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성장 위젯아기의 성장 정보가 담긴 애플리케이션의 한 장면
최원석
그 조언들과 함께 '요새 아기 키우는 것은 참 쉽겠다. 돈만 있으면 아기에게 필요한 것을 사주기만 하면 되니까'라는 말씀들을 제일 많이 하셨다. 이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들의 육아용품과 장난감이 범람하는 지금을 두고 지인들이 건넨 말이었다.
아내는 물건을 사용해 보고 구매를 결정하는 타입이고 타인의 조언이나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를 위시한 상품 홍보 등에 잘 휘둘리지 않았다. 간단했다. 아기에게 주었다가 아기가 좋아하면 사용하는 것이고 사용하지 않으면 가차 없이 남편 손에 들려 중고거래로 판매했다.
아내는 출산 전에 미니멀리스트의 삶을 살았다. 남편이 무언가를 사자고 제안하거나 가지고 들어올 때 필요가 없다 판단되면 가차 없이 처분이라는 사형을 내리는 포청천이었다. 필자 몰래 버려지거나 처분된 물건들이 많은 것은 안(?) 비밀이다.
무언가를 찾았을 때, 쥐도 새도 모르게 없어진 것을 확인했을 때의 공허함과 황당함이란... 잃어본 사람만이 아는 감정이리라. 한 번은 인터넷을 검색하다 아기의 장난감을 선전하는 인플루언서님에게 홀려서(?) 장난감을 샀는데 이미 아내는 그 장난감의 존재는 물론 장단점까지 알고 있었다. 결국 날 것의 모습 그대로 아내의 손에 처참히 팔려버렸다.
출산 후, 아내는 확실히 달라졌다. 무언가를 겪어 보고 경험하려 한다는 점이 제일 많이 달라진 점이었다. 예전에는 사지 않았을 물건이지만, 집에 많이 있어야 하는 '집콕 육아'에 도움이 될 물건이라면 산전, 수전, 공중전, 지하전을 하더라도 공수했다.
물론 이를 위해 아내는 많은 책을 읽었다. 그리고 많은 엄마들과 여러 매체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교류했다. 초보 엄마라 많이 낯설었을 육아를 아내는 그렇게 아내만의 노력과 교류, 네트워크로 채워 왔다. 가끔 아내에게 육아로 조언을 해오는 사람들이 있다면 아내는 귀 기울여 듣되, 흔들리지 않았다.
아내는 모든 매체를 이용하지만 단지 참고만 할 뿐이다. 그 이상 그 이하의 의미도 없다. 자신이 주체가 되어 양육을 하는 일명 '소신 육아'를 위한 참고용인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