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에 인순공주와 신성군의 태실이 있다고?

등록 2021.06.22 10:02수정 2021.06.22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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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하류를 경계로 북한의 개풍군(開豊郡)이 가깝게 위치하고 있는 김포시 월곶면 조강리(祖江里), 지명에서 알 수 있듯 과거 이곳은 조강(祖江)이 있었는데, <동국여지지지>와 <신증동국여지승람> 통진현(通津縣) 편을 교차해 보면 조강은 현의 동쪽 15리에 있다는 것과 한강과 임진강이 합쳐져 조강이 되고, 서쪽으로는 대해(大海)와 통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조강도(祖江渡)라고 불린 포구도 있었는데, 지금은 남·북한이 대치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듯 그 흔적을 찾기가 어렵다.
  

조강포구 안내문 뒤로 조강저수지가 있는데, 지금도 낚시를 즐기는 이들이 많이 찾는 장소다. ⓒ 김희태

 
이러한 조강리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유적이 있는데, 바로 김포 조강리 인순공주 태실이다. 위치는 조강저수지 인근으로,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 조강리 산58-3번지다. 태실(胎室)은 왕의 자녀가 태어날 경우 그 태를 길지에 묻는 장태 풍습으로, 조강리에 있는 태실은 중종과 문정왕후 윤씨 소생의 인순공주(仁順公主, 1542~1545)의 태실이다. 과거 인순공주의 태실이 있던 태봉산이 훼손되면서 한때 인근으로 임시 이전되었다가 지금은 원 위치로 이전 복원이 되었다. 다만 태봉산 자체는 복구되지 못했기에 과거와는 모습이 많이 달라졌다.
 

훼손된 태봉산 과거와는 형태가 많이 달라졌다. ⓒ 김희태

김포 조강리 인순공주 태실 이전 복원이 마무리되었다. ⓒ 김희태

 
옮겨진 인순공주의 태실은 태실비와 태함의 개석이 지상에 노출되어 있는데, 태실비의 경우 명문이 마멸이 심해 육안 판독이 쉽지 않다. 다만 비신의 전면에서 태주의 신분을 알 수 잇는 '왕녀(王女)'가 확인되었고, 후면에서는 태실의 조성 시기를 알 수 있는 가정 23년이 확인되었다. 여기서 가정(嘉靖)은 명나라 세종(가정제)의 연호로, 이를 환산해 보면 1544년(중종 39)에 태실이 조성된 것을 알 수 있다. 이 시기 태어난 왕녀는 1542년에 태어난 인순공주 밖에 없기에 해당 태실은 인순공주의 태실로 추정되는 것이다.
 

태실비에서 바라본 조강저수지 태실비에 새겨진 명문을 통해 인순공주의 태실로 확인되었다. ⓒ 김희태

 
현재 태실 주변으로 나무를 식재한 상태로, 과거 훼손으로 인해 태봉산의 원형은 사라졌지만 태실 석물이 온전하게 남아 있는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더 이상의 훼손을 막기 위해서라도 문화재 지정 및 보존과 관심이 필요하다.
 
드라마 <허준>에도 나왔던 신성군, 그의 태실이 있는 고막리
 
조강리에 인접한 고막리(古幕里)는 뒤로 문수산(文殊山)이 병풍처럼 늘어선 지형으로, 겨울이면 문수산성이 한 눈에 보일 정도다. 이러한 고막리에도 태실 유적이 있어 주목되는데, 바로 신성군의 태실이다. 신성군(信城君, 1579~1592)은 선조와 인빈 김씨의 소생으로, 예전에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드라마 <허준>에서 신성군이 나온 적이 있다.

당시 드라마의 내용 중 기억에 남는 장면이 바로 왕자의 환후를 거머리로 치료했던 장면이었다. 워낙 임팩트가 있는 내용이라 제법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데, 이때 허준이 치료했던 왕자가 신성군으로 등장한다. 물론 이는 허구의 내용이지만 역으로 해당 드라마를 통해 신성군이 누구인지 대중적으로 알려졌으니 이 역시도 아이러니한 일이다.
 

김포 고막리 신성군 태실 정상에는 비대와 태함의 개석이 일부 노출되어 있다. ⓒ 김희태

태실비 산 아래로 굴려진 채 방치되어 있다. ⓒ 김희태

 
신성군 태실이 있는 태봉의 정상에는 태실 관련 석물인 비대와 태함의 개석이 일부 노출이 되어 있으며, 태실 주변으로 군부대의 진지와 교통호, 분묘 등이 들어서 있다. 또한 태실비의 비신은 산 아래 굴려진 채 방치되어 있다.

다행히 태실비의 머리에 해당하는 비수(碑首) 부분의 연봉이 깨져있으나 그 외에는 크게 훼손되지 않았다. 또한 태실비의 명문을 통해 왕자 후(珝)의 태실로 밝혀짐에 따라 신성군의 태실로 고증되었다. 왜냐하면 후(珝)는 신성군의 이름이기 때문이다.
 
한편 비대(碑臺)에 새겨진 복련(覆蓮)과 안상(眼象), 태함의 개석에 돌출된 돌기 등은 조선 중기의 태실에서 나타나는 특징이다. 시기의 특정이 가능할 만큼 보존 상태가 나쁘지 않기에, 더 이상의 훼손을 막기 위해서라도 해당 태실 유적에 대한 보존과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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