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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만 기다려 달라는 여행, 이렇게 달래봅니다

김나영 외 9명이 함께 쓴 '우린 다시 여행하게 될 거야'

등록 2021.05.16 19:00수정 2021.05.17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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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겉그림 김나영 외 9명이 함께 쓴 〈우린 다시 여행하게 될거야〉 ⓒ 두사람

 
원래는 작년 6월에 유럽배낭여행을 떠나려 했었다. 인천에서 비행기를 타고 밀라노에 내려, 위쪽 코모를 거쳐 스위스의 루체른과 인터라켄, 프랑스의 샤모니와 아비뇽을 지나 칸과 니스를 거쳐 이탈리아 제노아를 경유해 밀라노에 도착해 다시 인천으로 돌아오는 코스였다.
 
비행기 표는 그 이전 해 가을 경에 예약해 두었다. 그 후에 숙박을 점검해 나가고 있었다. 6명이 함께 하는 여행이라 마음을 하나로 모으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다 코로나가 터졌다. 처음엔 초기라 괜찮겠지 생각했지만 그 불길은 점점 거셌다. 어쩔 수 없이 비행기 예약을 취소하고 모든 계획은 없던 일로 되돌렸다.
 
그런데 나와 같은 상황에 놓인 이들이 한 둘은 아니었을 것 같다. 지금이라도 코로나가 끝난다면 당장 여행길에 나설 분들도 많을 것이다. 바로 그런 분들을 위해 여행에 대한 갈증을 해소시켜 줄 수 있는 책이 있다. 이전에 다닌 여행지를 떠올리며 위안을 삼게 하고, 새로운 마음을 다질 수 있도록 말이다.
 
지난 여행을 정산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험주의자로서 모든 경험은 겪을 때보다 돌이켜 보았을 때 그 의미가 명확해진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떠나지 못하는 지금 주어진 시간을 보내며 당시엔 미쳐 깨닫지 못한 것들을 찬찬히 살펴보려 한다.
 
김나영 외 9명이 함께 쓴 <우린 다시 여행하게 될 거야>에 나온 이야기다. 코로나 때문에 여행할 수 없는 이 시기에, 이전에 다녔던 여행지를 떠올리며 더 깊이 음미할 수 있게 도와준다. 여행족들에게는 그야말로 위로가 될 것이다.

물론 이 책을 쓴 저자들은 여행에 대해 일가견이 있는 분들이다. 여행기자도 있고, 여행계에 몸담고 일하는 분들도 있다. 그러나 일상에서 다른 일을 하면서도 이전의 여행이 그리워 종종 인천공항을 둘러보는 분도 있다.
 
이분들 각자가 다녀온 여행지는 다들 제각각이다. 저마다의 취향과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분은 볼리비아의 우유니를 다녀오기도 했고, 베네치아의 베네토 지역, 스페인의 안달루시아, 탱고의 고장으로 널리 알려진 쿠바의 수도 아바나 등을 둘러봤다.
 
베네치아에 머물던 나흘 동안 나는 하루에 한 번 꼴로 '일부러' 길을 잃었다. 예뻐 보이는 골목을 보면 망설임 없이 들어갔다.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떠돌다가 도시 끝까지 가서 바다를 마주하기도 했다. 어디를 갔었는지 기억도 제대로 나오지 않지만, 이 아름다운 수상 도시를 떠나기로 마음 먹었을 때는 단 한 톨의 아쉬움도 남아 있지 않았다.
 
베네치아 리알토의 예쁜 풍경 앞에 넋을 잃고 길을 잃어버린 엄지희 작가의 말이다. 물론 베네치아 리알토 다리 근처 좁은 골목길 안의 와인 바에서 만난 할아버지를 잊을 수가 없다는 박성혜 작가도 있다. 더욱이 베네치아의 이웃섬 무라노에서 유리 공예품을 만드는 장인에게 깊은 감명을 받은 김나영 작가도 있다. 같은 베네치아지만 그렇게 서로 다른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것이었다.
 
차창 밖을 바라보는데 신기한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공원 같은 곳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앉아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렇게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 와이파이가 되는 곳이었다. 그런데 와이파이가 된다고 무조건 스마트폰이 연결되는 것도 아니었다. 와이파이를 쓰려면 카드처럼 생긴 30분 또는 한 시간짜리 이용권을 사야만 했다.
 
탱고의 고장으로 널리 알려진 쿠바의 아바나 공원을 떠올린 김유미 작가의 말이다. 쿠바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의 후기를 보고 떠났는데, 인터넷 사용은 불편한 게 사실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덕에 남편과 더욱 친밀해졌고, 주변 풍경도 더 많이 들어왔다고 한다. 같은 쿠바를 여행한 양주연 작가는 매일 같이 다른 성량의 라이브 밴드 공연에 발길을 멈추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고 소개한다.
 
그런데 그렇게 좋은 추억 때문에 여행이 그리워지기도 하지만 아픔과 설움이 그 여행지를 소환하기도한다. 그 해 5월 새벽 5시 바르셀로에서 야간 버스를 타고 아비뇽에 도착한 엄지희 작가는 강한 지방풍에 맞서며 20kg이 넘는 캐리어를 끌고 정처 없이 떠돌아다녔다고 한다. 그곳이 허허 벌판인 줄 전혀 몰랐던 것이다.
 
태국 코사무이로 여행을 떠난 김유미 작가 부부에게도 씁쓸한 사연이 있다. 그녀는 종종 여행을 떠나다 보면 촉이 올 때가 있다고 한다. 기차를 놓치거나, 버스에서 잘못 내리거나, 물건을 잃어버리거나 할 것 같은 느낌. 그런데 그곳에서 스노쿨링 장비를 잃어버린 채 50달러나 물어줘야 했던 것이었다.

사실 내가 이 책을 읽게 될 솔직한 이유는 여행지에 관한 정보를 얻고 싶은 마음이었다. 코로나가 끝나면 다시금 유럽배낭여행을 떠날 계획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은 그 부분에 대해 직접적인 제공을 주지는 않지만, 내 나름대로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이른바 안데스산맥의 대자연을 눈앞에서 만날 수 있는 빙하 트레킹, 볼리비아의 우유니 사막과 티티카카호, 페루의 수도 쿠스코와 맞추픽추 여행하기. 알프스의 진주라 불리는 슬로베니아의 블레드에서 호수 전망 호텔에 묵어보기, 노르웨이 3대 트레킹코스 중 하나인 프레이케스톨렌에 올라 피오르 감상하기, 포르투칼에서 아줄레주 타일을 쇼핑하고 달콤한 포트 와인을 마시거나, 스위스 아델보덴 캠브리안 호텔 인피니티 폴에서 눈 쌓인 알프스를 파노라마로 감상하기 등.
 
유럽배낭여행을 떠난다면 그런 곳들을 한두 군데만 돌아봐도 좋지 않을까 싶다. 물론 직접 가보지 않고서도 상상만 할지라도 더없이 행복할 것이다. 이 책이 좋은 이유가 그것이다. 사진과 함께 곳곳의 여행지 추억을 소환해서 그 그리움을 흠뻑 안겨주기 때문에 말이다.
 
코로나가 언제 끝날지, 여행도 언제 떠날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그래도 이전에 다녀왔던 곳곳의 여행지들을 떠올린다면 여행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수 있고, 새로운 여행계획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이 책은 참 좋은 위로의 동반자요 새로운 여행 안내서라 할 수 있다.

우린 다시 여행하게 될 거야 - 잠시 멈춘 우리의 여행 이야기

김나영, 김영미, 김유미, 류진, 박성혜, 안소은, 양슬아, 양주연, 엄지희, 홍아미 (지은이),
두사람, 2020


#김나영 외 9명이 함께 쓴 〈우린 다시 여 #안데스산맥의 대자연을 눈앞에서 만날 수 있 #슬로베니아의 블레드에서 호수 전망 호텔에 #프레이케스톨렌에 올라 피오르 감상하기 #스위스 아델보덴 캠브리안 호텔 인피니티 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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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한 기억력보다 흐릿한 잉크가 오래 남는 법이죠. 일상에 살아가는 이야기를 남기려고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에요.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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