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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에 가볼 만한 장소, 모란시장이 전부가 아닙니다

[경기 별곡] 성남 1편, 아픈 과거를 딛고 새로운 미래를 그려가는 다이내믹한 도시

등록 2021.05.28 14:01수정 2021.05.28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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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경기 별곡 시리즈도 반환점을 돌았다. 멀리서 보면 비슷비슷한 경기도의 도시지만 애정을 가지고 가까이서 지켜보면 저마다 고유의 역사와 문화를 간직하고 다른 지향점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 도시의 여정을 시작하며 과연 어떻게 다뤄야 할지 고민도 들었고, 어디를 어떻게 돌아야 이 도시만의 특징을 정확히 집어낼 수 있을지 걱정도 많았다. 서울의 동남부에 자리해 있고, 분당이라는 일개 구가 본 도시보다 유명한 곳, 경부고속도로 서울요금소가 위치한 곳, 바로 성남이라는 도시다.
 

분당신도시 서현역 번화가 우리나라의 1기 신도시 중 하나인 분당신도시는 쾌적한 주거환경과 풍부한 녹지 편리한 교통으로 주목받았다. ⓒ 운민

 
그동안 성남을 설명하기 다소 껄끄러웠던 이유는 성남이란 도시의 명칭을 봐도 알 수 있다. 남한산성의 남쪽에 있다 하여 붙여진 성남 도시 탐방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앞서 이 도시가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알기 위해 역사를 간단히 다뤄보고자 한다.


성남 시민에게 있어서 광주 대단지 사건은 지금도 큰 아픔으로 다가오지만 어쩌면 성남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8.10 성남 항쟁으로 불리는 그 사건은 박정희 정권 중반인 1960년대 후반에서 1970년대 초반 시절 서울의 무허가 빈민촌 정리 계획이 발단이 되었다.

당시 서울 시내 곳곳에 있었던 무허가 저택을 철거하고 그 사람들을 시민아파트로 옮기거나 광주시 중부면 일대(지금의 성남시) 10만 명이 살 대규모 주거지를 만들어서 이주시키는 것이었다. 당시 청계천과 서울역 일대에 살던 빈민들은 '다시는 서울로 이사오지 않겠다'라는 서약서를 쓰고 트럭에 이불과 가재도구를 싣고 너나 할 거 없이 지금의 성남으로 대규모 이주를 하게 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이주한 땅의 상태였다. 주민들이 주택단지에 도착해보니 허허벌판 빈 땅만 마련되어 있었고, 오직 언덕배기에 금만 그어놓은 자리에 1가구당 텐트 하나씩만 제공하는 게 전부였다. 도로는 물론 비가 오면 진창길로, 눈이 오면 빙판길로 변하는 동네였고, 상하수도 시설은 물론 상권이나 업무시설도 없었다.

주변에 일자리도 없어서 생계를 유지하려면 서울로 나가야 하는데 교통수단은 오직 서울시영버스 270번 6대가 다였다고 한다. 한 마디로 서울에 살던 빈민들을 깎아놓은 산비탈에 내팽개치고 온 꼴이었다.

하지만 제8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난 직후인 1971년 6월, 관할 행정 당국인 경기도청은 주민들에게 토지대금을 납부하라는 고지서를 발부했다. 처음 약속했던 가격에서 최소 4배에서 8배에 이르는 가격으로 주민들은 결국 참다못해 성남출장소로 달려가 격한 항쟁을 시작하게 되었다. 투쟁과 면담의 과정이 이어지는 끝에 8월 12일, 서울시장 양택식은 방송 담화로 광주대단지(성남출장소)를 성남시로 승격하고 지금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아픈 역사가 많았던 성남이지만 분당신도시의 탄생으로 인해 시의 역사에 새로운 변곡점이 생겼다. 우리나라 신도시 원조격이라고 할 수 있는 도시가 고양의 일산신도시와 그리고 성남의 분당신도시라 일컫어진다. 1기 신도시 계획의 핵심 신도시이기도 하면서 주거환경이 다른 신도시보다 압도적으로 우수하다. 교통은 물론이고, 주변인프라도 괜찮으면서 녹지공간도 우수하기 때문이다.

곧이어 2기 신도시 중 하나인 판교 신도시가 분당 건너편 경부고속도로 판교분기점 부근에 조성되면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문제는 이런 신도시들과 기존 성남 구도심이 아예 별개의 도시로 나아가는 듯한 인상을 준다는 점이다.

비슷한 예로 고양의 일산신도시가 있다고 하나 적어도 고양에서 가장 잘 나가는 동네라는 인식도 있고, 일산신도시의 동네마다 고양을 알리는 표지판이 걸려있다. 하지만 분당신도시에서는 여기가 성남이라는 걸 알리는 시설이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심지어 소방서, 경찰서도 분당경찰서, 소방서라 따로 적혀서 나온다. 이런 이야기는 성남을 여행하면서 좀 더 세세하게 살펴보도록 하겠다.
 

성남을 대표하는 공원 분당 율동공원 원래의 자연을 되살린 가족공원으로 유명한 율동공원은 번지점프장 책테마파크를 잘 갖추어 가족들에게 인기가 많다. ⓒ 운민

 
아무튼 다사다난한 도시 성남이지만 현재 경기도 수원, 고양, 용인에 이어서 4번째로 인구가 많고, 특히 꽤 많은 수의 IT기업의 본사, 이를테면 우리가 알 만한 네이버, 엔씨소프트, 안랩, 넥슨, 아프리카 tv 등이 입점해 있다.

하지만 성남으로 여행을 간다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도시의 역사가 이제 막 50년을 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 도시의 어디를 방문해야 하는 고민도 많을 것이다. 기껏 해야 성남과 경기도 광주 사이 고개 너머에 있는 남한산성을 언급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남한산성의 행정구역은 광주시에 속해 있으니 다른 편에서 언급하는 게 옳다. 
 

분당신도시에 입점한 네이버 본사 성남에 위치한 분당, 판교 신도시에는 it기업의 본사가 상당수 입점해 있다. ⓒ 운민

 
그럼 성남을 가려고 할 때 과연 가볼 만한 장소가 있을까 물으신다면 여긴 꼭 가야 한다. 이런 장소는 없을지 몰라도 함께 돌아볼 만한 포인트는 많다고 자부할 순 있다. 그리고 앞으로 그런 장소가 많아질 것이라 장담한다.

우선 녹지비율이 경기도의 다른 도시들보다 높기에 경관이 아름다운 공원이 유독 많다. 시내 중심은 강남까지 이어지는 탄천이 흐르고 있고, 중간엔 분당천이 분당중앙공원을 거쳐 율동공원까지 이어지고 있다. 구시가지에는 성남을 넘어 전국적으로 명성을 떨치는 모란시장이 있다. 
 

분당신도시를 관통하여 두개 공원을 거쳐 탄천으로 이어지는 분당천변 성남을 남북으로 관통하는 탄천이 흐르고 탄천으로 합류하는 분당천은 분당을 대표하는 두개의 공원을 이어준다. 그리고 자전거 도로가 잘 갖춰져 이 길을 따라 출퇴근 하는 사람도 꽤 있다고 한다. ⓒ 운민

 
비록 역사는 짧지만 현재도 5일장으로 열리고 있으며 장이 열리는 날이면 인근 도로인 성남대로와 중앙대로는 교통체증을 겪는다. 성남시민은 물론 수원, 용인, 서울, 하남 등에서 수많은 어르신들이 찾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식용 개고기 즉 보신탕을 파는 시장으로 명성을 날렸지만 지금은 현대화되었고, 구획이 잘 이루어지면서 다양한 먹거리와 볼거리 많은 시장으로 다시금 태어났다. 모란시장 뒤편으론 기존의 성남 시가지가 펼쳐져 있는데 도로의 경사가 장난이 아니다. 
 

성남의 대표적인 고찰 봉국사 역사가 고려시절로 올라가는 봉국사는 조선 현종 때 왕실 사찰로 규모가 커져 지금에 이르고 있다. ⓒ 운민

 
급격한 도시개발로 산을 깎아서 만들어졌기에 기어를 올리지 않고서는 차도 지나가기 어려운 경사고, 눈이 오는 빙판길에는 어떻게 이런 경사를 오를까 걱정이 되었다. 경사를 오르내리길 수차례, 주택과 아파트로 가득한 도심 속에서 갑자기 큰절에서 보임직한 산문이 나를 마주했다. 바로 성남에서 가장 유명한 고찰인 봉국사다.

고려시대로 역사가 거슬러 올라가는 봉국사는 조선 현종 시기 명혜, 명선 두 공주의 명복을 빌기 위하여 절을 중창하면서 이름을 봉국사로 지었다고 한다. 사방이 아파트로 둘러싸여 있었지만 고즈넉한 산사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첫 출발이 좋다. 이제 새로운 도시인 성남을 함께 본격적으로 둘러보도록 하자.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일주일 후 작가의 브런치https://brunch.co.kr/@ugzm87와 블로그 https://wonmin87.tistory.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강연, 취재, 출판 등 문의 사항이 있으시면 ugzm@naver.com으로 부탁드립니다. 글을 쓴 작가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으시면 탁피디의 여행수다 또는 캡틴플레닛과 세계여행 팟캐스트에서도 찾아 보실 수 있습니다. 경기별곡 시리즈는 http://www.ohmynews.com/NWS_Web/Series/series_general_list.aspx?SRS_CD=0000013244에서 연재됩니다.
#경기도 #경기도 여행 #성남 #성남여행 #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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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인문학 전문 여행작가 운민입니다. 현재 각종 여행 유명팟케스트와 한국관광공사 등 언론매체에 글을 기고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경기도 : 경기별곡 1편> <멀고도 가까운 경기도 : 경기별곡2편>, 경기별곡 3편 저자. kbs, mbc, ebs 등 출연 강연, 기고 연락 ugzm@naver.com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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