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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성 무고 98년생 김현진' 오명 지운 법원 "공익 목적의 폭로"

성희롱 메시지·민증 무단 게시 등, 박 시인에 "1100만원 배상하라" 판결... 박씨 "항소할 것"

등록 2021.05.25 17:52수정 2021.05.26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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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내서 몇 자 적어봅니다. 작년 미성년자인 저는 저보다 나이가 20살 많은 시인에게 성희롱을 당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미성년자였던 김현진씨가 2016년 10월 19일과 20일 이틀에 걸쳐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고발한 박진성 시인에 의한 성희롱 피해 폭로가 민사법원의 1심 선고를 통해 처음 "허위로 보기 어렵다"고 인정됐다. 원고인 박씨가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피해를 호소하며 김씨를 상대로 낸 3천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됐다. 지난 21일 청주지방법원 영동지원 노승욱 판사의 판결이다.

"허위가 아니다"
 
 당시 미성년자였던 김현진씨가 2016년 10월 19일과 20일 이틀에 걸쳐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고발한 박진성 시인에 의한 성희롱 피해 폭로가 민사법원의 1심 선고를 통해 처음 "허위로 보기 어렵다"고 인정됐다.
당시 미성년자였던 김현진씨가 2016년 10월 19일과 20일 이틀에 걸쳐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고발한 박진성 시인에 의한 성희롱 피해 폭로가 민사법원의 1심 선고를 통해 처음 "허위로 보기 어렵다"고 인정됐다.envatoelements
 
김씨가 "문단의 공적 인물이라 할 수 있는 원고의 부당한 언행을 폭로하고 재발 방지 등을 유도하기 위한 공익적 목적에서" 피해 사실을 알렸으며, "당시 글에 담긴 내용은 모두 진실하거나 진실하다고 믿는 데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봐야 한다"는 결론이었다.

-2015년 10월 2일
"우리 현진이/나랑 약속 하나/할래?/어떻게 해도/나 안 버린다고/ 선생/ 내가 성폭행해도 안 버린다고"

-2015년 10월 7일
"나는/빵현진이 먹고싶당"


반대로 김씨가 박씨를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은 일부 받아들여졌다. 박씨가 김씨에게 보낸 위 두 건의 카카오톡 메시지는 "일상 생활에서 허용되는 단순한 농담, 호의적인 언동을 넘어 피고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함으로써 피고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위법행위로 불법 행위를 구성한다"고 봤다. 정신적 손해배상을 위한 위자료 액수는 100만 원이 책정됐다.

또한 2019년 3월 박씨가 김씨의 무고를 주장하며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돈을 목적으로 허위로 누군가를 성폭력범으로 만드는 일은 다시는 없길" 등의 글 또한 김씨의 폭로글 자체를 허위사실로 볼 수 없으므로 김씨의 인격권을 침해한 위법행위에 해당 한다고 봤다. 김씨의 사진과 주민등록증을 게시한 점도 주민등록법 벌칙 조항과 초상권 침해 등을 적용했다. 이 글들에 대해선 1천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노 판사는 특히 김씨와 박씨가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를 일부를 인용하면서 "그 내용이 매우 구체적이고 명확할 뿐 아니라 대체로 사실과 부합해 통화 과정에서 '여자는 남자 맛을 알아야 한다. 여자 맛도 알아야지'라고 말했을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판시했다.

폭로 당시 사회적 배경도 언급했다. 노 판사는 "당시 다수 문단 내 여성 작가들과 기타 여성 사회 운동가들이 이른 바 문단 내 성폭력 관련 폭로자들에게 사회적 지지를 보내주고, 다른 피해자들이 심적 부담 없이 피해 사례를 제보하도록 조치를 준비하거나 실행한 점을 고려하면 김씨의 작성 경위가 충분히 수긍된다"고 봤다.


"돈을 위해서가 아니다"

노 판사는 특히 김씨가 돈을 목적으로 폭로를 했다고 주장하는 박씨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았다.

"김씨가 이 사건 최초 게시글을 게시한 후 먼저 박씨에게 연락하지 않았고 박씨가 먼저 김씨에게 연락한 것으로" 보이고, '도움은 괜찮구요. 주실려면 전 돈이 좋습니다'라는 김씨의 카카오톡 메시지는 "박씨가 김씨를 돕고 싶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자 이를 거절하는 과정에서 보낸 것"이라고 봤다.

"박씨가 김씨에게 상담 치료가 필요하면 그 비용을 보내주겠다는 메시지도 보냈으나 김씨는 답변하지 않았고 그 밖에 금전을 요구한 사정은 나타나 있지 않다"고도 덧붙였다.

"피해자다움을 단정해선 안 된다"

노 판사는 김씨가 성희롱 피해 이후에도 다정한 메시지를 보냈다고 주장하는 박씨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피해자다움'을 덧씌워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성희롱 피해를 당한 사람으로 보기 믿기 어려운 행동을 보였다고 하지만, 성희롱 피해를 당한 경우 마땅히 전형적인 모습이 드러나거나, 어떤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식의 사고는 피해자다움의 행동 양식이 존재한다거나 그것이 부족해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단정해선 안 된다."

-2015년 10월 12일
"경상북도 A시 B길 (김씨의 학교 주소) 찾아갈까. 모르는 척 학생들한테 물어봐야지. 김현진이 누구냐고."


나아가 당시 만 17세였던 피해자의 나이를 언급하며, 2015년 10월 12일 박씨가 피해자에게 학교 주소를 언급한 대목을 다시 언급했다. 노 판사는 "김씨의 행동에 일부 비합리적인 부분이 있다 해도 당시 김씨의 연령 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부분은 박씨가 자신이 다니는 학교 이름과 주소를 알아낸 뒤 찾아오겠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시인 "궁예의 관심법 판결... 정황 증거에 불과"

한편, 박씨는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해당 선고를 "궁예의 관심법 판결"이라고 맹비난했다.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낸 이전 소송에선 인정되지 않은 의혹들이 사실로 인정됐다는 반발이었다.

항소 입장도 밝혔다. 박씨는 "직접 증거로 제출된 건은 카카오톡 전문이 전부고 나머지는 정황 증거이고 추측에 불과하다"면서 다시 김씨가 성희롱 피해 이후 자신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를 언급했다. 그는 김씨가 보냈다는 '내일 (2015년 10월 9일) 어떻게 하실거에요' 등의 메시지를 제시하며 "노 판사는 명백한 증거보다 개연성이 더 중요한 증거인가 보다"라고 말했다.

반대로 김씨 측은 항소를 통해 1심 판결에서 성희롱 피해로 인정받지 못한 사실들을 더 다퉈볼 예정이다. 피해자의 실명 보도를 당부하기도 했다. 

김씨 측 변호인인 이은의 변호사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98년생 무고녀 김현진이라는 이름으로 피해자가 장기간 공개적으로 2차 가해를 받은 사건으로, 그 명예훼손이 인정된 첫 판결이다"라면서 "피해자는 실명을 감추지 않고, 지금까지 일어난 명예회복의 일환으로 실명 보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라고 밝혔다.
#박진성 #성희롱 #미투 #문단내성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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