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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안티페미니즘과 모순의 정치

등록 2021.05.12 10:34수정 2021.05.12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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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페미니즘'이라는 유령이 한국 사회를 배회하고 있다.

지난 4월 7일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당 선거 참패에 대한 원인으로 페미니즘이 손꼽히면서 안티페미니즘이 우리 사회를 배회하고 있다. 처음에 민주당은 선거 패배 원인을 20대가 역사의식이 부족하다고 비난하는 등 여러 해석이 분분했지만, 민주당 일각에서는 지난 "4·7 재보궐선거에서 우리가 20대 남성의 지지를 잃은 건 페미니즘 때문이다"라는 자가진단이 내려졌다.

전통적으로 2030세대는 민주당 지지 성향이라고 굳게 믿었던 여당은 그 충격에서 아직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2030대 남성들이 심지어 60대 이상 남성들보다도 민주당에 표를 주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더욱 그렇다. 물론 그밖에 민주당의 선거 참패 원인으로 박원순·오거돈 성추행 및 성폭력 문제로 야기된 무공천 번복, 추미애·윤석열 대립 및 갈등, 적폐 청산을 비롯한 느슨한 개혁, 내로남불 등을 지목했다.

특히 김상조 전 대통령 정책실장 등을 비롯한 정부여당 인사들의 부동산 재산증식과 이중적 태도에도 국민에게 들이대는 엄정한 잣대와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변명으로 일관해 온 것도 그 원인으로 지목한다.

성폭력 이슈의 경우 민주당 지자체장의 성폭력 사건이 불거졌음에도 불구하고 20대 남녀에게 그다지 영향을 끼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런 불미스러운 사건이 누적되고 2차 가해 논란이 증폭되면서 현 정권에 대한 비호감도는 그만큼 상승했다. 

특히 안티페미니즘 진영에서는 이번 선거가 현 정부와 민주당이 지향하는 페미니즘에 대한 일말의 응징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들은 현 정부의 페미니즘 정책이 애초에 잘못된 방향이었거나 실패를 예견한 정책이었다고 진단한다.

먼저 우리 사회에서 공정 이슈가 불거지면 남녀 모두 상대적으로 큰 폭으로 부정적인 평가가 상승했다. 특히 20대 남성은 페미니즘 이슈 역시도 공정 프레임에서 바라본다는 것이다. 즉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 불평등을 바로잡기 위해 여성들에게 어떤 특혜나 가산점을 주는 것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견해다.


이런 경향은 미국의 정치철학자 마이클 샌델이 <정의의 한계>(2012)에서도 미국에서 나타난 소수자 특별 우대 정책에 대한 반대 움직임을 조명하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특히 백인들은 대학 입시에서 소수인종에게 가산점을 주는 것이 불공정한 일이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아주 강하다.

다만 20대 남성들이 여성들보다 아주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특징이 있다. 젠더 이슈의 경우, 정부와 관련 없는 젠더 이슈는 대통령 부정평가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여성정책이나 페미니즘에 관련한 젠더 이슈는 남성들에게 부정적인 평가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었다. 한 실례로 지난 2018년 1월 6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 페미니스트 단체들은 초‧중‧고교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 청원을 올리면서 청와대는 빠른 답변을 내놓은 바 있다. 당시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청와대 사회관계망서비스 라이브 방송을 통해"페미니즘 교육은 인권교육과 통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연간 15시간 학교 성교육 의무화 실시가 이때부터 전국의 학교에 시작된 것이다. 페미니즘의 구체적인 시발점은 1789년 여성의 교육과 직업의 자유 등을 제창한 영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의 <여성의 권리옹호>라는 저서에서 시작됐지만, 현시점에서 페미니즘 이슈 자체는 아주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누군가는 페미니즘을 양성평등으로 읽지만, 다른 누군가는 여성우월주의, 래펨(래디컬 페미니즘), 워마드(womad), 꼴페미로 해석하기도 한다. 20대 남성들 가운데 상당수가 페미니스트를 자기 할 일은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자기의 권리만을 주장하는 이기적인 사람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시각 차이는 미러링(mirring) 논란과 워마드 사태를 거치면서 보다 확산됐다.

이 페미니즘 논란도 지난 2017년 2월 16일 싱크탱크 여성정책 토론회에서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 이후 실제로 지표상으로 개선된 것은 거의 없다. 이를테면 지난 21대 국회 들어 민주당 지도부는 이른바 '진보' 정당에 부합하는 성평등 정책과 메시지를 아직껏 제대로 제시한 적이 없다.

174석 슈퍼 여당의 권력을 쥐고도 낙태죄 폐지법과 이상민 국회의원(대전 유성구) 발의로 예정되었던 차별금지법(평등법) 논의도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무책임하고 게으른 이유로 회피했다. 그럼 민주당은 이번 보궐선거에서 왜 패배했는가?

많은 복합적인 원인 가운데 페미니즘 이슈가 약간의 영향을 주었을 수는 있지만, 모든 연령층에서 특히 2030 지지자를 비롯해 남녀불문하고 서서히 이탈해 나갔고 정부와 민주당에 대한 정책의 실망이 전방위적으로 나타난 것이다. 따라서 지금껏 민주당은 '페미니즘 정당'인 적이 단 한 번도 없는데, 페미니즘에 대해 책임을 돌리는 것은 자기모순이다. 이런 자기모순을 진지한 자기성찰과 고민하지 않는다면, 현정권은 두 번의 실패를 또다시 반복할 수밖에 없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대전충남인권연대 뉴스레터에도 실립니다.
#안티페미니즘 #페미니즘 #페미니스트 #자기모순 #성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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