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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의투표 금지'했던 선관위의 변신, 1년 만에 "허용해야"

선관위, 국회에 정당가입 연령도 만 16세로 하향 제안... 선관위원 대거 교체 효과?

등록 2021.05.28 13:40수정 2021.05.28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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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관위가 지난 25일 국회에 보낸 정치관계법 개정의견서. ⓒ 선관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학생과 청소년 대상 모의투표를 허용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정치관계법 개정의견서를 국회에 냈다. 과거 큰 문제없이 진행됐던 모의투표 교육을 2020년 2월에 갑자기 금지한 지 1년여 만에 다시 태도를 180도 바꾼 것이다.

선관위의 모의투표 방침... 허용→금지→허용

28일, 선관위가 국회에 접수한 '정치관계법 개정의견서'(5월 25일자)를 살펴봤다. 이 의견서에서 선관위는 '교육목적의 모의투표 허용'과 '정당가입 가능연령 만 16세 하향' 등을 제안했다. 선관위는 의견서에 적은 제출배경에서 "시대 흐름에 부응하고 지난 선거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각계 의견을 수렴했다"고 밝혔다.

앞서 선관위는 지난해(2020년) 2월 6일, 전체 위원회를 열고 '교육청과 교원이 실시하는 모의투표 금지'를 발표한 바 있다.

이 당시 선관위는 "선거권이 없는 학생을 대상으로 선거가 임박한 시기에 교원이 교육청의 계획 하에 모의투표를 실시하는 것은 행위양태에 따라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행위"라면서 "공직선거법에 위반될 수 있다"고 금지 결정했다. 공직선거법 86조에 따라 "공무원인 교직원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는 것은 금지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이처럼 결정했던 선관위가 1년 3개월 뒤 국회에 낸 의견서에서는 "선거권이 없는 청소년 대상 모의투표는 공직선거와 직접 관련이 없는 교육목적의 여론조사"라면서 "선거여론조사(규정)에서 제외해 원활한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선관위는 "교육청과 교원 등이 주체가 되어 실시(후원 포함)하는 모의투표도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이 같은 의견서를 낸 배경에 대해 선관위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에 "지난해에도 선관위가 모의투표를 원천적으로 막은 것은 아니었다"면서 "주요 선진국들이 모의투표를 모두 허용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모의투표가 가능하도록 선거 관련법을 개정하자고 제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선관위는 2020년 2월 이전에는 현행법으로도 학교 모의투표가 가능하다고 여러 차례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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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13일 오전 교육시민단체 대표들이 모의선거 교육을 불허한 중앙 선관위를 항의방문하기 위해 정문을 들어서고 있다. ⓒ 윤근혁


지난해 선관위의 갑작스런 모의투표 금지 결정에 강력 반발했던 징검다리교육공동체의 박영윤 사무처장은 "모의투표는 교육선진국 모두가 권장하고, 심지어 한국 선관위조차 동영상을 만들어 권장해왔던 사업"이라면서 "이러던 선관위가 지난해 갑자기 모의투표 금지를 결정하는 황당한 행동을 해서 민주주의 교육을 퇴보시켰다. 이제라도 국제적인 상식에 맞는 모습을 보여 늦었지만 다행"이라고 지적했다.

'정당 가입 가능연령을 기존 만 18세에서 만 16세로 낮추자'고 제안한 선관위의 제안에 대해서도 찬반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선관위는 의견서에서 "정당의 구성원 자격은 되도록 많은 사람에게 개방되는 것이 민주주의 원칙에 부합된다"면서 "정당가입 가능연령을 하향하여 정당 활동의 자유를 확대 보장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관위 "정당 가입연령 입법으로 제한, 우리나라가 유일"

이에 대해 보수적인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지난 27일 성명에서 "선관위가 내년 교육감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고교생 전체의 정당가입 허용을 추진하려는 의도가 무엇인지 의문스럽다"면서 "정당 가입연령 인하 제안은 여권이 추진하는 투표 연령 16세 인하를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반대 태도를 분명히 했다.

이에 반해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한국YMCA전국연맹, 21세기청소년교육공동체 '희망',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374개 청소년교육인권단체가 모인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는 "정당 가입 나이 제한을 없애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이 단체는 성명에서 "영국, 독일, 프랑스, 미국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 정당 활동 연령을 제한하는 법률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정당 활동과 선거운동의 자유를 가로막는 연령 제한은 이미 정치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청소년의 존재를 불법으로 만드는 일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선관위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에 "선관위가 정당가입 연령에 대한 외국 입법사례를 조사해봤는데, 우리나라가 정당 가입연령을 입법적으로 규제하는 유일한 나라"라면서 "외국은 정당 가입연령을 법이 아닌 당헌당규에서 규정토록 하고 있는데, 그 나이가 15~16세가 많아 이번에 우리나라도 가입 연령을 16세로 내리자고 제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선관위의 태도 변화 배경에는 지난해 11월 부임한 노정희 선거관리위원장을 비롯한 선관위원의 큰 폭 교체 효과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박근혜 등 이전 정부 시절 임명된 6명의 선관위원 가운데 5명이 2020년과 2021년 교체된 바 있다.  
#모의투표 #선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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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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