 공장도 여러 동의 시설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고 환기, 거리두기 등이 어려운 조건이었습니다. 따라서 방역 대책에서 집중해야 할 부분은 이러한 일터의 상황 개선인데 이에 대한 조치는 행정명령으로 발동된 적도 없습니다. 지금이라도 사업장 방역 조치 개선에 정부와 지자체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사실 이주노동자들은 작년에 거의 확진자가 없었습니다. 평상시에도 일터에서 먹고 자고 일하기 때문에 사실상 사회적 격리 상태였습니다. 코로나 시기에 사업주들이 더더욱 밖에 잘 못 나가게 해서 더 감염될 일이 없었는데, 코로나가 지역사회 감염으로 확산되다 보니까 공장 안으로 전파가 되었던 것입니다. 열악한 노동환경과 숙소 환경 탓에 한 번 전파되면 다수가 확진되는 상황이 일부 사업장에서 벌어진바, 이런 취약한 방역 상황을 개선하는 것이 우선시 되어야지 외국인노동자 집단 전체를 의심자 취급해서는 안 됩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우다야 라이 님은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위원장입니다. 이 글은 <월간참여사회> 2021년 5월호에 실렸습니다.  
#이주노조 #이주민차별 #이주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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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가 1995년부터 발행한 시민사회 정론지입니다. 올바른 시민사회 여론 형성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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