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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저희가 대동강 옥류관 냉면 대접하겠습니다"

[박도의 치악산 일기] 제10화 통일 TV 개국이 조국통일의 징검다리가 되길 기대하면서

등록 2021.05.12 13:45수정 2021.05.12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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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개선문 앞에서 보도하는 통일 TV 진천규 대표 ⓒ 진천규

 
독일의 통일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국이 된 독일은 소련군이 진주한 동독과 서방 연합국이 진주한 서독으로 분할 통치됐다. 그러다가 1949년부터 동독 서독 독립정부가 들어서면서 분단이 공식화됐다. 그런 분단된 동서독이 1990년 10월 3일, 하나의 국가로 통일이 됐다.

패전국도 아닌 한반도가 소련 미국 양 강대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분단이 된 우리로서는 독일의 통일이 부러울 뿐 아니라, 그들의 통일과정을 학습하여 주먹구구식 통일 접근 방식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필자가 학습한바, 독일통일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TV 방송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양 진영을 넘나드는 공정한 방송은 동서독 시민들에게 다시 통일 국가로 합쳐야 한다는 당위성을 일깨워줬음은 무론이다. 또 하나의 국가로 통일이 돼야만 동족상잔의 비극도 막을뿐더러 번영된 복지국가도 이룩할 수 있다는 것을 공감했을 것이다.

그러한 독일에 견주면 한반도의 분단은 정말 억울하다. 우리 조선은 패전국이 아니다. 일제에 강점당했다가 해방을 맞는 줄 알았다. 그런데도 미소 양 강대국은 그들의 이해에 따라 한반도를 분단시켰다. 그러자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7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있다.

그새 한 차례 모진 6·25전쟁을 겪은 뒤 분단을 더욱 고착시켰다. 아직도 강대국의 비싼 무기를 사들여 동족의 가슴에 총을 겨누는 이 사실은 이 땅의 정치지도자뿐 아니라 우리 모두 뼈저리게 반성해야 할 반드시 해결해야 할 당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LA 공항에서(오른쪽부터 권중희 선생, 진천규 기자, 필자) ⓒ 박도

   
'통일 TV' 개국

지난 7일 밤, 기자가 50년 전인 1972년 서울 오산중학교 교사였을 당시 1학년 12반 학생이었던, 통일 TV 진천규 제자로부터 "선생님!" 하는 기쁜 목소리의 전화를 받았다. 사연인즉슨, "통일 TV 개국을 위해 2019년 1월부터 3차례에 걸쳐 과학기술정통부에 방송채널사용사업자 등록신청을 제출해 왔던바, 2년여 만인 지난 5월 6일 등록증을 받았다"라는 소식이었다.


"참 반갑네."

나의 대답 제1성이었다. 순간 그 제자에 대한 추억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1972년 3월 1일 새 교복을 입고 입학식장에서 만난 진천규 학생은 갓 젖을 뗀 송아지처럼 귀여운 소년이었다. 졸업 후 다시 만났을 때는 한겨레신문 사진 기자로 나의 신간 홍보에 리뷰를 써 주었고, 내가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에 가는 길에 로스앤젤레스를 들렀을 때는 안내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6.15 공동선언 서명 후 손을 치켜든 남북 정상 ⓒ 공동취재단

 
그는 1988년부터 판문점 출입기자로, 2000년 남북정상회담 때는 6·15공동선언 평양 취재단으로 김대중-김정일 두 정상의 6.15 공동선언 직후 두 손을 치켜드는 역사적인 사진도 연출하여 촬영한 기자였다. 2017년 5·24조치 이후 한국인 최초로 방북 취재하여 평양은 평온하다는 기사로 전쟁공포 불안감을 씻어주기도 했다. 이후 20차례 가까이 북녘을 취재하여 남녘 동포들에게 북녘의 산하와 그곳 동포들의 사는 모습을 바로 전달하기도 했다.

2018년에는 <평양의 시간은 서울의 시간과 함께 흐른다>는 저서를 남겼고, 2019년에는 그의 이러한 공로로 민화협에서 제18회 민족화해상(통일준비부문)을 수상한 바 있다.
  

평양 대동강(2005. 7. 촬영) ⓒ 박도

 
그날이 오면

올 12월에 개국하게 되는 '통일 TV'는 정파와 종교, 어떠한 이념 등에 구애받지 않고 한민족의 평화공존과 공동번영을 지향하는 콘텐츠를 실정법의 테두리 안에서 제도권 케이블방송 채널을 통해 지속적으로 방송할 것이라 한다. 국내외의 평화통일 관련 콘텐츠를 집대성하고 북녘에 대한 균형 잡힌 시선 제시와 분석, 깊이 있는 토론과 대담 등을 24시간 방송하는 최초의 평화통일전문 케이블방송이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자나 깨나 몽매에도 그리던 통일 TV 개국 소식을 진심으로 축하하면서 개국에 이르기까지 안팎의 따가운 시선과 비판을 잘 견뎌내 조국 통일의 징검다리 역할을 해 줄 것을 기대한다. 언젠가 그가 한 말을 기억하면서 그날을 기다려 본다.

"선생님, 저희가 선생님 모시고 대동강 옥류관 냉면을 대접하겠습니다."

또 다른 한 제자는 김홍걸 의원이다. 나는 그날이 오면 대동강 강변을 산책한 후 시민기자로 다음 제목의 특종 기사를 쓸 것이다.
 
"평양 대동강은 조용히 평화롭게 흐르고 있다."
 
나는 그날을 맞은 뒤 눈 감고 싶다.
#<통일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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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은퇴 후 강원 산골에서 지내고 있다. 저서; 소설<허형식 장군><전쟁과 사랑> <용서>. 산문 <항일유적답사기><영웅 안중근>, <대한민국 대통령> 사진집<지울 수 없는 이미지><한국전쟁 Ⅱ><일제강점기><개화기와 대한제국><미군정3년사>, 어린이도서 <대한민국의 시작은 임시정부입니다><김구, 독립운동의 끝은 통일><청년 안중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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