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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바쁜 아빠'... 내 이마에 붙은 이름이었다

아들의 사춘기를 겪으며... 내가 잘 되는 게 가족을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등록 2021.11.07 14:17수정 2021.11.07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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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낀40대'는 40대가 된 X세대 시민기자 그룹입니다. 불혹의 나이에도 여전히 흔들리고 애쓰며 사는 지금 40대의 고민을 씁니다. 이번 회에는 '자녀와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 해 봅니다.[편집자말]
사춘기 : 청소년들이 아동기를 벗어나면서 큰 변화하는 시기로, 2차 성징의 신체적 변화와 인지적으로는 타인의 입장을 고려할 수 있게 되며 자기중심적인 생각에 빠지기도 한다.
           
회사 사무실에서 무심코 인터넷 검색창에 '사춘기'를 쳐보았다. 요즘 머릿속은 온통 아들의 사춘기 생각으로 가득하다. 긴 한숨이 흘러나왔다.  

폭탄을 안고 사는 것 같은 아들의 사춘기
 

얼마 전, 게임 하는 문제로 아들과 아내가 부딪쳤다. ⓒ elements.envato

 
아들의 사춘기가 시작되고 나서부터 집안은 폭탄이라도 터질 듯 매 순간이 조마조마하다. 아이의 감정이 수시로 널뛰다 보니 가끔은 같은 사람이 맞는지 의심이 들 때가 있다. 중학교에 입학해서부터는 학업량도 늘고, 그에 대한 부담감 때문인지 짜증 부리는 날도 부쩍 많아졌다.

얼마 전, 게임 하는 문제로 아들과 아내가 부딪쳤다. 늘상 있는 일인데, 그날따라 도가 지나치다 싶어 아이에게 몇 마디 했더니 대들어서 단단히 혼을 냈다. 그동안은 주로 아내가 악역(?)을 담당했기에, 나는 크게 개입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아빠에 대해 쉽게 생각하는 것 같아 의도적으로 엄하게 대했다.

게임 때문에 숙제를 불성실하게 하는 부분을 지적하며 아내와 상의해 핸드폰 사용 시간을 줄이겠다고 통보했다. 아들은 처음에는 받아들이지 않고 반발하다가 나중에야 불만을 가득 품은 얼굴로 마지못해 수긍했다. 그 밖에도 평소 잘못한 행동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따지고 나무랐다. 시간은 어느새 자정을 훌쩍 넘어가고 있었다.

아들이 방으로 돌아간 뒤 긴장이 풀려서인지 침대에 누웠는데, 온몸이 뻐근했다. 눈을 감아도 잠이 오지 않았다. 옆에서 계속 뒤척이는 소리가 들렸다. 아내의 힘듦이 이불 너머로 전해졌다. 그 뒤로도 오래도록 서로의 불편한 마음을 느끼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그날 이후로 아들은 내가 퇴근해서 들어오면 간단히 인사만 하고, 제 방으로 들어가 나오지 않았다. 몇 번을 다가가도 밀어내기만 했다. 그날 일이 아들에게도 큰 충격이었던 모양이다. 그냥 아내에게 맡기고 조금만 더 참을 걸 하는 후회가 찾아왔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몰라 냉가슴만 앓았다. 

사춘기 아들과 저수지에... 남일 같지 않았다
 

회사에 출근해서도 무거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저녁에 회사 인근에서 식사하고 다시 들어오는데 옆자리 동료가 무슨 일 있냐고 물었다. 그날 일을 이야기했더니 옆에서 다들 기다렸다는 듯이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냈다.

평소 게임만 하길래 뭐라고 잔소리를 했더니 대들고, 그날부터 학교를 그만두겠다고 해서 곤욕을 치렀던 이야기, 혼냈다고 단식투쟁에 돌입해서 한동안 애먹은 이야기 등등 끝이 없었다. 심지어 중 2병이 심하게 걸린 아들과 저수지에 가서 같이 뛰어들자고 실랑이를 벌인 선배도 있었다.

평소 '허허' 웃으며 잘 지내는 듯 보였던 선배의 말에 우리는 모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들이 초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별 탈 없이 잘 지냈는데, 중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사춘기가 심해져 감당하기 힘들다고 했다. 그러면서 땅이 꺼질 듯 긴 한숨을 내쉬는데, 전혀 남 일 같지 않았다.

선배는 푸념했다. "아이들에게 하나라도 더 좋은 것 해주려고 밤 늦도록 열심히 일만 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차라리 집에 일찍일찍 들어가서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많이 보냈다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까..." 우리 모두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 역시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일로 한창 바쁜 40대가 아닌가. 주중에는 밥 먹듯 하는 야근으로 가족들 볼 틈이 없다. 주말이면 아이들과 무언가 하고 싶어도 학원이다, 공부다, 시간이 없었다. 그러던 사이 아이는 훌쩍 커 버렸다. 회사 책상 위, 액자 안에서 해맑게 웃던 귀여운 꼬마는 온데간데없고, 변성기를 맞이한 굵은 목소리에 어른 키만큼 자란 여드름 가득한 청소년이 되었다.

사실 2년 전, 본사 근무를 제안받고 고민을 많이 했다. 아내도 바빠지면 가정에 소홀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했다. 하지만 승진의 좋은 기회가 있는 자리라 뿌리치기 어려웠다. 그때는 내가 잘 되는 일이, 가족 모두를 위하는 길이라고 착각했다.

결국 예상했듯이 회사 일은 미친 듯이 돌아갔고, 주중의 정시 퇴근은 꿈도 꾸지 못했다. 심지어 주말에도 출근하는 일이 빈번했다. 결국, 아내가 도맡아 아이들을 돌봐야 했다. 아이들도 처음에는 자주 놀아주지 못하는 나에게 불만을 토로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러려니 했다. '늘 바쁜 아빠', 내 이마에 붙은 이름이었다.

지금에 와서야 그때 본사를 가지 않고, 좀 더 여유로운 곳에서 근무하며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으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를 한다. 마냥 어린 아이로 머무를 줄 알았다. 나만 나이 먹는 줄 알았지, 아이들 크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아이들과 함께 뛰어 놀 수 있는 순간은 찰나였다.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친 것 같아 아쉽다. 주변에 아이들과 캠핑도 자주 가고, 최신 게임도 함께 하며 친밀하게 소통하는 걸 보면 부러울 따름이다. 그 역시도 시간을 자주 보내고, 부단히 노력한 결과겠지만. 아들의 진한 사춘기가 내 탓으로 느껴져 죄책감마저 드는 요즘이다.

믿고, 버티며 긍정적으로 바라봐주기
 

화해 버텨주고, 긍정적으로 바라봐주기 ⓒ Pixabay

 
그날도 늦은 퇴근으로 집에 와 보니 거실 불이 꺼져 있었다. 슬며시 아들 방문을 열었다. 쌔근쌔근 코까지 골며 깊은 잠을 자고 있었다. 최근에 고래고래 화를 내던 아이가 맞나 싶을 정도로 평온한 모습이었다.

머리를 쓰다듬으며 울컥하는 마음을 누를 수 없었다. 나에게 처음으로 '아빠'라고 불러준 소중한 첫아이, 함께 뒤엉켜 땀을 뻘뻘 흘리며 씨름했던 순간, 좋아하는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사주면 빙그레 지었던 미소, 아빠가 세상에서 가장 좋다며 크게 동그라미를 그리던 손짓까지 이제는 돌아올 수 없는 순간을 떠올리며 잠시 추억 속으로 빠져들었다.

사전적 정의처럼 '사춘기'는 질풍노도의 시기이고 부모라면 누구나 피할 수 없는 통과의례이리라. 하지만 영영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널까 두렵다.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 마냥 넘어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제재하면 부딪치기만 하니 어려운 수학 문제를 푸는 것 같다.

회사 동료처럼 어디 용한 점집이라도 찾아가 보아야 하나. 최근에 지인이 해준 말이 가슴에 오래도록 남았다. 사춘기 때는 부모의 인내가 필수이다. 참고 버텨주면서, 가깝지는 않더라도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상의할 정도의 사이만 만들어도 성공이다.  

아들 처지에서 생각도 해 봤다. 어른도 아이도 아닌 어중간한 상황에서 사춘기란 거대한 불구덩이 속에서 나름 애쓰는데, 부모라고 혼만 내니 얼마나 답답하고 힘들었을까. 좀 더 이해하고, 다정하게 대해주었으면 좋았으련만. 분명 좋은 모습도 있었는데, 나쁜 면만 지적하려 했던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더구나 자주 시간을 보내주지도 못하면서 말이다.

이제부터라도 노력해야겠다. 아빠의 위치에서 흔들림 없이 그 자리를 지키되 아들이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고 싶다. 간섭보다는 믿고 지켜보는 마음도 필수이리라. 잘하는 점도 찾아서 칭찬과 지지도 해주어야겠지. 아들도 사춘기는 처음이고, 나 역시도 사춘기 아빠는 처음이다. 강한 파도와 같은 갈등은 수시로 찾아오겠지만, 잘 이겨내면 분명 잔잔한 물결을 맞이할 것이다.  

얼마 전 사내게시판에 생태 탐방원에서 주관하는 프로그램 신청 공지를 보았다. 불쑥 아들과 참가하고픈 마음이 들었다. 예전에 아들과 둘이서 군산 여행을 간 적이 있는데, 지금도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다. 잠시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나누면 어떨까. 물론 아들이 승낙해야 한다. 간절한 아빠의 마음을 받아, 꼭 간다고 해주었으면.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개인 블로그와 브런치에도 발행됩니다.
40대가 된 X세대입니다. 불혹의 나이에도 여전히 흔들리고, 애쓰며 사는 지금 40대의 고민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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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일상이 제 손을 빌어 찬란하게 변하는 순간이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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