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편집자말] |
▲ 외교부 외교사료관을 통해 입수한 <1980.5.18 광주사태(민주화운동) 관련 중남미 반응 1980>이란 제목의 당시 외무부(외교부 전신) 문건. 외무부가 전 중남미 지역 대사관에 '최근 아국사태의 반응'을 보고하라고 지시한 가운데, 각 대사관이 보낸 문건의 수신처로 보이는 표에 '보안사'도 포함돼 있다.
ⓒ 외교부 외교사료관
<오마이뉴스>가 10일 공개한 1980년 5~6월 외무부(현 외교부)의 대외비 문건에는 쿠데타 세력에 복종한 정부가 민주주의를 갈망한 시민을 해외 만방에 '빨갱이'라고 홍보한, 우리 외교사의 수치스런 모습이 담겨 있다. (관련기사 : [단독] '5.18 북한 개입설' 퍼뜨렸던 외무부... 대외비 문서 첫 확인 http://omn.kr/1t5aq)
먼저 12.12군사반란 이후 껍데기만 남아 있던 정부가 전두환을 중심으로 한 신군부에 어떻게 '충성'했는지 이 문건을 통해 여실히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일부 극우세력에 의해 퍼져나간 것처럼 알려진 '5.18민주화운동 북한 개입설'이 실은 정부에 의해 조직적으로 전파되었다는 점 또한 이 문서를 통해 처음 확인됐다.
당시 외무부가 중남미 한국대사관의 보고서를 종합한 문건은 몇 번을 다시 봐도 충격적이다. 외무부와 각 대사관들은 민주주의를 열망한 시민들을 북괴의 지령을 받은 세력으로 만들면서까지 쿠데타로 권력을 탈취한 신군부에 철저히 기생했다.
"5월 28일 (아르헨티나) 유력지 LA PRENSA는 광주사태가 북괴의 간첩책동에 의한 것이라고 지적하는 해설기사를 게재함. (우리의) 언론계 접촉강화로 (이러한) 해설기사 게재." - 주아르헨티나 대사관
"여러 일간지 및 방송이 우리가 배포한 자료에 따라 광주사태가 북괴의 배후조종에 의한 것이라고 보도함." - 주멕시코 대사관
"사태에 북괴의 배후 조종이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는 기세 게재(5월 26일 MERCURIO). 주요 언론기관 등에 관계 자료 송부." - 주칠레 대사관
위 내용들이 각 대사관의 외무부 제출 보고서에 담겨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이는 사실상 '공적서'라고 봐도 무방하다. 즉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이를 외신이 보도하게끔 만들어놓고 자랑스레 윗선에 보고한 것이다. 이 내용은 심지어 직속상관인 외무부장관뿐만 아니라 전두환이 수장으로 있는 국군보안사령부에까지 보고됐다.
▲ 외교부 외교사료관을 통해 입수한 <1980.5.18 광주사태(민주화운동) 관련 중남미 반응 1980>이란 제목의 당시 외무부(외교부 전신) 문건. 주멕시코 대사관은 "수개 일간지 및 방송이 대사관이 배포한 자료에 따라 광주사태가 북괴의 배후 조종에 의한 것이라고 보도함"이라고 보고했다. ⓒ 외교부 외교사료관
그동안 5.18 북한 개입설은 지만원 등 일부 극우세력의 만행 정도로 여겨졌다. 때문에 이미 각종 자료와 여러 증언으로 허위임이 확인된 상황에서 '그러한 주장에 일일이 대응하지 말자'는 의견도 존재한다. 극우세력의 노이즈마케팅에 굳이 휘둘릴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일리 있는 이야기로도 볼 수 있다.
다만 왜곡의 중심에 정부가 있었다면, 그리고 그 행위가 조직적으로 이뤄졌다면 이는 그냥 넘길 수 없는 문제다. 41년의 시간이 흘러 흐릿한 일이 되고 말았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공적 책임'을 물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국가정보원이 5.18진상규명위원회에 넘긴 문건에도 이번에 공개한 문건과 비슷한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5.18진상규명위원회에 5.18 왜곡에 대한 조사팀이 따로 마련돼 있는 만큼, 5.18 북한 개입설의 전파에 정부가 얼마나 공헌(?)했는지 밝혀내는 것은 중요한 책무이기도 하다.
▲ 외교부 외교사료관을 통해 입수한 <1980.5.18 광주사태(민주화운동) 관련 중남미 반응 1980>이란 제목의 당시 외무부(외교부 전신) 문건. 외무부가 전 중남미 지역 대사관에 '최근 아국사태의 반응'을 보고하라고 지시한 대외비 문건. ⓒ 외교부 외교사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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