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도둑' 텃밭에서 해방되니 보이는 것들

게으른 농부가 되어 유기농 텃밭을 가꾼 결과

등록 2021.07.14 10:46수정 2021.07.14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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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채와 열매는 하늘이 주는 선물이다. 나는 적어도 그렇게 믿는다. 농부의 수고와 발걸음 그리고 부지런히 움직이는 농부의 재빠른 손길을 폄하하거나 필요없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나는 밭이나 논에서 일을 해 본 경험이 거의 없다. 그러다 보니 텃밭에서 잠시(잠시가 안 된다, 텃밭은 시간이 훌쩍 지나가는 시간도둑이다) 채소들을 돌보다 보면 온 몸이 쑤시고 아프고, 익숙하지 않은 일을 몸에 익히는 게 여간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 머릿속에서 자연농법이 대안이 아닐까 생각하며, 본격적으로 게으름을 피우기 시작했다.

아래는 위키백과사전에서 설명하는 자연농법이다.
 
자연농법(自然農法, natural farming)은 후쿠오카 마사노부에 의해 창시된 농업이다. 땅을 갈지 않고, 풀이나 벌레를 적으로 여기지 않으며, 비료와 농약을 쓰지 않는다. 인위적인 방법을 쓰지 않는 대신, 최대한 자연의 본래 활동에 맡겨 작물을 재배하는 농업 방식이다. 무경운, 무제초, 무비료, 무농약에 의한 자연농법을 4 무 농법이라고 부른다. 

왠지 모르게 공감이 가고, 나하고 딱 맞아떨어지는 농법이라는 생각이 들어왔다. 최대한 자연의 본래 활동에 맡겨 작물을 재배하는 농업 방식이 너무 마음에 든다. 그렇게 나는 풀을 뽑되 최소한으로 뽑고, 무농약, 무비료, 무제초의 농법으로 텃밭을 가꾸는 게으른 농부다.

과연, 결과가 어찌 될까 궁금하고 기대도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덕분에 나는 텃밭 노동으로 혹사를 당하지 않게 되어 감사하고, 식탁에 올라오는 야채를 안심하고 먹을 수 있어서 더 감사했다. 하늘에서 부어주는 비가 부족할 때는 물을 챙겨서 주었고, 토양은 영양분을 위해 퇴비와 반려견 장군이 꽃순이의 배변을 활용했다. 
 

포도송이처럼 주렁주렁 열린 싱그러운 방울토마토 ⓒ 정은경

 
방울토마토는 마치 포도송이처럼 주렁주렁 열렸다. 내 예상과 다른 결과물이다. 어쩌면 이렇게 탐스럽게 열렸는지 내 눈을 의심할 정도였다. 초록빛 토마토가 하나씩 하나씩 붉은색으로 익어가고 있다. 
 

아직 참외는 초록빛이다. ⓒ 정은경

 
참외를 심었더니 어느새 큰 초록색 참외가 자라고 있다. 언제 노란색으로 익어갈지 궁금해서 기다리기가 힘들 정도다.
 

주먹만한 파프리카가 열렸다. ⓒ 정은경

 
파프리카 모종을 심었더니 주먹만 한 파프리카가 열렸다. 아직 초록색이지만 머지않아 노란색과 빨간색으로 변할 거란다. 파프리카는 아삭아삭해서 전에 살던 인도와 영국에서도 풋고추 대신 썰어서 쌈장에 찍어 먹곤 했다. 그걸 우리 텃밭에서 수확해서 먹는다니 믿기지가 않는다.  
 

텃밭에 자란 싱싱한 초록 채소들 ⓒ 정은경

 
매일 아침 텃밭에서 풋고추 한 줌과 오이 하나를 따서 쌈장에 찍어먹는 재미로 하루를 시작한다. 뭐라 표현해야 할까? 연하고 부드럽고 아삭아삭하며, 싱싱한 맛은 텃밭에서 올라오는 야채에서만 맛볼 수 있는 아주 특별한 맛이다.
 

매일 아침 바구니에 담겨오는 신선한 텃밭 열매들 ⓒ 정은경

 
한 가지 아직 수확을 못하는 게 있으니 바로 호박이다. 우리 호박은 꽃만 많이 피고 열매가 안 열린다. 내 마음을 아셨는지 여기저기서 호박을 가져다 주신다. 그래서 갑자기 호박 부자가 되었다.

내게로 흘러온 호박을 다시 다른 이들에게 흘려보냈더니 더 많은 호박이 내게로 오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내게는 기적과도 같은 경험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브런치에 함께 올린 글입니다.
##텃밭가꾸기 #자연농법 #유기농채소가꾸기 #싱그러운야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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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과 인도에서 거주하다가 작년에 한국 시골에 들어와 가족과 자연 속에서 생각하고, 사랑하며, 희망을 담아 힐링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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