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찰' 없었지만 곤경은 피한 미러정상회담

바이든, 중러와 중동 및 북까지 확대된 반미전선을 축소시켜

등록 2021.06.21 11:41수정 2021.06.21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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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자기 주장만 하고, 자국민 앞에선 내가 "승자"

바이든 대통령은 16일 미러정상회담 전에 푸틴의 행동을 바꾸게 할 수 있다고 장담했다. 하지만 바이든은 정상회담 직후 "양측의 관계는 각자의 국익을 예측가능하고 신뢰할 수 있는 관계에서 관철해나가는 관계"라면서 뒤로 물러섰다.

정상회담 기간 내내 양 측은 각자 자기 입장을 되풀이했으며, 공동성명 없이 기자회견도 따로 진행했다. 즉 '현찰'로 얻은 것은 사실상 전무했다. 제3국에서 정상회담을 하면 서로 끌어안는 모습을 연출하며 상대방을 초청하는 것이 관례인데, 양측은 정상급 회동을 당분간 하지 않기로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인에 의한 사이버 테러를 비난하면 푸틴 대통령은 미국인에 의한 사이버 테러가 더 많다고 응수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 야당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라고 요구하면 푸틴 대통령은 "미국이 1월 6일 의회 점거에 대해 처벌하듯이 러시아도 비판의 자유가 있지만 법을 악의적으로 위반하면 처벌한다"고 반박했다.

다급한 미국, 중요 시설에 대한 사이버 테러 단속 부탁

바이든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의 군사훈련을 비난하면 푸틴은 "우리는 최소한 미국처럼 자기 영토 밖에서 군사훈련을 하지 않는다"고 비아냥거렸다. 푸틴은 러시아 정부는 미국의 선거에 개입한 적이 없다면서 바이든의 주장을 일축하였다. 바이든은 러시아에 의해 구금된 미국인 석방 문제를 제기하였으나 푸틴은 역시 미국에 의해 구금된 러시아인 석방 문제로 대응하였다.

바이든은 "민주주의와 인권은 미국의 DNA"라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으나 미국에게 절박한 문제에 대해서는 푸틴에게 고개를 숙였다. 미국은 최근 송유관에 대한 사이버 테러로 거의 전국적 수준의 주유소 대란을 겪은 바 있는데 바이든 대통령은 16개 분야의 미국의 중요 사회간접시설의 명단을 푸틴에게 주며 최소한 이것에 대한 사이버 테러를 막아달라고 부탁했다.


오늘은 중국과 싸우고 내일은 러시아와 협상하는 전술은 성공

미러정상회담의 성과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양측은 서로 대사를 복귀시켜 각종 현안에 대한 실무자급 대화를 이어가자고 합의했다. 또한 양 측은 핵전쟁을 방지하기 위해 위기관리채널을 재점검하고 중국의 중거리 핵미사일까지 포함된 새로운 중거리미사일협정 등 군축을 논의하기로 하였다.

바이든은 러시아가 중국과 합세해 미국을 압박하면 미국도 카드가 있다고 보여주었다. 반면 푸틴은 러시아를 너무 압박하면 중국 측에 가담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은 셈이다.

바이든과 푸틴은 '오늘은 싸우는 모습을 보이지 말고 천천히 대화로 해결하겠다고 선언하자'는 수준으로 절충하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 및 러시아와 한 링에서 동시에 싸워야 하는 난처함을 회피하였다. 오늘은 일단 중국과 싸우고 내일은 러시아와 싸운다는 미국식 전술에 일단 성공한 셈이다.
#미러정상회담 #바이든 #푸틴 #사이버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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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에서 12년간 기관지위원회와 정책연구소에서 일했다.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의 관계』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통합진보당 해산 사건』, 『연방제 통일과 새로운 공화국』, 『미국은 살아남을까』, 『코리아를 흔든 100년의 국제정세』, 『 마르크스의 실천과 이론』 등의 저서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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