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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직구로 '바람개비' 사는 아내, 이유가 있었다

외출하기 힘든 아이에게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주고 싶은 아내의 사려 깊은 마음

등록 2021.06.28 13:25수정 2021.06.28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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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 넝쿨 사진 화분 위로 아내가 감아 두었다 ⓒ 최원석

 
연애 때부터 아내는 상당히 알뜰한 사람이었다. 인터넷으로 무언가를 산다면 생필품이었다. 그것도 허투루 사지 않았다. 가격을 비교하고 꼼꼼히 살펴본 후 구매했다. 가격이 싸지만 질이 좋지 않으면 아내는 냉정하게 바꾸었다. 결혼해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아기를 낳고 아내는 '감성적인 얼리어답터'로 변모하면서 약간 이상한 물건들을 사기 시작했다.


그랬다. 아내는 어디서 찾아서 구입하는지도 모를 물건들을 샀다. '요새 이런 것도 있나' 싶은 물건들을 구입했다. 그걸 집 여기저기에 설치하고 아이와 함께 바라봤는데, 특히 곳곳에 달린 바람개비들은 손가락으로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아서 집 여기저기 없는 곳이 없었다. 이 바람개비가 돌아가는 것을 보고 언젠가부터 아기가 웃기 시작하자, 그 수를 엄청나게 늘려가기 시작했다.
 

바람개비 특이하게 생긴 바람 개비 ⓒ 최원석

 

바람개비 바람 개비 치고 꽤 크다 ⓒ 최원석

 

모빌 현관에 있는 화려한 색깔 모빌 ⓒ 최원석


아내가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세상 

아이의 장난감이 없는 것도 아니고 이 디지털 시대에 저런 아날로그적인 장난감을 자꾸 사들이는 것이 처음에는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나의 생각을 증명하듯, 처음에는 아기가 당연히 흥미를 갖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가면서 이런 물건들을 바라보는 아기의 태도가 점차 달라지기 시작했다. 장난감을 신나게 가지고 놀다가도 멈춰서 바람개비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아기가 좋아하는 바람이 많이 불면 여기저기에서 소리가 나고 바람개비들이 돌아갔다. 아기는 가장 가까이 보이는 물건에 조금 더 집중했다. 

아내의 고향은 함양이다. 아내와 함께 함양의 처가에 갔던 순간이 떠올랐다. 어느새 이 집이 처가를 닮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내는 저 멀리에 보이는 아파트의 콘크리트가 아니라 뱅글뱅글 바람이 부는 걸 알려주고 아름다운 소리를 들려주는 모빌과 바람개비를 보게 해주고 싶었나 보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코로나 시대 아이에게, 자신이 어렸을 때 본 것과 같은 알록달록함을 심어주고 싶었던 것 같다. 
 

태양열로 나는 새 ⓒ 최원석

 
내가 아이 엄마를 '감성적 얼리어답터'라고 부르는 덴 이유가 있다. 아내는 태양열로 움직이는 새와 나비 모양의 장난감을 샀는데, 국내에서는 비싸게 팔고 그 종류가 많지 않았다. 아내는 이것을 사려고 외국어로 된 쇼핑몰을 뒤지고, 한참을 공을 들여 구매했다.

아기가 언제 밖에 나올지 모르지만 이 새들과 나비들은 하루 종일 에너지를 모으면서 아기를 기다리고 있다. 아내가 불편해도 주택에 거주하자고 고집을 부렸던 이유가, 저 장난감 하나로 설명됐다. 


'도심에서 새가 날고 나비가 나는 정원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자연으로 갈 수 없다면 자연을 마당으로 불러들이면 되는구나.'


아내는 그 예쁜 기억들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아기에게 하나하나 전달하고 싶었던 것 같다. 
 

분수 하나의 정원이다 ⓒ 최원석

 
아기는 물놀이를 좋아한다. 문제는 밤낮이 없다는 것인데, 아내는 이번에도 답을 찾아냈다. 언제든 아기가 원할 때 물을 만질 수 있도록 분수를 만들었다. 밤에도 불빛이 나오는 저 펌프에 언제든 손을 대고 물줄기를 만지게 하는 것이다. 게다가 어두워지면 분수가 제대로 보이지 않을까, 야광 돌들을 담아 두었다. 실로 밤에 더 만지고 싶어지는 비주얼이다.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난 새나라 어린이의 장난감은 향기가 나는 꽃잎들을 말려 병에 담은 향기 장난감이었다. 그리고 필자가 어제 깨끗이 닦고, 뚜껑을 꼭꼭 닫아놓은 열 개가 넘는 페트병 안에는 색색의 물감이 녹아 있는 물들이 들어 있었다. 또 새로운 장난감이 하나 더 추가됐다. 
 

해바라기 아기가 이가 남을 기념하는 해바라기 ⓒ 최원석

 
"여보 이것 보세요. 싹이 났어요"

아기에게 이가 났을 때, 기념으로 심은 해바라기에서 싹이 나자 좋아하던 아이 엄마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나중에 아기가 어느 정도 컸을 때 저 해바라기를 보여 주고 싶다고 했다. 

아내는 이렇듯 하나라도 더 좋은 경험을 만들어주기 위해, 무수한 일들에 도전했다. 외국의 사이트를 돌아다니고, 설명서가 없는 물건들을 경험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아이의 교육을 위해 얼리어답터가 되는 것을 자청했다.

오늘도 아기 엄마는 아기를 안고 바람을 보여주고 들려줄 것이다. 꽃과 나비, 연못이 있는 모자만의 정원에서 말이다. 아들에게 오늘도 감성을 선물하는 아내는 '얼리어답터 엄마'다. 오늘도 큰 사랑으로 아이를 돌보고 계실 이 시대 엄마들에게 감사와 존경을 보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브런치에도 함께 실립니다
#얼리어답터 #코로나 #정원 #감성놀이 #유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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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자영업자님들을 컨설팅하며 요리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현재는 콘텐츠 디자이너이기도 합니다. TV에 출연할 정도로 특별한 아기 필립이를 '밀레니얼 라테 파파'를 지향하며 '감성적인 얼리어답터 엄마'와 하필 이 미칠 코로나 시대에 키우고 있습니다. 지금은 이와 관련한 분야의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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