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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사관, 군 보호 못 받아... 향후 신상유포시 처벌할 것"

국방부, '공군 부사관 성추행·사망 사건' 중간발표... 22명 입건 등 "고개숙여 사과드린다"

등록 2021.07.09 11:05수정 2021.07.09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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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민 국방부 차관이 9일 오전 국방부에서 공군 성추행 피해자 사망사건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한 뒤 인사하고 있다. 2021.7.9 ⓒ 연합뉴스

 
박재민 국방부 차관은 9일 공군 부사관 성추행사망 사건과 관련해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박 차관은 이날 오전 국방부 브리핑실에서 열린 중간수사 결과 발표 브리핑에서 "감내하기 힘든 고통으로 군인으로서의 꿈을 제대로 펼쳐보지도 못하고 생을 마감한 고인과 유족분들께 고개 숙여 사과드리며 삼가 깊은 조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또 박 차관은 "국방부 합동수사단이 사건 관련 인원과 소속 부대 및 수사기관, 공군본부 군사경찰단, 법무실, 양성평등센터 등에 대해 철저하게 수사하고 있다"면서 "향후 수사 및 재판 결과에 따라 형사 처벌되더라도 징계 등의 행정처분은 별도로 부과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국방부 합동수사단이 발표한 중간수사결과에 따르면 이번 사건에서 군내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보호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또 성추행을 당한 A중사가 상부에 피해 사실을 보고한 뒤에도 보호는커녕 상관들의 회유와 압박 등 2차가해가 지속됐고, 결국 A중사가 극단적 선택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보고 뒤에도 윗선의 협박... "가해자-피해자 분리 없었고 피해사실도 유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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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28일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 성추행 피해로 사망한 이아무개 공군 중사의 빈소가 마련되어 있다. ⓒ 이희훈

 
국방부 합동수사단이 이날 중간수사결과에서 "3월 2일 선임부사관에 의해 성추행을 당한 이후 여러 차례 신고했으나 군으로부터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회유와 협박, 면담강요, 피해사실 유포 등의 2차 가해가 지속돼 5월 21일 사망에 이르게 된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중간수사결과에 따르면, A중사는 성추행 피해 직후인 지난 3월 4일~5월 2일까지 청원휴가 기간 대부분을 20전투비행단 영내의 자신과 남편의 관사에 머물렀다. 그런데 본인 숙소는 가해자 장아무개 중사 숙소와 900여m 떨어져 있었고, 2차 가해자 중 하나인 노아무개 준위의 숙소에서는 불과 30여m 거리였다. 거주지에서 피해자와 가해자의 공간적 분리 조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또한 A중사가 성추행 피해 및 청원휴가 이후 제15특수임무비행단으로 전속하기 위한 공문 처리 시 첨부한 인사위원회 결과와 전출승인서, 지휘관 의견서 등 관련 문건에 성추행 피해 사실이 고스란히 노출됐던 것으로 조사됐다.

휴가 복귀 후 5월 18일에서야 제15특수임무비행단으로 전속된 이 중사는 사흘 뒤인 21일 반일 휴가를 내 혼인신고 직후 제20비행단의 남편 관사로 가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A중사의 시신은 22일 남편이 발견했다.

이날 수사단은 10명을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하고 나머지 피의자 12명에 대한 수사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성추행 가해자인 장 중사와 2차 가해자 노아무개 준위·노아무개 상사, A중사가 사망한 뒤 2차 가해 등에 관한 전화통화 녹취를 삭제한 김아무개 중사와 이에 개입한 20비행단 정보통신대대장 김아무개 중령, 그리고 1년여 전 20비행단 파견 근무 당시 A중사를 성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 윤아무개 준위 등이 군사재판에 넘겨졌다.

수사단은 또 A중사가 지난 5월 전출 간 제15특수임무비행단에서 성추행 피해 사실 등을 부대원들에게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 부대 정보통신대대장과 중대장을 각각 명예훼손 혐의로 전날(8일) 추가 기소했다고 밝혔다.

A중사 사망 뒤 국방부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성추행 피해자'란 사실을 누락한 공군본부 군사경찰단장과 중앙수사대장 또한 같은 날 허위보고 및 허위공문서작성 등 혐의로 각각 기소됐다.

수사단은 이외에도 이번 사건 보고·처리과정에 대한 감사결과 문제점이 지적된 공군 양성평등센터 정책담당 등 7명에겐 '개인경고' 조치를, 그리고 공군 인사참모부 등 5개 부서엔 '기관경고'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방부 "성폭력 전담 수사팀 신설... 조직적 은폐시 처벌"  

국방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향후 유사 사건 재발을 막기 위해 제도를 고치겠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추후) 성폭력 사건 예방과 사건 발생 시 즉각적인 조치,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제도개선 사항을 다수 식별해 추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우선 사단급 부대에 설치된 수사조직이 각 군 참모총장 직속 검찰단으로 통합될 예정이다. 군사경찰 작전기능과 수사기능이 분리되며, 성폭력 전담 수사팀이 설치된다.

각 군 군사법원을 국방부로 통합해 독립성을 강화하는 한편, 군사법원 내 성범죄 전담 재판부도 설치된다. 군사법원 항소심 재판을 민간으로 이양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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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여성 부사관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장아무개 중사가 2일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에 압송됐다. 사진은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에 들어가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들어가는 모습. 2021.6.2 ⓒ 국방부 제공

 
아울러 성범죄 피해자의 신상을 유포하거나 조직적 은폐 등 2차 가해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도 신설된다. 피해자의 선택권과 만족도를 우선으로 하는 성범죄 피해자 국선변호사 제도를 마련한다는 방침도 발표했다.

군 내 인권 침해에 대한 독립적 조사권을 가진 군인권보호관 제도 관련 입법도 추진될 예정이다.

국방부는 "민·관·군 합동위원회의 현장점검, 실태조사, 관계부처 협의 등을 통해 성폭력 예방과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안을 도출하고 적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공군 부사관 사망 #박재민 #국방부 검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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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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