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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순 아침에 꺾어 온 죽순 모습. ⓒ 권성권
죽순을 캐왔다. 아침 일찍 유달경기장 네 바퀴를 돈 후에 그걸 꺾으러 인근 뒷산으로 향했다. 작년에 그곳에서 대나무 몇 개를 베어 와서 텃밭 고추 모종 주춧대로 삼은 적이 있다. 그걸 기억 삼아 오늘 아침 그 산으로 올라간 것이다.
엊그제 비가 와서 그랬을까? 죽순 몇 개가 내 눈에 들어왔다. 바로 그것들을 꺾었다. 물론 예년과는 달리 죽순이 많지 않았다. 앞으로 비가 한두 차례는 더 와야 죽순이 우후죽순 솟아 있을 것 같았다. 순전히 내 느낌이다.
▲ 죽순 죽순 껍질 벗기기 ⓒ 권성권
집으로 가져온 죽순을 이제 벗겨내야 할 차례였다. 어떻게 껍질을 벗겨야 할까? 아무것도 모를 때는 그냥 한 마디씩 벗겨냈다. 시간은 무척이나 오래 걸렸다. 오늘 아침엔 몇 년 전 배드민턴장에서 만난 어르신이 한 말을 떠올리며 그대로 따라 했다.
"죽순은 칼로 절반을 잘라, 위에서 쭉 잡아 댕기면 금방 벗겨져요."
그 분의 말대로 나는 연필 깎는 칼로 죽순 절반을 갈랐다. 그리고는 위에서 쭉 잡아댕겨봤다. 그랬더니 순식간에 죽순 껍질이 벗겨졌다. 와! 신기하고 놀라운 일이었다. 물론 중간에 끊어진 것도 없지 않았다. 그래도 통째로 벗겨내는 기분이 묘하고 좋았다.
벗겨낸 죽순 껍질은 텃밭 모퉁이에다 버렸다. 그곳에서 거름이 되길 바랐다. 그리고는 잘 벗겨낸 죽순 한 모둠을 신문에 싸서 아내에게 가져갔다.
▲ 죽순 죽순 껍질 벗긴 것 ⓒ 권성권
"이걸 어디서 가져왔어요."
"내 아지트가 있지."
"아니, 어디서 가져온 거예요?"
"뒷산에 올라가서 꺾어 왔어요."
"먹을 수 있는 거예요?"
"그럼. 당신 요리 솜씨 좋으니까, 한 번 데쳐서 묻혀봐요."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아내는 순식간에 죽순 요리를 해서 가져왔다. 주방에서 뭔가 소리가 들린 것 같았는데, 그렇게나 빨리 죽순을 묻혀 온 것이었다. 그런데 그 맛이 일품이었다. 아무런 것도 넣지 않고 그냥 데쳐서 맛소금을 뿌린 것 같았는데 말이다. 최고로 좋은 맛이었다.
오늘 아침 밥상은 순 자연산 죽순 무침이었다. 최고로 맛난 반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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