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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코앞 노르웨이, 노동당의 위기와 적색당의 약진

좌파 진영 내 세대교체? 아니면 찻잔 속 태풍?... 양당제 한국에 주는 시사점은

등록 2021.07.06 14:47수정 2021.07.06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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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노동당

유럽의 대표적인 국가인 독일과 노르웨이, 모두 9월에 총선이 열린다. 한국도 그렇듯이 두 달 밖에 남지 않는 총선 준비에 모든 정당들이 바쁠 시간이고 특히 노르웨이 같은 경우 정권교체가 확실시 돼 가는 분위기다.

8년 만에 좌파연합으로 정권이 넘어 올 수 있는 상황이지만 노르웨이 노동당에게는 마냥 기쁜 상황이 아니다. 더 이상 과거 같은 '좌파 맏이' 역할은 힘들어 보이기 때문이다.

1915년 이후 노르웨이 노동당이 득표율 30% 밑으로 내려간 적이 없었으나 2017년 총선에서 처음으로 30% 바닥이 무너지더니 지금까지 전혀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노동당의 하락세는 10년 전부터 진행되어온 유럽 사회민주주의 정당들의 하락세 흐름과 같이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노동당은 2013년 이후 꾸준히 하향세인 데다 지난해 11월에는 지지율이 20%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25%까지 회복되었지만 더 이상 득표율 30% 이상의 거대정당으로의 복원은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

여기에 더 큰 문제는 최대 지지기반은 조직노동에서의 지지율조차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노르웨이 언론 Dagbladet의 6월 29일 기사에 따르면 노르웨이 최대노총인 전국노총(LO) 조합원 중 30% 정도만 노동당을 지지하고 있을 뿐이다.
 

LO 조합원들의 노동당(Ap) 지지율 LO 조합원들의 30% 정도만이 노동당을 지지하고 있다는 노르웨이 언론의 기사 ⓒ Dagbladet

 
2. 적색당의 약진 - 새로운 희망인가 찻잔 속 태풍인가

누군가 울면 누군가는 웃기 마련이다. 노동당의 왼쪽에 위치한 정당 중 가장 왼쪽에 있는 정당인 적색당이 그 주인공. 적색당은 혁명적 사회주의, 마르크스주의를 표방하는 정당이다. 2007년에 창당하고 10년 간 원내 진입에 실패했던 이 작은 정당은 2017년 총선에서 2.4%를 득표해 원내 진출에 성공한다.


연동형 비례제를 운영하고 있는 노르웨이지만 의석 배분은 4% 이상부터다. 2%이상 4%미만 득표한 정당들에게는 득표율에 상관없이 1석만 배정된다. 적색당은 이렇게 1석 정당으로 시작했으나 최근에는 빠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현재 정당 지지율이 5%까지 오르면서 올해 총선에서 연동형 원칙에 따라 의석을 배분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특히 적색당은 노동당의 지지기반인 조직노동의 지지를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 상황이다. LO 조합원의 11%가 적색당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적색당의 약진과 노동당의 위기는 한 가지 원인을 공유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인 노르웨이도 최근에는 불평등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1980년대부터 노르웨이에도 신자유주의가 단계적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노르웨이 적색당 로고 노르웨이 적색당 로고 ⓒ Stortinget.no/en

 
이에 농본주의, 경제보호주의 정당인 중앙당과 민주사회주의 성향 사회주의좌파당이 노동당을 양쪽에서 비판했다. 그러나 이들 정당들도 노동당과의 협업을 포기하지 않았고 때로는 노동당의 신자유주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막지 않았다.

노동당은 선거시기만 되면 진보적 공약을 내세우지만 제대로 이행할 의지가 없다. 2017년 총선 시절 부유세 증세 공약을 걸었지만, 기업단체와 우파정당의 공격을 제대로 반격하지 못하고 결국 선거에서 패배했다.

이러한 노동당의 우경화와 지리멸렬함에 지친 좌파 유권자 층이 점점 이탈하게 됐는데 적색당의 성장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진행된 것이다. 우경화에 지친 좌파 유권자들에게 적색당은 하나의 단비와 같다.

과연 적색당이 새로운 희망이 될지 찻잔 속 태풍이 될 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노동당이 힘들어서 아직 제 1당이고 적색당이 성장해도 아직도 한 자리 수 지지율이기 때문이다.

현재 노르웨이 노동당이 겪고 있는 위기는 한국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 한국 정치사에서 몇십 년간 양당제가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이미 한국 시민들은 양당에 매우 지쳐있는 상황이다.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는 것이다.

한국 언젠가 다당제로 재편될 것이고, 현 양당을 대체할 수 있는 정당이 등장할 수 있다. 우리가 노르웨이 정치 상황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이다.
#노르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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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시사, 사회복지 관련 글을 쓰는 평범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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