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 자금 특별지원대상 보이스피싱 문자 기승

[주장] 코로나 재난지원금 빙자 보이스피싱 사후약방문 언제까지?

등록 2021.09.06 08:54수정 2021.09.06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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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은행에서 보낸 것으로 위장한 문자메시지. 파란색을 누르면 보이스피싱을 당하는 전화로 연결된다. ⓒ 문자 갈무리


가짜뉴스와 진짜뉴스가 혼재되어 정신이 혼란스럽다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와중에 정부의 코로나 재난지원금 제도에 편승한 각종 불법 스팸문자가 난무하고 이에 속아 보이스피싱을 당하는 사례가 많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코로나로 인하여 가뜩이나 어려움이 큰 자영업자들이 깜박 속는 경우가 많아 더욱 우려와 안타까움이 크다.

지난 8월 17일부터 시작하여 신속2차 지급신청 중인 '소상공인 희망회복자금'과 9월 6일부터 접수되는 5차 재난지원금인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의 안내 및 광고문자메시지가 속속 핸드폰에 전송되고 있다. 희망회복자금은 중소벤처기업부/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안내문자를 발송하였고,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은 주로 각 카드사들이 경쟁적으로 서비스제공 홍보문자를 보내고 있다.

그런데 이틈에 '희망회복자금 특별지원대출승인 안내', '희망복지·새희망자금 대출안내', '소상공인 소망대출 플러스자금지원', '보증재단지원 특례보증대출 신청 대상' 등 정부지원금 이름과 아주 비슷한 내용으로 금융기관을 사칭한 스팸문자가 무차별적으로 뿌려지고 있다.

이들은 실제 금융기관에서 안내하는 것처럼 보이게끔 각 은행 명의를 그대로 도용하고 '대출빙자형 보이스피싱 피해예방' 문구까지 표기해 사실인 것 마냥 조작하기 때문에 언뜻 봐서는 진짜 메시지로 혼동하기가 쉽다. 더구나 '대출신청 대상자로 승인되었는데 아직 미신청되어 재안내한다'는 문구에 현혹돼 코로나 정부지원금제도의 일환으로 여기고 혹시나 하는 생각에 발신 전화번호로 통화를 접속하면 사기에 말려들 가능성이 높다.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에서 곡물중개상을 운영하고 있는 김호택(가명)씨도 급한 결제자금이 필요해 얼마 전 휴대전화로 수신된 '○○은행 소상공인지원대출' 광고문자를 보고 전화를 걸어 사정을 얘기했더니 상대쪽에서 은행직원이라는 사람이 우선 은행 보안앱을 깔아야 된다며 메신저를 보내주고 설치를 유도하자 일단 이에 응했다.

평소 보이스피싱에 대해 나름의 경각심을 갖고 있던 터라서 행여나 하는 생각으로 해당 은행에 직접 전화를 걸어 앱에 기재된 담당직원이 실재로 근무하는 직원인지 여부를 문의하자 '맞다'라는 인정과 함께 심사절차 후 비대면 대출을 실행해주겠다고 답변을 받았다. 이때 걸었던 전화가 사기범들에 의해 전부 가로채였다는 사실을 눈치 채지 못한 채 은행에 확인까지 했으니 틀림없다는 판단이 서자 이후 시키는 대로 따랐고 사기범들은 카드론 1200만 원을 인출해 잠적해버렸다.

김씨는 그동안 보이스피싱에 대해 마치 남의 일인 양 여겨왔으나 자신처럼 노련한 사람이 감쪽같이 당했다는 사실이 아직 믿겨지지 않는다며 쉽게 속을 수밖에 없었던 요인으로 첫째, 금융기관 명의로 송신된 대출안내 문자의 진위여부를 구별하기가 쉽지 않고, 둘째로는 '은행보안앱'이라는 용어와 '비대면처리'라는 말을 당연하게 받아들인 선입견을 지적했다.


보이스피싱을 당했음을 인지하고 곧바로 금천경찰서 지능수사팀에 사건 신고를 마쳤으나 범인들이 역할분담을 통해 점조직처럼 움직이기 때문에 검거가 쉽지 않다는 말을 들은 후 허탈해할 수밖에 없었다.

필자가 은행을 방문해 대출안내 문자를 보여주면서 은행에서 실제 발송한 게 맞는지 묻자 보낸 사실이 없는데도 이를 보고 오인하여 상담을 청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당혹스럽다라는 담당직원의 대답을 들었다.

또한 금천경찰서 수사과에 문의해본 결과 비슷한 보이스피싱 피해를 겪고 신고를 접수하는 사례가 대략 1일 평균 1건 정도 되는 것 같다는 회신을 받았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20년도 발생 건수가 2만 5707건이며 약 7000억원의 피해 현황을 보이고 있다. 한상혁 방통위 위원장은 "신종 스팸이 지능화되고 피해 범위가 날로 확산됨에 따라 통신사업자 등과 협력 대응을 강화하고, 불법스팸전송자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기술문명의 발전이 사기범들에게 오용되는 점도 문제지만, 불법스팸문자 조차 걸러내지 못하는 정보통신시스템의 한계를 어쩔 수 없다는 듯 언제까지 보고만 있어야 할까. 대출을 빙자한 보이스피싱이 끊이질 않고 있는데 금융기관의 선제적 대처가 그리도 어려울까. 이 모든 게 혹여 우리의 관심과 의지의 결여 탓은 아닐까 해서 말이다.
#재난지원금 #코로나 #국민지원금 #보이스피싱 #정부지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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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이가 들어가며 사회에 하고싶은 말은 해야겠다고 맘먹은사람 2. 원광대학교 , 서울시립대대학원 사회복지학 석사, 숭실대학교 사회복지학 박사과정수료 3.장애인복지시설 임마뉴엘의 집 인권지킴이단장, 특수학교 한국육영학교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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