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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장관이 가습기 살균제 가해기업 대변인인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 해결 촉구 기자회견... "대전충남 사망자 105명, 신고율 0.7%"

등록 2021.06.02 15:00수정 2021.06.0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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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보건시민센터와 대전충남 시민단체들은 2일 오전 대전 서구 둔산동 이마트둔산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전충남지역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현황을 공개하고 진상조사와 사과, 피해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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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보건시민센터와 대전충남 시민단체들은 2일 오전 대전 서구 둔산동 이마트둔산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전충남지역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현황을 공개하고 진상조사와 사과, 피해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사진은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이 대전지역 가습기 살균제 피해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대전충남지역 시민단체들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특히, 한정애 환경부장관이 가해기업 대변인을 자처하고 있다며 한 장관과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조사를 해 온 환경보건시민센터와 대전환경운동연합, 대전YMCA 등은 2일 오전 대전 서구 둔산동 이마트둔산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전충남지역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현황을 공개하고, 이에 대한 진상조사와 피해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이날 대전충남지역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현황을 발표한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8월 31일이면 가습기 살균제 피해가 세상에 알려진 지 딱 10년이 된다. 10년이면 어느 정도 진상파악이 되고, 피해대책도 나와서 이제는 재발방지를 걱정하는 시기여야 한다"며 "그런데 전혀 그렇지 않다. 최소한 피해자가 누구인지, 가해자가 누구인지 기본적인 사건의 ABC는 조사가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가습기 살균제 건강 피해자는 95만 명으로 추산되는데, 현재까지 신고자는 7447명이고, 이 중 피해자로 인정받은 구제대상은 4114명뿐이다. 기업이 배상한 피해자는 700명도 채 안 된다는 것.

대전충남의 경우에는 전체 가습기살균제 사용자 61만9648명 중 건강 피해자는 6만6004명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피해신고는 479명뿐이고, 이 중 사망자는 105명이다. 구제 인정자는 303(대전166·충남137)명이고, 이 중 사망자는 68(대전40·충남28)명이다. 건강 피해자 중 신고율은 0.7%에 불과하며 200명에 1~2명꼴이다.

최 소장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망자 사진을 가리키며 "이 아이는 이마트에서 판 옥시제품 '옥시싹싹'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다가 고1 때 사망했고, 생후 110일 된 영아도 같은 제품을 사용했다가 사망했다"며 "옥시싹싹은 전체 가습기 살균제 1000만개 중 절반이상을 판매했고, 그 피해자도 굉장히 많은 제품"이라고 말했다.

이어 "슈퍼마켓에서 판 물건 하나 때문에 사람이 한두 명만 죽어도 엄청나게 큰 일 아닌가, 그런데 대전시민 105명이 죽었다. 공식 인정된 사망자만 해도 40명"이라면서 "이는 새 발의 피다. 대전시민 무려 25만 4000명이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것으로 추산된다. 그 중 10%인 2만7145명이 건강피해자다. 실제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사람만 2만 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데도 이 제품을 팔았던 기업도, 정부도 모두 나 몰라라 한다. 기업과 정부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피해자들을 찾아내고, 배·보상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면서 "그렇게 진상규명에 나서야할 정부 책임자인 한정애 환경부장관은 '가습기 살균제 진상규명은 다 끝났다'고 말했다. 정부가 마치 가해기업들의 대변인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한 장관은 지난 5월 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가습기살균제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는 이미 끝났고, 계속해서 '진상조사화' 되는 데 우려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최 소장은 "가습기 살균제 진상규명이 끝났다고 하면 누가 가장 좋아하겠는가, 가해기업·살인기업이 좋아하지 않겠는가"라며 "이런 식으로 엉망진창으로 이 사건을 마무리하면,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 또 일어나지 않겠는가,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와 배·보상, 재발방지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가습기 살균제 문제는 결코 끝낼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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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보건시민센터와 대전충남 시민단체들은 2일 오전 대전 서구 둔산동 이마트둔산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전충남지역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현황을 공개하고 진상조사와 사과, 피해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사진은 피해자 유족 김태종 씨가 발언하는 장면. ⓒ 오마이뉴스 장재완

     
이날 기자회견에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유족도 참석해 발언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유족 김태종씨는 "아내가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후 13년 동안 투병생활을 하다가 지난 해 8월 사망했다"며 "원래 교회에서 성가대를 할 정도로 폐활량이 좋았었지만, 옥시싹싹을 사용한 후 갑자기 숨을 못 쉬겠다고 했고, 나중에는 목을 절개해 인공호흡기를 달고 살다가 끝내 하늘나라로 갔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 가습기 살균제를 만들어 판매한 기업들은 우리나라 대기업들이다. SK, 애경, 이마트, 옥시, 롯데마크, 홈플러스, GS 등 그런 재벌그룹들이 지금 피해자들에게는 나 몰라라, 배째라 하고 있다"면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망자만 1008명이다. 환경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숫자만 해도 이렇게 많다. 단일사건으로 1008명이 죽은 사건이 어디 있었는가, 이 사건은 화학제품 테러나 다름없다. 그런 테러를 저지른 기업들이 배째라하고 있는데 정부는 뭐하고 있는가"라고 분개했다.

그러면서 "아니 오히려 환경부 장관은 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다 끝났다고 한다. 어떻게 우리가 이렇게 버젓이 있는데, 피해자들이 아직도 고통 속에 살고 있는데 다 끝났다는 말을 할 수 있는가"라며 "정부가 나서고, 재벌총수들이 나서야 한다.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배·보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에 이어 연대발언에 나선 문성호 대전충남녹색연합 상임대표는 "피해규모를 파악하고 피해자를 찾는 것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해결하고 또 다른 화학 사고를 막는 첫걸음이다. 그럼에도 기업들의 피해자 파악은 전혀 없고, 정부도 소극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피해규모 파악과 피해자를 찾고, 비슷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정부의 의무다. 그런데 지금까지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특조위가 연장되면서 피해대책과 재발방지 기능의 조사기능이 삭제되어 오히려 조사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끝으로 정은희 정의당대전시당 부위원장도 발언에 나서 "피해자들은 법원 앞에서 울부짖으며 내 몸이 증거라고 말하고 있다. 신체의 고통만으로도 괴로운 피해자들은 10년이 흐르는 동안 마음의 병까지 얻었다"며 "피해자도 있고, 가해자도 있는데,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가해 기업도, 재판부도, 한정애 장관도,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도 이제 이 피해자들을 똑바로 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환경보건시민센터와 환경·시민단체들은 이날 오후에는 세종시와 충북 청주에서 잇따라 기자회견을 열어 세종과 충북지역 가습기 살균제 피해 현황 공개와 문제해결을 촉구할 예정이다.
#가습기살균제 #가습기살균제문제해결 #환경보건시민센터 #옥시 #이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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