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전 뒷산, 누가 이 산의 진짜 이름을 모르시나요?

중앙공원, 간전뒷산, 공주대학교 옥룡캠퍼스 윗산 등으로 불린 이곳

등록 2021.05.31 10:33수정 2021.05.31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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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이맘때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었다. 중고제 판소리의 대가 '김창룡(1872~1943)'과 근대 오명창에 속하는 '이동백(1866~1949)'의 유허지가 있는 공주시 옥룡동 대추골을 찾았다.


그 두 해 전 대추골은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선정되었기에 가뜩이나 좁고 어두운 골목길에는 빈집까지 많아 스산했다. 궂은 날씨와 동네 분위기 탓에 당일엔 유허지 두 곳만 확인하고 부리나케 동네를 빠져나왔다.
 

대추골 전경 사진 오른쪽의 높은 건물은 유관순 열사가 잠시 수학했던 '영명학원'으로 영명재단에서 운영한다. 사진 왼쪽의 산 말랭이에 밭이 보이는 곳을 마을 사람들은 '간전 뒷산'으로 불렀다. ⓒ 박진희

 
그리고 올봄, 지인의 텃밭에 쌈 채소를 뜯으러 간 일이 있다. 텃밭은 통칭 '공주대 옥룡캠퍼스'라고 불리는 국립공주대학교 간호보건대학 부근에 있었는데, 캠퍼스 뒤편에 있는 산마루를 보고 여러 궁금증이 일었다. 그래서 이리저리 수소문을 해봤지만, 정확한 산 이름조차 아는 이가 없었다.

그러다가 대추골에서 50년 이상 산 주민을 통해 가장 근래에 사용된 산 이름이 '간전 뒷산'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여기서 '간전'이란 공주대학교 옥룡캠퍼스의 전신인 '국립공주간호전문대학'의 교명을 줄인 명칭이다.

국립공주간호전문대학은 1963년 4월에 공립 공주간호고등기술학교로 설립됐다. 1972년 공주간호전문대학으로 개편했으며, 1981년 현재의 위치인 충청남도 공주시 우금티로 753으로 신축, 이전했다고 한다. 이후 1998년 공주문화대학으로 교명이 변경되었다가 2001년 3월에 국립공주대학교와 통합되었다.

학교 연혁으로 보아 '간전 뒷산'이란 이름은 1981년을 전후하여 불렸을 것으로 짐작된다.

상상을 초월한 '간전 뒷산', 말랭이 광경과 마주하다
 

공주대학교 옥룡캠퍼스 윗산 말랭이에는 주민들이 일구는 경작지가 드넓게 펼쳐져 있다. ⓒ 박진희


지인의 텃밭에 갔다 와서 며칠 지나지 않아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간전 뒷산 꼭대기까지 가 보기로 결심했다. '아! 이런 곳에 이런 것이 있다니.' 지인의 텃밭 옆으로 난 샛길을 따라 올랐다가 눈 앞에 펼쳐진 드넓은 경작지를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공주시에서 '중앙공원'을 만들려고 계획을 세웠다가 예산이 없어 포기했다느니, 대전 사는 사람이 아파트를 짓기 위해 사려 했다느니, 여러 설이 들렸는데 그러한 풍문이 이해될 만큼 넓은 공간이었다.

마침 풀 뽑으러 밭에 나와 계시던 할아버님께 여쭈니, 이곳 대부분은 인근 대추골, 중골, 옥룡1길, 옥룡2길, 우금티로에 사는 주민들이 경작하고 있는 사유지가 많다고 한다.

5월 말, 대추골에 있는 '김창룡' 유허지 골목에서 36년간 살아온 주민 댁을 방문한 일이 있다. 집 뒤 샛길로 오르면 '간전 뒷산'이 나오고, 본인들도 샛길을 오르내리며 몇 년 전부터 텃밭 농사를 짓고 있다고 했다.

또한 며칠 전, 공주시 우금티로의 옥룡주공아파트 뒷길에 수로가 보여 그곳을 따라 산에 올랐다가 '간전 뒷산'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알아냈다. '중골' 마을에 보이는 샛길도 옥룡1길과 옥룡2길에 난 샛길들도 '간전 뒷산'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확인했다.
 

1910년대 공주시 옥룡동 전경이다. 지역 향토연구가인 '장길수' 선생은 논과 밭이 대부분인 사진의 이곳이 '대추골'이라고 말한다. ⓒ 공주시문화도시센터

 
최근 공주시 감영길에 갔다가 가로수에 걸린 사진 한 장을 발견했다. 공주시문화도시센터에서 게시한 사진 귀퉁이에는 1910년대 옥룡동 일대라고만 설명이 되어 있었다. 다행히 그곳 부근에서 열린 행사장을 찾았다가 향토연구가 한 분을 뵙게 되어 사진에 대해 여쭈니 공주시 대추골 일대가 맞다고 답하셨다.

내친 김에 간전 뒷산에 관해 궁금했던 것도 여쭤봤다. 정확한 산 이름은 떠오르지 않지만, 옛 지도에는 산 이름이 적혀 있다고 말씀하신다. 

"인근에 '대통교'가 있잖아요? 보통 다리 이름에 절 이름을 따서 붙이지는 않는데, 후대에 사람들이 소통하기 쉬우니까 그리 이름이 지어졌을 거예요. 공주 사람들이 반죽교라는 정식 다리 이름 대신 인근에 있는 공주우체국을 기준해서 '우체국다리'라고 부르는 것도 같은 이치지요."

향토연구가 말씀의 요지는 '간전 뒷산' 역시 정확한 산 이름이 있지만, 지역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는 국립공주간호전문대학을 기준으로 별칭을 만들어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간전 뒷산'으로 오르는 길에 산에서 물이 내려온 흔적을 발견했다. ⓒ 박진희

 
아직은 발견하지 못하고 있지만, 여러 사람한테서 간전 뒷산 꼭대기에는 샘물이 솟고 있다고도 들었다. 일제시대 이전부터 많은 사람이 간전 뒷산을 개간하여 밭작물 경작이 가능했던 건 큰 샘이 존재했기 때문일 것이다.

국립공주대학교 옥룡캠퍼스 뒤 간전 뒷산에서 내려오다 물이 흐르던 골짜기도 발견했다. 대추골 산마루에서 흐른 이 물은 마을 오른쪽으로 돌아 흘러서 금강에 가까운 옥룡동 버드나무길로 빠졌다고 한다. 현재는 대추골과 버드나무길을 흐르던 하천은 모두 복개하여 흔적을 찾기 힘들다.

산 밑으로 내려오니 2019년 음산한 동네 분위기에 눌려서 오르지 못했던 장소가 나타났다. 언제 어떤 생물이 튀어나올지 몰라 작대기 하나를 들고 찾았던 이동백 명창의 유허지도 한눈에 들어왔다.

자료가 많이 남아 있지 않은 마을의 원형을 더듬어 찾는 건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숨은 이야기는 너무도 흥미진진했다. 때문에 아직 못 다 푼 숙제 같은 간전 뒷산의 큰 샘도 서둘러 찾아볼 작정이다.
#대추골 #도시재생뉴딜사업 #국립공주간호전문대학교 #영명동산 #중앙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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