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주인권단체, 강경화 ILO 사무총장 출마 반대 목소리

"이주노동자 차별지옥 한국에서 ILO 사무총장 출마 자격이 있나?"

등록 2021.10.29 09:57수정 2021.10.29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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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17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한국정부의 이주여성 노동자의 차별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모습 ⓒ 이주여성 노동자 처우개선 대책위원회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의 ILO 사무총장 출마에 민주노총의 반대와 함께 국내 이주인권단체들도 반대 목소리를 내놓았다. 

국내 이주인권단체들로 구성되어 한국정부의 공공기관의 이주여성 임금‧인종차별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공공기관 상담‧통번역‧이중언어 이주여성 노동자 처우개선 대책위원회'(대책위)는 28일 성명서를 통해 강 전 장관의 ILO 사무총장직 입후보에 대해 "의문"이라며 "노동후진국으로서의 대한민국에서, 특히 각종 차별로 얼룩진 이주노동의 현실을 볼 때 더욱 그러하다"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사업장 이동의 자유 미보장, 한해 1200억이 넘는 임금체불, 작년 말 한파 속 비닐하우스 이주여성 노동자의 사망, 여성가족부의 이주여성 노동자 차별 등 을 차례로 지적하며 국내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을 비판했다.

또한 "이주노동자들에게 한국은 코리안 드림이 아니라 차별지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오징어게임 속 알리는 이주노동자들이 있는 곳이라면 쉽게 찾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대책위는 '아시아 최초', '여성 최초'라는 수식어 역시 가족센터 이주여성 노동자들의 임금‧인종차별 문제를 예로 들면서 "한국에 오는 수많은 아시아 이주노동자들과 이주여성들의 비참한 현실 속에서 어떻게 이런 수식어가 의미를 지니겠는가"라며 강 전 장관의 ILO 출마에 내세워진 '아시아 최초', '여성 최초'라는 수식어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대책위는 끝으로 한국사회에서 이주노동자의 현실이 개선되지 않는 한 한국에서 ILO 사무총장은 '어불성설'이라며 "ILO 사무총장 출마에 동의할 수 없다"는 반대의 뜻을 명확히 했다.

공공기관 상담‧통번역‧이중언어 이주여성 노동자 처우개선 대책위원회는 공공기관 이주여성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작년부터 노동‧이주인권단체들이 함께 구성되어 활동하고 있는 연대체이다.


아래는 대책위 성명서 전문이다.

"이주노동자 차별지옥 한국에서 ILO 사무총장 출마의 자격이 있는가?"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이 ILO 사무총장에 출마하며 경총, 한국노총 등을 만나고 다니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과연 한국에서 국제노동기구의 사무총장에 출마하는 것이 맞는지 우리는 심히 의문이다. 

노동후진국으로서의 대한민국에서, 특히 각종 차별로 얼룩진 이주노동의 현실을 보면 더욱 그러하다. 17년 된 고용허가제 하에서 이주노동자들은 가장 기본적인 헌법적 권리인 '사업장 이동의 자유'도 보장되지 않고 있고 인간답게 살아야 할 숙소조건도 컨테이너나 조립식패널 등 70퍼센트가 임시가건물이다. 내국인보다 세 배나 높은 산재사망율, 한 해에 1200억이 넘는 임금체불, 사업장과 사회에서의 여러가지 차별은 말할 것도 없다. 불과 작년 말에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추운 겨울에 이주여성노동자가 사망한 사건까지 있었다. 공공기관에서 통번역 일을 하는 이주여성 노동자에게 임금과 근로조건을 차별하고 차별적인 직무급제를 적용하는 여성가족부의 몰상식한 처사도 더해지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에게 한국은 코리안 드림이 아니라 차별지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징어 게임의 알리는 굳이 넷플릭스에서 찾지 않아도 이주노동자들이 있는 곳이라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런 현실을 외면하고 국제노동기구의 대표가 되고 싶은가? 부끄럽지 않은가?

ILO는 반복적으로 이주노동자 결사의 자유, 노동권 차별에 대해 지적하고 한국정부에 권고를 해왔다. 이주노조의 간부라는 이유로 표적단속 당한 문제를 지적하며 단속추방을 통해 노조활동 개입하는 어떠한 조치도 중단할 것, 이주노조 설립신고를 즉각 허용할 것, 모든 이주노동자의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권 보장을 촉구했다.

ILO는 "차별과 학대로부터 이주노동자 보호에 관해 정부가 지속적으로 주목해야 하며, 재입국‧재고용 제도를 포함하여 고용허가제 하에서 이주노동자가 사업장을 변경하는데 적절한 유연성이 보장되도록 하는 한편, 본 협약에 열거된 차별과 학대에 취약해지는 상황이 관행적으로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가 즉각적인 조치를 노사단체와 협력하여 취할 것"을 촉구해 왔다. 이런 권고를 정부는 이행하지 않았다.  

이런 한국에서 ILO 사무총장이 나온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차별받고 착취당하는 이주노동자들에게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의 ILO 사무총장 출마와 한국정부의 지원은 아무런 감흥도 없고 의무과 우려만 가득할 뿐이다.

아시아 최초, 여성 최초라는 수식어 역시 차별받는 한국의 이주여성 노동자들에게는 아무런 소용도 없다. 이중언어 구사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정부 각 부처와 지자체의 상담센터 등에서 일하는 통번역 이주여성들은 10년 일해도 최저임금 수준이며 호봉, 승진에서 제외되어 있다. 한국에 오는 수많은 아시아 이주노동자들과 이주여성들의 비참한 현실 속에서 어떻게 이런 수식어가 의미를 지니겠는가. 

이것 하나만은 확실하다. 한국사회에서 이주노동자, 노동하는 이주민들의 열악하고 취약한 현실이 개선되지 않는 한 한국에서 ILO 사무총장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세계가 노동후진국으로서의 한국, 차별지옥으로서의 한국을 인식할 수 있게 해야 하지 않는가. ILO로 대표되는 국제노동기준과는 거리가 먼 상황에서 우리는 ILO 사무총장 출마에 동의할 수 없다.

 
#이주노동자 #강경화 #I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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