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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주거정책, '3부족' 정책?

청년 1인 가구가 직접 경험한 청년·주거정책 모니터링

등록 2021.10.25 13:54수정 2021.10.25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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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회차에는 선우씨가 직접 경험한 청년과 주거문제를 둘러싼 정책을 돌아보며, 제도 개선의 방향을 살펴본다. 첫 번째로 민간임대차시장에서 자립을 시도하는 사람들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 체계의 필요성을 짚고, 두 번째로 은행에게 책임과 역할을 떠넘기는 주거정책 기조를 비판적으로 돌아본다. 마지막으로는 청년주거정책의 범주로 여겨지지 않으나 청년이자 세입자로 사는 사람들이 지역사회에서 손쉽게 방치되는 문제적 상황을 돌아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 개선의 필요를 이야기한다. [기자말]
선우씨는 팟캐스트를 통해 우연히 민달팽이 유니온을 알게 됐다. 홈페이지에서 주거 상담을 신청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집구할 때 쓸 만한 주거정책을 문의해봤다. 그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알게 되었고, 이 시민단체의 활동이 사회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 회원 가입과 후원으로까지 이어졌다. 인터뷰 중에도 민달팽이 유니온 활동가는 선우씨와 전입신고, 확정일자, 계약갱신청구 등 주택임대차계약 과정에서 꼭 알아야 하는 정보들을 설명 및 제공했다.

선우씨는 민간임대차시장에서 집을 구하고 주택임대차계약을 맺는 과정 전반에 대해 디테일한 부분들을 물어볼 곳이 없고, 정보를 찾는다고 하더라도 단어나 맥락 등을 이해하기가 굉장히 어려움을 토로했다. 법적인 용어로 설명이 되어 있어 이해하기 쉽지 않았고, 그래서 세입자가 될 자신에게 무엇이 중요한 사실인지 헷갈렸다. 그는 이러한 어려움을 개선한 입문 용도의 정보 제공이 모두에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은행에게 청년의 주거안정을 떠넘기지 않는 정책 : 노력 부족

선우씨는 여러 차례 이사를 다니면서,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보증금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대출 정책을 알아보기 위해 여러 은행을 다니고 대출상담을 받았다. 지점마다 다루는 대출 상품이 달라 매번 어려움을 겪었다.

그가 처음 대출을 알아본 지역은 서울시 공덕역 부근이었다. 해당 지역에 위치한 은행 지점들은 중소기업이 많이 모여 있는 지역 특성을 반영해 주로 중소기업 관련 대출을 진행했다. 대학생 등 이외 유형에 대한 대출 상품에 대해서는 이해도가 높은 은행원을 만나기 어려웠다. 은행은 기업이기 때문에 지역별 특성을 고려해 전략적인 대출 상품을 내놓는 것이 당연하다 할지라도 이렇게 편차가 큰 것은 세입자에게는 큰 불안요소로 다가온다.

국토교통부 등은 다수 시민들이 겪는 주거불안을 해결하기 위해 가장 대표적으로 대출 정책을 대폭 확대하면서 공공임대 공급 물량 부족, 주거비 지원 예산 부족 등의 문제를 무마해왔다. 대출 정책은 단기적으로는 가장 효과적인 정책처럼 보일 수 있으나, 은행에게 많은 권한이 넘어감으로써 개인이 주거안정에 대한 책임을 떠안는 방식이 되기 쉽다.

보다 안정적인 집이 확보되게끔 국가가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대출심사에 문제되지 않을 집을 찾고 자신의 신용도를 은행에 증명하기 위해 개인이 발로 뛰어야 한다. 와중에 은행은 해당 개인이 이용할 수 있는 대출 정책을 충실히 설명해줄 의무가 없다고 여긴다.


실제로 선우씨가 은행을 다니며 어려웠던 것이 이 지점이었다. 지점별로 구체적인 설명을 받지 못했고, 똑같은 조건으로 방문해도 처음엔 안 된다며 거절당한 뒤 나중에야 가능하다고 확인받기도 했다. 이처럼 정책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것조차 개인의 몫이다. 노동소득으로 충당할 수 없이 높게 치솟은 주거비를 대출로 보완하기 위해 개인이 홀로 노력에 노력을 다해야 하는 여건이다.

선우씨는 조금 더 노력했다. 중소기업 밀집 지역이 아닌 대학가 인근 은행 지점을 방문했다. 해당 대출 상품을 이용할 수 없다는 말에 이미 해당 상품을 진행해 본 다른 직원을 만나고 싶다고 요청했다. 그렇게 만난 직원은 그에게 대출이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그는 그렇게 이용 가능한 대출 상품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그는 자신이 운이 좋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자신보다 좋지 않은 여건에서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은 선택의 폭이 더 좁아지는 것을 알고 있다며, 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의 필요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분리수거장 설치 등 공동체를 위한 다양한 정책 : 상상력 부족

선우씨는 집을 찾고 주거정책을 이용하고 주택임대차계약을 맺는 것까지 집구하기의 전 과정을 겪으며, 한국 사회에서 세입자로 사는 자신이 좋은 조건에서 주거 생활을 영위하기란 몹시 어려운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어려움은 계약 후에도 이어진다. 집과 관련된 이슈가 생겼을 때, 상담을 하거나 이의를 제기할 곳이 마땅치 않다.

대표적으로 분리수거 문제가 있다. 선우씨는 어느 날 우편함에 과태료 통지서들이 마구 꽂혀있는 것을 목격했다. 그는 과태료 부과 대상이 아니었지만, 타 거주자들의 과태료 통지 사유가 무단 배출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이것이 같은 건물에 거주하는 모두의 문제임을 인식했다.

그가 거주하는 오피스텔은 구조적으로 분리수거를 청결하게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했기 때문에 곧장 관리인에게 해당 건물에 쓰레기통을 설치하거나 분리 배출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배출 구조가 없어서 벌어지는 문제인데 이에 따른 과태료를 세입자들이 부담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고, 심지어 관리비도 비싼 와중에 이러한 관리가 부재한 것은 문제라고 주장했다. 자연스럽게 그의 요구는 거절당했다.

개인 세입자의 주거환경 개선 요구가 거절당하는 일은 빈번하게 목격된다. 이럴 때는 민달팽이 유니온을 비롯해 서울시청년주거상담센터,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 세입자법률지원센터, 전월세보증금지원센터,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등을 활용할 수 있지만 주택임대차보호법과 민간임대주택법이 구체적으로 정비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많은 경우 직접적인 법적 도움을 받지 못한다.

분리수거 관련 사항 또한 법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내용이다. 방범창 미설치로 인한 안전성 결함, 구조적 문제 때문에 생기는 곰팡이 문제 등 주거환경 개선 전반에 대한 내용이 담긴 최소한의 규칙도 미비하다.

분리수거장에 대해서만큼은 활용해볼 수 있는 제도 개선안이 있다. 선우씨는 관리인으로부터 개선안을 거절당한 이후로 좀 더 움직였다. 구청 민원을 통해 해당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문의한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선우씨가 거주하는 자치구는 임대인이 분리배출함을 설치하는 것에 대해 비용 일부를 지원해주는 정책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해당 오피스텔은 앞으로 분리배출을 할 수 있게 됐다. 선우씨의 움직임이 공동체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보다 건강한 주택관리 질서를 만든 것이다.

그렇다면 모든 건물이 선우씨 같은 사람의 민원을 통해 분리수거 가능한 시스템을 획득해야 하는 것일까? 지자체가 우선 자기 역할을 할 수는 없을까? 실제로 이러한 고민을 담아 2021년 서울시 청년정책네트워크에서는 청년자율예산제도를 통해 원룸촌에 분리수거함을 설치하는 정책을 제안했다. 제안이 곧바로 현실이 되진 않지만, 유의미한 움직임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다음 청년 당사자와의 인터뷰에 앞서

청년주거정책은 어떤 청년의 어떤 문제를 풀기 위해 존재하는가? 창업을 위해 도전하는 청년에게 도전숙, 드론 사업하는 청년에게 드론숙, 결혼을 도모하는 청년에게 ㅇㅇ주택…. 청년주거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을 착각한 몇 정치인 및 행정가들은 청년에게 흔히 기대하는 사회적·국가적 효용가치에만 몰두한 나머지, 허울 좋은 보여주기식 청년주거정책을 만들어왔다.

다행스럽게도 이러한 함정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쉽다. 풀고자 하는 문제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구조적 불평등을 막아주던 부실한 댐은 터졌다. 오랫동안 방치됐던 사회적·경제적 불평등이 쌓이고 쌓였다. 현재 청년층을 비롯한 세대는 앞으로 더 큰 불평등 사회를 살아갈 것이다. 이들을 위한 제도적 보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와 함께 청년주거정책은 청년이 주거취약계층으로 겪었던 차별과 배제의 문제를 시작으로, 그간 소외된 사회적 약자와의 연대를 만드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 고정관념을 걷어내고,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시민을 포용하도록 주거정책 기조 자체를 바꿔야 하는 시대적 책임을 선제적으로 이행해야 한다.
#청년주거정책 #주택임대차계약 #대출정책 #민간임대차 #주거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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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권 보장 지금 당장!'을 외치며 청년 세입자 대상의 교육, 상담, 현장대응 그리고 제도개선을 위한 실천행동을 함께 합니다. 무법지대와 다름없는 주택임대차시장에서 세입자 청년들이 겪는 부당한 관행에 2013년부터 함께 대응해왔고, 보증금 먹튀 대응 센터 운영 및 법안 발의 등 세입자 권리를 지키기 위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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