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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반달곰 탈출 소동... 멸종위기종 불구 관리는 '나몰라라'

불법증식·폐사·탈출 끊이지 않아 보호시설·산업종식 근본대책 시급

등록 2021.07.13 09:27수정 2021.07.13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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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용인의 곰 사육 농장이 화제와 논란의 중심에 섰다. 2012년 4월과 7월, 2013년 8월 등 세 차례에 걸쳐 곰 탈출 사건이 벌어졌던 처인구 이동읍 천리의 곰 사육농장에서 또다시 곰이 탈출하는 사건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곰 사육 농장주 A씨는 지난 6일 생후 3년 된 반달가슴곰 2마리가 농장을 탈출했다고 용인시에 신고했다. 

신고를 접수한 용인시는 곧바로 유해야생동물 피해방지단을 현장으로 보내 수색을 진행, 1마리가 농장에서 400여 미터 떨어진 야산에서 발견돼 사살됐다.

이동읍 천리의 곰 사육농장에서 탈출 사건이 반복되고 포획하는 과정에서 죽임을 당하자 환경단체와 동물보호단체는 유감을 표시하고, 정부에 사육 곰 산업 종식을 촉구했다. 
 

용인시 처인구 이동읍 사육곰 농장 1평 남짓 철장 안에는 3~4마리의 곰이 열악한 환경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다. ⓒ 용인시민신문


◇농가소득 증대 위해 곰 사육 권장한 정부= 우리나라 사육 곰 문제는 1981년 정부의 농가소득 증대를 위한 곰 사육 권장 정책에 비롯된다. 정부는 농가소득 증대를 목적으로 1981년부터 곰 수입을 허용하기 시작했다. 

정부와 농가는 수입 반달가슴곰에 대한 인공증식을 거쳐 개체수가 크게 늘어나자 새끼를 다시 수출하려 했다. 그러나 1985년 정부가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에 가입하며 곰의 상업적 거래가 전면 금지됐다.

하지만 정부는 기존 사육 곰과 번식 곰에 대해서는 웅담 채취를 목적으로 도살할 수 있도록 길을 열었다. 이 때문에 사육 곰은 도살 가능 연령 10살이 될 때까지 철장에 갇혀 사실상 방치돼 왔다. 

이번에 A씨의 농장에서 탈출한 반달가슴곰도 자생종이 아닌 동남아시아에서 수입해 인공으로 증식한 수입곰 후손들이다. 

◇곰 사육 제대로 관리하고 있나= 열악한 환경에 방치된 사육 곰들이 노후 시설에서 탈출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2012년 이후 A씨 농장에서 곰이 탈출한 사건만 이번이 4번째다. 


하지만 사육 곰 관리주체인 환경부가 사육 곰 농장에 대해 제대로 관리하고 있는 지는 의문이다. 농장주는 탈출한 곰이 2마리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녹색연합 등 단체와 수색을 맡았던 야생조수 전문가들은 1마리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녹색연합은 성명에서 "수색 중인 1마리에 대한 농장주의 해명이 석연치 않은데, 사육 중인 곰 개체수조차 제대로 점검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라고 정부의 부실한 관리를 비판했다. 녹색연합은 "위험한 곰 탈출사고가 매년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는데, 당장 몇 마리의 곰이 사라졌는지조차 알 수 없다는 것은 황당함을 넘어 경악할 만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철장으로 된 사육시설 주변에는 곰 탈출을 막기 위한 울타리나 안전장치가 없다. ⓒ 용인시민신문


◇고통 속에 방치되는 멸종위기종= 계속 되는 곰 탈출 사고는 해당 농가의 불법 운영과 사육 곰 산업의 현실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녹색연합은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반달가슴곰 사육은 법적 사육시설 규정에 따라야 하지만 사육시설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해당 곰 사육농장은 허가 없이 새끼 곰을 증식해 불법으로 사육하고, (곰을)임대하는 농장임에도 계속해서 곰을 사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보호받아야 할 반달가슴곰이 보호는커녕 학대에 가까운 환경에 방치돼 있다는 것이다.

동물자유연대는 "지난해 6월 해당 농장주는 취식이 금지된 사육 곰을 살해한 뒤 살점을 채취해 취식하다 고발된 적이 있다"면서 "불법 행위가 인정돼 형사 처벌을 받았음에도 사육 중이던 곰을 몰수할 수 없어 농장에서 고통스러운 삶을 이어오던 사육 곰들이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밝히며 사육 곰에 대한 대책을 정부에 촉구했다. 

사육 곰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해 온 녹색연합도 상습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불법증식에 대해 몰수 처분과 국가의 보호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육 곰 탈출 사살 적절성 논란도= 동물보호단체를 중심으로 사육농장을 탈출한 곰에 대한 포획 방법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인명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생포라는 포획 방법을 시도해보지 않고 죽임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느냐는 지적이다.

동물자유연대는 7일 논평을 내고 "탈출한 두 마리 사육 곰 중 먼저 발견된 한 마리는 포획하는 과정에서 사살당했는데, 고작 생후 3년 가량 된 어린 곰들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안타깝다"며 "인명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었음을 감안하더라도 생포를 위한 노력조차 없이 사살을 결정한 당국의 조치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동물보호단체의 이같은 지적에 용인시는 8일 보도자료를 내고 "처인구 이동읍 곰 사육 농가에서 탈출한 반달가슴곰을 사살하지 않고 가능한 생포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생명의 존엄성과 동물보호단체의 의견을 고려한 데 따른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에 따라 용인시는 환경부 등 관계기관과 협의해 곰 발견 시 마취총을 이용해 생포하되 민가에 접근하는 위험 상황에서만 사살을 고려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풀뿌리 지역언론 연대체 바른지역언론연대입니다.
#반달곰 #용인시 #동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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