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71년 흘렀지만 상처 그대로... 산내 비극 재발하지 않아야"

'대전산내학살사건 제71주기 희생자 합동위령제' 열려... 2024년 평화역사공원 조성 예정

등록 2021.06.27 17:42수정 2021.06.27 17:42
2
원고료로 응원
 
a

27일 오후 대전 동구 낭월동 산내학살임시추모공원에서 열린 '대전산내학살사건 제71주기 제22차 희생자 합동위령제'. 사진은 헌화를 하고 있는 장면. ⓒ 오마이뉴스 장재완

    
a

27일 오후 대전 동구 낭월동 산내학살임시추모공원에서 열린 '대전산내학살사건 제71주기 제22차 희생자 합동위령제'. ⓒ 오마이뉴스 장재완

  
a

27일 오후 대전 동구 낭월동 산내학살임시추모공원에서 열린 '대전산내학살사건 제71주기 제22차 희생자 합동위령제'. 사진은 유족대표로 인사말을 하고 있는 전미경 대전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 회장. ⓒ 오마이뉴스 장재완

 
"1950년 6월/ 폭탄소리 들려오는 내 조국/ 꽁꽁 묶여 끌려가는 이 길 /아마도 세상의 끝자락인 듯/ 사랑한 내 조국 대한민국/ 무슨 일로 엉키고 엉키어/ 풀어놓을 시간도 없이/ 마지막 길을 걷고 있는가..."

"총탄소리 천지를 뒤 흔들 때 / 피와 눈물로 고랑 만들고 / 꺾이고 짓밟힌 꿈과 함께 /나란히 긴 무덤 만드셨네 / 반세기 긴 세월 / 뼈들도 삭고 삭아 / 이름도 뼈도 / 하나씩 하나씩 흔적 지우네..."(신순란 시인의 '골령골아' 중)


대전 동구 산내 골령골에 시인의 시가 울려 퍼졌다. 71년 전 이 때 즈음 시인의 오빠는 아무 영문도 모른 채 이 곳으로 끌려와 학살됐다. 70년이 지나도 오빠에 대한 그리움은 사그라지지 않고 시가 되고 노래가 되었다.

27일 오후 대전 동구 낭월동 산내학살임시추모공원에서 '대전산내학살사건 제71주기 제22차 희생자 합동위령제'가 진행됐다.

산내학살사건은 한국전쟁이 일어난 1950년 6월과 7월 대전형무소 재소자를 비롯한 보도연맹원 등 민간인 4000~7000여 명이 한국군경에 의해 학살된 사건으로 단일사건으로는 국내 최대의 민간인 학살사건이다.

정부는 이곳 골령골에 전국 민간인희생자를 추모하는 국가단위 위령시설이자 평화역사공원인 '진실과 화해의 숲'을 오는 2024년까지 조성 예정이며, 이를 위해 대전 동구청과 한국전쟁기민간인학살유해발굴공동조사단이 유해발굴을 진행하고 있다.

산내학살사건의 진상규명과 희생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해 온 대전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유가족들은 지난 2000년 이후 매년 6월말 합동위령제를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로 22회째를 맞았다.


이날 합동위령제에는 전미경 대전산내학살사건희생자유족회 회장을 비롯한 회원, 제주4.3희생자유족회대전위원회 회원, 대전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전남지회 회원 등 전국의 산내학살사건희생자 유가족들이 참석했다.

또한 박영순(대전 대덕구)·장철민(대전 동구) 국회의원, 황인호 대전동구청장, 박민자 대전동구의회의장, 남진근·조성칠 대전시의원, 김복영 (사)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전국유족회 회장, 정근식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 박규용 대전산내골령골대책회의 상임대표 및 시민사회단체 인사 등이 참석했다.

이날 합동위령제는 술잔을 올리는 헌작, 원불교와 천주교 종교제례, 북공연, 국민의례, 유족대표의 인사, 평화공원 조성 및 유해발굴 계획 보고, 추도사, 추모시 낭송, 추모공연, 헌화의 순으로 진행됐다.
  
a

27일 오후 대전 동구 낭월동 산내학살임시추모공원에서 열린 '대전산내학살사건 제71주기 제22차 희생자 합동위령제'. 사진은 시낭송을 하고 있는 신순란 시인(유족). ⓒ 오마이뉴스 장재완

  
a

27일 오후 대전 동구 낭월동 산내학살임시추모공원에서 열린 '대전산내학살사건 제71주기 제22차 희생자 합동위령제'. ⓒ 오마이뉴스 장재완

  
a

27일 오후 대전 동구 낭월동 산내학살임시추모공원에서 열린 '대전산내학살사건 제71주기 제22차 희생자 합동위령제'. 사진은 추모노래공연을 하고 있는 가수 설가령(헉스뮤직) 씨. 그는 산내학살사건 유족인 신순란 씨의 손녀로, 이날 할머니의 시에 곡을 붙인 '자식 잃은 어머니의 눈물', '골령골 산허리'를 불렀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유족대표로 인사말에 나선 전미경 대전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장은 "71년이 흘렀지만 유가족들의 상처는 처음 그대로다. 상처가 너무 깊고 크기 때문이다. 전쟁은 사람들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10대에서 여성, 노인까지 가리지 않고 죽음의 구덩이에 몰아넣었다"며 "희생자들은 지금까지 차가운 땅 속에 버려졌다. 유가족들은 빨갱이라는 주홍글씨가 무서워 유해 수습마저 포기하고 숨어 살아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올해는 특별한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진실화해위원회가 발족되어 중단됐던 진상규명 작업과 유해 수습이 시작됐고, 전국 희생자 평화공원 조성도 속도를 내고 있다"며 "골령골이 평화와 인권이 살아 숨 쉬는 세상을 만드는 역사적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오늘이 있기까지 노력해 준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인사를 했다.

또한 추도사에 나선 박규용 대전산내골령골대책회의 상임대표는 "국가폭력에 의해 희생된 분들에 대한 산 자들의 윤리적 의무를 다하고 더는 같은 피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함께 매진해야 한다. 우리는 다시는 아픈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역사적 책무와 역할을 다해야 한다"면서 "아울러 산내 골령골 학살사건과 같은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불안정한 '휴전'상태를 하루 빨리 '종전' 상태로 바꾸어야 한다. 이것은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또 다른 방법"이라고 말했다.

추모시 낭송 순서에는 70여 년 전 이 곳에서 오빠를 잃은 신순란씨가 자작시 '골령골아'를 낭송해 듣는 이들의 가슴을 울렸다. 또한 이어진 추모공연에서는 신순란씨의 손녀인 가수 설가령씨가 할머니의 시에 곡을 붙인 '자식 잃은 어머니의 눈물', '골령골 산허리'를 불렀다.

이날 합동위령제의 마지막은 참석한 유가족과 시민들이 희생자들에게 헌화하고 각각의 예법에 따라 제를 올리는 시간으로 마무리됐다.

한편, 평화공원 조성 및 유해발굴 계획 설명에 나선 박선주(충북대 명예교수) 2021산내골령골유해발굴 책임연구원은 "이 지역에서는 2007년 34구, 2020년 234구 등 지금까지 모두 288구의 유해와 830여점의 유품이 발굴됐다"며 "앞으로 2022년까지 유해발굴을 완료할 계획이며, 2023년~2024년 평화역사공원 '진실과 화해의 숲' 조성이 끝나면 전국 민간인 희생자 3000여구가 이곳에 모셔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산내학살사건 #산내학살희생자위령제 #대전산내 #골령골 #민간인학살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향나무는 자기를 찍는 도끼에게 향을 묻혀 준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캐나다서 본 한국어 마스크 봉투... "수치스럽다"
  2. 2 황석영 작가 "윤 대통령, 차라리 빨리 하야해야"
  3. 3 300만명이 매달 '월급 20만원'을 도둑맞고 있습니다
  4. 4 '25만원 지원' 효과? 이 나라에서 이미 효과가 검증되었다
  5. 5 샌디에이고에 부는 'K-아줌마' 돌풍, 심상치 않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