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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발한 엄마의 절규 "제발 살려달라, 제가 빌게요"

[현장 영상] 허희영 카페대표연합회 대표, 국회·정부의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책 마련 촉구

등록 2021.05.25 13:33수정 2021.05.25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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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희영 카페대표연합회 대표(가운데)가 25일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여야 국회의원의 손실보상법 촉구 기자회견 후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에게 빠른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박소희


25일 오전 국회의사당 앞, 기자회견을 마치고 이동하려는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안양동안갑)을 한 시민이 붙잡고 이야기하다 끝내 눈물을 흘렸다. 짧은 머리가 거칠게 자란 허희영 카페대표연합회 대표였다. 

"의원님이 못하고 있다고 하는 게 아니라, 이 사람들이 얘기를 못하고 있다는 게 아니라 안 듣는다고요. 저 죽겠다고 했다고요. 자살한다고. 제발 살려달라고. 얼마나 더 떠들어야... 오시라고요. 내가 가서 빌어볼 테니까."

그는 지난 2월 국회 앞에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코로나19 영업손실 보상책을 요구하며 삭발에 동참했다. 천안의 한 평범한 카페 사장님이었지만 문제 해결을 위해 사방으로 뛰어다니다 'OO연합이라도 있어야 발언할 수 있고, 기자들이 들어준다'는 말에 100명 넘는 사람을 모아 카페연합까지 만든 뒤였다. 

허 대표는 지금껏 민주당, 국민의힘, 정의당 등을 가리지 않고 찾아다니며 빠른 대책 마련을 촉구해왔다. 이날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열리는 손실보상제 입법청문회를 방청하기 위해 국회를 찾았다가 여야 국회의원들이 손실보상제 입법을 결의하며 공동 개최한 기자회견을 지켜봤다. 

"사람들 신용불량 걸리고, 죽고 난 다음에 도울 건가요" 
 

삭발한 엄마의 절규 "제발 살려달라, 제가 빌게요" ⓒ 유성호


기자회견 후 그는 손실보상제 특별법을 대표발의하는 등 이 문제를 두고 꾸준히 목소리를 내온 민병덕 의원에게 거듭 호소했다. 

"1만6000명이 파산하고, 아기 엄마가 자살하고. 노부모 있는데 밤에 사람이 목맸을 때는 그 사람의 심정이 어땠겠냐고요. 이걸 들으면 저는 죽을 거 같아요. 가슴이...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그래도 그런데.... 오늘 신한카드에서 서울의 요식업 16%가 문을 폐업했대요. 서울에서만 16%가 폐업을 했으면 각 지방은 어때요. 내가 죽으면 저 9살짜리 아이는 어떻게 사냐고요!"

등교일이 아니라 따라온 아이는 계단에 걸터앉아 목소리를 높여가는 허 대표를 지켜보다가 그의 감정이 격해지자 가만히 뒤로 다가와 엄마의 등을 토닥였다. 민병덕 의원도 최대한 빨리 해법을 찾겠다며 달랬지만, 허 대표의 눈물은 그치지 않았다.


"7월달에? 8월달에? 9월달에요? 7월달에요? 오늘 사람들이 신용불량 걸리고 연체 걸리고 가게에 차압 들어오고 하는데, 6월달에 하실 거예요? 7월달에 하실 거예요? 다 죽고 난 다음에... 왜... 왜 언론은 그러고 있냐고요. 말도 못하고 그냥 죽었어요. 사람들이 아무 소리 못하고 자살을 했는데, 저처럼 고함도 못 질러보고 죽었잖아요. 사람들이, 나라의 국민이..."

잠시 떨어져 있던 아이는 허희영 대표와 민병덕 의원의 대화가 끝나자 다시 엄마 곁으로 돌아왔다. 허 대표의 눈물은 여전히 그치지 않았다. 아이도 한참 동안 엄마를 꼭 끌어안고 있었다.

"가게 비워 놓고 도망 가는데... 대책이 늦어도 너무 늦었다"

허 대표는 <오마이뉴스>와 만나서도 "(정부와 국회의 대책 마련이) 너무 늦었다"고 호소했다. 그는 "집합금지·제한업소는 이미 문 닫은 상태이고, 사람들이 대출을 받아도 안 되니까 제2금융권 갔다가 이자 못 내서 사채 쓰고, 또 사채에 사채를 쓰다가 바닥에 처박혀 있다"라면서 "한강에 빠져 죽고, 전기세 13만 원 석 달치를 못 내서 전기가 끊기고, 가게 비워 놓고 도망간 사람도 있다"라고 안타까워했다. 

허 대표는 또 "우리가 얘기할 때 2월이든 3월이든 긴급 대출하고, 추경할 때 신용등급 안 보고 (지원)했으면 사람들 안 죽어 나갔다"며 "너무 늦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산자위 입법청문회장 안에는 인원 제한 탓에 들어가지 못하지만, 회의장 앞에서 공무원이든 국회의원이든 붙잡고 물어보고 싶다고도 했다.

"이 상황을 모르는 건지, 알고도 이러는 건지... 이렇게 해서 8월, 9월까지 끌고 가서 대선에 써먹으려고 하는 건지... 그땐 늦었다니까요." 
#코로나19 #손실보상제 #자영업자 #소상공인 #민병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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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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