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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해도 헛수고야"... 데이트폭력 피해자 보호 방안 없나

"이별 후 수개월째 스토킹 피해 지속"... 검찰, 가해자 특수협박·상해 등 혐의로 기소

등록 2021.06.23 10:59수정 2021.06.23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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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폭력에 따른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 픽사베이


"하루하루가 악몽이다. 사귀다 헤어진 지 몇 달이 지난 지금도 그로부터 하루에 300통 이상의 전화가 온다. 특히 그는 일주일에 한두 번씩 집 근처에 찾아와 저를 바라보며 전화를 걸었다. 집 밖을 나갈 때면 두려움에 떨며 항상 주변을 살펴보게 된다. 고향을 떠나 그 사람이 알 수 없는 곳으로 멀리 도망치고 싶다."

20대 여성 A씨는 자신과 교제했던 20대 남성 B씨로부터 수개월째 데이트폭력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B씨와 교제하며, 진주 하대동 소재 원룸에서 동거를 했다. A씨는 이 기간 동안 B씨로부터 여러 차례 폭행을 당했고 생명에 위협을 느껴 교제를 중단,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갔다. 또한 그를 경찰에 고발했다.  

진주경찰은 지난 5월 3일 특수협박, 상해, 특수폭행, 재물손괴 등의 혐의로 가해자 B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B씨는 ▲ 1월 A씨와 다투던 중 피해자의 목을 졸라 기절시키는 행위를 한 점 ▲ 2월 피해자를 폭행하고, 흉기로 협박한 점 ▲ 3월 피해자의 목을 조르고 전치 2주에 해당하는 상해행위를 한 점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5월 25일 이 같은 혐의로 B씨를 기소했다.

문제는 이별 이후에도 데이트폭력(스토킹범죄)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A씨는 교제가 중단된 상황인데도 B씨로부터 하루에 수백 통의 전화가 이어지고 있어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 같은 스토킹 피해가 지속 되면서 공황장애와 우울증 등의 증상을 호소, 현재 병원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피해자 A씨는 경찰에 신변 보호 요청을 해둔 상황이지만, 제도상 한계가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신변 보호가 자신의 주거지 100m 이내에서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A씨는 "B씨가 집 앞 150m 앞에서 저를 쳐다보며 전화를 걸어도 피할 길이 없다"며 "사랑이란 이름으로, 매일같이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피해자 보호를 위해 가해자로부터 분리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위 사건과 별개로 B씨의 스토킹 행위는 ▲ 카카오톡 메시지에 칼 사진과 손등을 자해한 사진, 동맥을 끊을 것이라는 문자메시지 등을 보낸 점 ▲ 자신과 만나주지 않으면 자살을 한다며 공포심과 불안감을 조성하며 협박한 점 등이 인정돼 지난 5월 8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피해자A씨는 가해자B씨가 이 같은 내용의 문자메시지와 통장거래내역을 보냈다고 주장한다. 사진=제보자 제공. ⓒ 이은상

 
지난 4월 스토킹범죄를 저지르면 최대 징역 5년 또는 5000만 원의 벌금을 받도록 '스토킹범죄처벌법'이 제정됐지만, 해당 법률의 시행은 오는 10월이 되어야 적용된다. 현재 A씨와 같은 스토킹범죄 피해자는 법적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이다. 피해자 보호를 위한 실효성 있는 신변안전조치 등 적극적인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또한 데이트폭력에 따른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데이트폭력이 '노원 세 모녀 살인사건'과 같은 강력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서울 송파병) 의원이 13일 공개한 '경찰청의 데이트폭력 유형별 검거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신고된 데이트폭력 총 8892건 가운데 ▲ 살인 31건 ▲ 성폭력 51건 ▲ 체포·감금·협박 898건 등 강력범죄와 결합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윤정 성폭력피해상담소장은 "해당 사건은 데이트폭력과 스토킹이 혼재되어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스토킹범죄처벌법이 제정되었지만, 이 법은 폭행과 협박 등 행위의 결과에 중점을 두기 때문에 데이트폭력에 따른 피해 발생을 예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재발 방지를 위해선 이 같은 사안을 반영한 데이트폭력에 관한 특별법 제정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가해자 B씨는 "정말 사랑했기 때문에 헤어져도 연락을 한 것이다. 서로 간의 오해를 풀기 위해서였다. 저도 오해가 풀리지 않아 지금도 심적인 고통이 크고, 상대방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며 "앞서 제가 했던 행위에 대한 잘못을 모두 인정한다. 상대방이 이(연락하는 것)로 인해 힘들어한다면 앞으로 연락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진주지역 독립언론, <단디뉴스>에도 실렸습니다.
#데이트폭력 #스토킹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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