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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형 방역'의 그림자... "보건소 노동자, 번아웃 상태"

[국감-행안위] 이은주 "언제든 사망할 수 있는 위험 상태"... 박남춘 "과도 운영 부분 조정"

등록 2021.10.12 19:29수정 2021.10.12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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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서 근무하는 보건소 직원들이 코로나19에 대한 인천시의 선제적 방역 정책으로 인해 '언제든 과로로 사망할 수 있는' 극히 위함한 상태라는 진단이 나왔다. 일선 현장에서 지적하는 '인천형 방역'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다.

12일 국회에서는 제391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가 열렸다. 인천시와 충청남도가 피감기관으로 출석했다.

이날 이은주 정의당 의원(비례대표)은 "지난달 극단적인 선택으로 고인이 된 부평구 보건소 공무원은 7월 117시간, 8월 110시간으로 초과근무를 했고, 이를 통상근무시간과 더해보면 7월 주당 평균 67시간, 8월에는 63.3시간, 9월에는 69시간을 근무했다"며 "이것은 과로사, 즉 뇌혈관 및 심장 질환 등의 업무 관련성을 평가하는 기준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산재 과로사 판정에 발병 전 4주 동안 1주 평균 64시간 초과하는 경우, 특히 야간근무 30% 가산 산출을 기준으로 보면 고인의 주당 평균근무시간은 70시간을 훌쩍 넘기는 걸로 나타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았더라도, 언제든 과로로 사망할 수 있는 극히 위험한 상태였다"라고 진단했다. 
  

부평구 보건소 공무원 노동시간 현황 ⓒ 이은주 국회의원(정의당)

 
실제 고용노동부고시 제2020-155호는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60시간(발병전 4주 동안 1주 평균은 64시간)을 초과한 경우에는 업무와 질병과의 관련성이 강하다고 평가 하고 있다. 발병 전 12시간 동안 업무시간이 52시간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업무시간이 길어질수록 업무와 질병과의 관련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평가한다. 또한 오후 10시부터 익일 6시 사이의 야간근무의 경우에는 주간 근무의 30%를 가산(휴게시간의 제외)하여 업무시간을 산출한다.

즉, 지난 9월에 코로나19 업무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부평구 보건소 직원에 여기에 해당하는 것이다.

결국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극심한 초과근무에 지친 보건 노동자들 사이에선 '터질 게 터졌다'는 분노와 애도가 함께 나왔다.

문제는 지금의 인천 상황이 고인 뿐만 아니라 보건소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상당수가 고위험 상태에 처에 있다는 것이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인천본부(아래 노조)는 지난 9월 26일부터 10월 6일까지 인천시 8개 자치구 보건소 직원 384명을 대상으로 '인천시 보건소 노동자 코로나19 업무 실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실태조사를 살펴보면, 전체 384명 중 94.8%인 364명이 코로나19 대응 업무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코로나19 대응 업무로는 선별질료소 관련 업무 48.2%, 확진자 역학조사 관련 업무 38.1%, 예방접종 관련 업무 19%로 나타났다.
 

코로나 19ㄱ 대응 업무 수행여부 ⓒ 전국공무원노조 인천본부



 

코로나19 대웅 업무 분야 ⓒ 전국공무원노조 인천본부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월 평균 초과근무시간에 대한 조사에서는 전체 응답자 384명 중에 53명(13.8%)이 100시간 이상, 46명(12%)이 81시간에서 100시간으로 나타나는 등 사실상 언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은 '번 아웃' 상태, 즉 죽음과 삶의 경계에 있는 매우 심각한 상황임을 나타내고 있다. 

코로나19 대응 월 평균 초과 근무시간(3개월) ⓒ 전국공무원노조 인천본부

 
이은주 의원은 "인천이 팬더믹 초기 적극적 방역 대책으로 확진자 수를 줄이는 데 당연히 기여했을 것이지만 7월 델타변이 4차 대유행 이후, 기존 추적조사 방식은 한계가 분명해졌고, 9월 확진자가 6월 확진자의 5배가 넘는 상황에서 기존 추적조사 방식을 유지하면, 방역 인력의 신체적 한계를 뛰어넘게 된다"며 "실제 고인이 담당했던 업무가 바로 역학조사였고, 인천이 초과근무가 많은 이유는 서울·경기와 다르게 발병 4일 전까지 그리고 24시간 역학조사를 하면서 새벽에도 접촉자에게 전화를 걸어 검사와 자가격리를 안내하는 등의 '인천형 방역'이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에 대한 개선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박남춘 인천시장은 "과도하게 운영되는 부분을 조정하고 서울과 경기도 수준으로 방역 대책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답변하면서 "추가로 보건인력을 충원하는 문제도 충분히 검토해서 마련해 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조는 "선별진료소 운영시간은 줄어드는 등 일부 개선이 되었으나 핵심인 야간역학조사는 없어지지 않았다"며 반발하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노조는 확진자 발생 시 즉각 대응하기 위해 24시간 비상대응체계를 유지한다는 인천시 정책의 취지는 좋으나 그 취지에 부합한 효과는 미비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 노조의 설문 실태 조사 결과에 의하면 일선 현장에서의 현실은 전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에서 일하는 한 관계자는 "확진자 새벽 발생 시 즉각 확진자에게 본인이 확진자임을 통보하고 가족관계 및 직장, 혹은 다니는 학교 등 기초조사, 그리고 확진 이전 동선을 파악해야 하지만 새벽 시간 전화를 받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며 다행히 전화를 받았다 하더라도 '아무리 확진자라 하더라도 자고 있는 이 시간에 전화를 해야 하냐'며 화를 내며 항의를 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또한 자다가 전화를 받아 답변이 부정확해 다음 날 다시 확인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밝혔다.

즉, 심야 또는 새벽시간대 역학조사는 실효성이 매우 떨어져 효과를 의심할 수 밖에 없고 익일 아침 다시 진행해야 하므로 일을 두 번씩 해야 하는 행정의 낭비도 초래되며 무엇보다 관련 시민들의 고충도 심각할 정도로 현 인천시의 코로나19 대응 정책은 애초 취지와 다르게 효과는 미비하고, 보건소에 근무하는 노동자의 업무강도와 희생만 강요될 뿐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이러한 24시간 대응 체계를 유지하는 야간역학조사는 현재 수도권 중 인천이 유일하여 다른 지역 밀접접촉자, 확진자가 근무하고 있는 직장 등에 협조를 얻는 것 또한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수도권이 하나의 생활권인데 인천만의 선제대응 정책이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해 현장에 있는 직원들은 매우 회의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결국 노조는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전국적으로 코로나19 과중업무로 인해 일선의 공무원들이 번아웃(Burnout·탈진 상태) 상태를 호소하며 휴직자와 사직자도 늘어나는 상황인데, 특히 인천시는 아무런 인력충원 등의 대책 없이 '인천시 선제대응 지침'으로 24시간 역학조사 등의 업무를 가중하여 현장노동자들의 과로를 조장하여 왔다"며 "고인 사망이후 인천시는 대책위와의 면담에서 과도하게 운영되는 부분을 조정하고, 노동조합과 협의를 통해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하였지만 이후 노조와의 협의는 실종되었고, 10월 6일 인천시가 일방적으로 발표한 대책에는 과로노동의 핵심원인으로 지적된 야간역학조사는 유지하고, 과로업무를 개선할 만한 실효성 있는 대책은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오는 13일에 인천시청 앞에서 '인천시 보건소 노동자 코로나19 업무 실태 설문조사'를 발표하고, 인천시에 실효성 없는 야간역학조사 폐지, 과로업무 개선 등 제대로 된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알렸다.
#국정감사 #인천시 #이은주 #코로나19 #보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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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전 블로그 기자로 활동했었는데.. 요즘 들어 다시 뭔가 말하고 싶어 기자로 등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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