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주택'은 진정 '진보적'일까?

[주장] 대선 공약으로도 나오는 '임대주택', 국민 분노 높일 우려도

등록 2021.07.07 14:51수정 2021.07.07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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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1985년 <도시빈민연구>라는 책을 출간하면서 본격적으로 빈민운동에 투신하였다. 그 후로 강제 철거에 내몰리는 주민들과 함께 동고동락하며 철거반대투쟁을 전개했다. 그러면서 그들 모두 자기 집을 갖게 되는 것을 평생 꿈으로 삼고 있는 점을 감안하여 장기적으로 갚아나가면 자기 집을 가질 수 있는 "장기임대주택"을 슬로건을 내걸었다.

그런데 이 주장은 당시 빈민운동의 다른 흐름 쪽으로부터 맹렬한 비난을 받아야 했다. 그들은 어떻게 운동권이 집을 '소유'의 개념으로 내세울 수 있느냐며 우리를 "쁘띠 부르주아"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영원히 소유를 하지 않는 "영구임대주택"을 주장하였다. 그 중심 인물은 바로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었다.

사실 필자는 1987년 동교동을 방문하여 대선에 나선 DJ에게 "임대주택"을 공약으로 제시하라고 권유했고, 이후 DJ는 실제로 임대주택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그리고 노태우와 김영삼도 임대주택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임대주택은 우리 사회에서 일반화되었다.

'자기 집'을 갖는 것은 모든 인간의 공통된 가장 소박한 꿈이다. 동물이며 날아다니는 새들도 모두 자기 집을 지니고 있고, 그 보금자리를 짓고 지키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다.

우리 인간들 역시 마찬가지다. 일터에서 지친 몸을 이끌고 돌아와 휴식하고 또 가족들과 함께 단란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집이란 모든 사람에게 필수불가결한 시초이자 마지막으로서의 '공간'이다. 그리하여 '자기 집'이라는 공간을 갖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원초적 본능이자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다.

"니가 가라! 임대주택"의 조소와 분노

지금도 시민단체를 비롯하여 주택문제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말끝마다 '영구임대아파트'를 비롯하여 '공공임대'와 '임대주택'을 주창한다. 언젠가는 대통령과 국토부 장관이 임대주택 단지를 방문하여 시설도 좋고 살만한 곳이라며 홍보를 했다.


필자가 과문한 탓일 수도 있겠으나, 이제껏 '영구임대'나 '공공임대' 혹은 '토지임대부'를 주장하는 어느 한 사람도 자신이 실제로 영구임대나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하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자신은 '자기 집'을 소유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만 "임대주택"에 살라고 하는 것은 그야말로 '관념적 진보'이고 탁상공론의 위선이다. 그것은 결과적으로 대중들을 모욕하는 것이며 이미 커다란 분노의 대상이 되고 있다. "니가 가라! 임대주택(공공임대)"이라는 풍자 섞인 불만이 유행어가 되었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영구임대주택 혹은 공공임대는 그것을 수요로 하는 일부 계층이 실제 존재하므로 부분적으로 방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을 일반화시켜서는 곤란하다. 지금 대선을 앞두고 적지 않은 대선주자들이 "임대주택"과 관련된 공약을 내놓고 있지만, 그것이 또 국민들의 분노 게이지를 높이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진지한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다.
#임대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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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학 박사,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근무하였고, 그간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해왔다. <이상한 영어 사전>,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 <논어>, <도덕경>, <광주백서>, <사마천 사기 56>등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시민이 만들어가는 민주주의 그리고 오늘의 심각한 기후위기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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