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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종료아동의 '비빌 언덕'으로 건강한 자립 도와요"

[서울시NPO지원센터 협업 공간 입주 단체 인터뷰 ②] 이석주 야나코리아 사무국장

등록 2021.11.01 14:08수정 2021.11.01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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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활동 지원을 위한 연결과 협력 플랫폼 '서울시NPO지원센터'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공익활동을 촉진하고 건전한 성장을 지원함으로써 시민들의 공익활동 증진과 지역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센터 2층에 마련되어 있는 '협업공간 엮다'는 활동을 위한 기반인 공간을 지원해 NPO와 활동가의 지속가능한 활동을 지원합니다. 2021년 "협업공간 엮다"에 입주팀으로 선정되어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개인/단체들을 인터뷰하였습니다. 일주일에 1회, 회당 1개 팀씩 4회 연재됩니다. [편집자말]

10월 15일, '야나코리아’의 이석주 사무국장 ⓒ 서울시NPO지원센터

 
"보호종료아동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비빌 언덕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들 삶에 개입하고 계속 지켜봐줄 어른이 없는 것이죠. (중략) 또 안전한 공간에서의 거주가 마련되지 않고 주변에 계속 관심 가져 줄 사람이 없으니 신체나 건강의 이상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도 많더라고요. 즉 '비빌 언덕'을 만들기 위해 다방면의 지원을 하는 것이 필요다고 생각합니다."

야나(YANA)는 'You Are Not Alone' 의 머리글자로 부모가 없거나 부모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아동들을 돕는 비영리기구입니다. 아동양육시설에서 생활하는 아동들뿐만 아니라 '보호종료아동'의 생활을 지원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2015년께 설립된 야나코리아 이석주 사무국장을 지난 10월 15일 서울시NPO지원센터에서 만났습니다.

- 안녕하세요, 먼저 야나코리아가 어떤 활동을 하는 곳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야나코리아(YANA KOREA)는 미국의 야나미니스트리(YANA ministry)에서 시작했습니다. 미국의 한인교회에서 먼저 아동들을 돕는 활동을 전개했고 그와 같은 활동을 한국의 아동양육시설에서도 해보자는 취지로 야나코리아가 설립된 것입니다. 처음에는 보육원에서 조그맣게 영어캠프 형식으로 이뤄졌는데, 보육원 아동들에 대한 다양한 지원 사업으로 조금씩 확장되었습니다. 또 이후에는 지금과 같이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지원도 하고 있습니다.

이사장인 의사선생님께서 미국을 방문하셨을 때 야나미니스트리 활동을 접하신 게 계기가 되어 야나코리아 활동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사로 활동하시는 분들 중 의사 선생님들이 많고, 아동들에 대한 지원도 의료지원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
 

보호종료아동의 현실 ⓒ 야나코리아

 
- 보호종료아동과 관련된 활동에 대해 묻고 싶습니다. 최근 '보호종료아동 긴급지원 프로젝트 'YANA 119'를 진행하셨는데요. 보호종료아동이란 누구이고 이들이 어떤 어려움에 처해있나요?
"보호종료아동이란 보육원, 공동생활가정과 위탁가정과 같은 아동보호시설에서 생활하는 아동 중 아동복지법에 따라 만 18세가 되어 이런 보호 시설을 떠나야 하는 아동들을 뜻합니다. 보호종료청년, 자립준비청년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전국 기준으로 약 2600여명의 보호종료아동이 매년 사회로 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문제는 시설 퇴소 후에 자립 준비가 잘 되어있지 않아서 생활비, 주거비를 마련하지 못하고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또 긴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도움을 청할 곳이 없어 건강상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요. 지방자치단체에 따라 보호종료아동의 기준과 이들을 지원하는 정책이 모두 다른데, 지자체에서 받는 자립정착금은 건강한 자립을 하기엔 많이 부족한 금액입니다. 보금자리를 구하는 일도 일자리를 구하는 일도 너무나 힘겨운 일입니다. 따라서 어떤 제도에 따라 보호와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면밀히 준비하고 자립을 하면 좋은데, 현실적으로 이러한 준비가 잘 이루어지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YANA119'는 아동양육시설 보호종료아동 긴급지원 프로젝트인데요. 보호종료 아동들에게 예기치 않게 발생하는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도록 돕는 사업입니다. 주로 질병 치료에 필요한 입원비와 수술비, 치료 기간에 대한 생계비 등을 지원하였습니다.

이사진으로 의사 선생님들이 계시기 때문에 의료 분야에서 네트워크 형성이 잘 되어있습니다. 그래서 이사 분들이 자신이 아는 의사 선생님들을 소개해주시고 의료적 지원이 필요한 보호종료아동이 좀 더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해주십니다. 의료 지원도 여러 분야가 필요한데 치과, 안과, 피부과 등 이사진의 네트워크 덕분에 보호종료아동들에게 적절한 지원이 가능했습니다."
 

YANA119 의료지원 ⓒ 야나코리아


- 'YANA119' 사업이 생계비를 지원하기도 하지만 수술비나 입원비 등 의료 지원 중심으로 진행되는데 아무래도 재정 마련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단체 내에서 재정은 어떻게 확보하시나요?
"아직 재정은 많이 열악합니다. 미국에서 지원받는 부분이 어느 정도 있고요. 현재는 이사님들이 월마다 내시는 운영비가 재정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합니다. 최근에 저희가 활동을 시작한 지 4년 만에 공익 단체로 선정이 돼 정식으로 후원금을 받을 수 있게 되었어요. 당초 공익 법인 형태로 고민을 했으나 조건과 절차가 까다로워서... 현재는 기획재정부 등록 단체로서 2021년 하반기부터 후원금에 대한 영수증 발급이 가능한 상황입니다. 이제 후원금을 받는 작업도 본격적으로 시작해볼 예정입니다."


- 'YANA119' 사업을 진행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사례 또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굉장히 다양한 친구들을 많이 만나게 돼요. 암에 걸린 친구도 있었고 희귀병을 앓는 친구도 있었죠. 저희가 지원했던 친구들 중에 프로복싱 선수가 있었어요. 그 친구가 20대 후반인데 부상으로 경기를 뛰지 못해, 수술 재활에 대한 도움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재활 비용을 지원했어요.

그런데 재활을 잘 마친다고 하여도 코로나19 때문에 언제 시합이 열릴지 모르는 그런 상황인 거예요. 사실 선수 입장에서는 시합이 계속 열리고 경기를 해야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인데도 그런 외부 상황에 영향을 받지 않고 정말 매일매일 꾸준히 재활하고 운동해서 시합을 준비하더라고요. 정말 그 친구는 일상이 운동이더라고요. 운동하다가 지금처럼 생활비가 부족해지면 잠깐씩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정말 삶의 대부분이 시합 때 최고의 컨디션을 내기 위해 준비하는 그런 시간이더라고요. 이 친구가 한국 챔피언을 했던 경험이 있는데 그보다 더 높은 목표인 아시아 챔피언을 목표로 하는 모습을 보면서 80년대 청춘영화를 보는 느낌이었어요(웃음)."

- 사무국장님은 보호종료아동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 보호종료아동이 처한 상황을 해결하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나요?
"사실 사람마다 삶의 모습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어떤 공통점으로 도출되는 해결책을 말씀드리기가 어렵습니다. 그런데 제가 옆에서 지켜보며 보호종료아동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비빌 언덕이 없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인 가정에서 부모와 함께 지내며 어른이 된 사람들은 돌아갈 곳이 있어요. 뭔가 실패하거나 독립을 했다가도 되돌아가야 할 상황이 오면 부모와 함께 살던 공간으로 다시 가는 거죠. 또 경제적으로나 물질적으로 또는 정신적으로 위기를 만나면 가족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합니다. 또 사람마다 다르지만 가족과 다투더라도 상대가 있기 마련인데, 보호종료아동의 경우 그런 연결된 관계가 아예 없는 것입니다. 이들 삶에 개입하고 계속 지켜봐줄 어른이 없는 것이죠.

보호종료아동 종료 후 5년 동안 이전에 머물렀던 시설에서 연락을 취하고 관리 대상으로 삼지만, 그것이 부모와 같은 지지기반은 아닙니다. 제도적으로 정착금 500만 원을 지원하는데, 사실 스무 살에 500만 원이 생기면 굉장히 큰돈으로 느껴질 수도 있으나 원룸 보증금으로도 턱 없이 부족하죠. 이런 정착지원금을 어떻게 사용할지 계획을 잘 세우고, LH 등에서 운영하는 임대주택 청약을 미리 넣어 주거를 마련하는 등의 준비를 한 뒤 시설을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준비가 안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또 주변에 계속 관심 가져 줄 사람이 없으니 신체나 건강의 이상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도 많더라고요. 자기 자신은 변화를 몰라도 주변에서 이상을 알아보는 경우도 있잖아요. 본인이 깨닫고 난 후에는 치료가 더 어려워지는 상황도 보았고요. 즉 비빌 언덕을 만들기 위해 다방면의 지원을 하는 것이 필요다고 생각합니다."
 

야나코리아-우신향병원 지원업무협약 ⓒ 야나코리아


- 과거보다 자녀들이 부모로부터 물리적·경제적으로 자립하는 시기가 늦어졌다는 소식을 많이 접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서 보호종료아동들에 대한 보호종료의 시기가 조정되거나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차원의 방법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보호종료의 시기를 조정하는 건 필요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1~2년 정도 시설에 더 머무른다면 확실히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겠지만 1~2년 뒤에도 여전히 자립의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면 사실상 큰 의미는 없는 것입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시설에서 일하는 종사자를 늘리는 것입니다. 시설에 머무는 아동들을 케어 할 수 있는 더 많은 복지사가 필요해요. 한 명의 종사자가 너무 많은 아동들을 케어 해야 하는 것이 가장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단적인 예시이기는 하지만, 제가 보육원에서 복지사로 일할 때 담당해야 하는 아동의 수가 12~13명 정도였습니다. 지금은 그보다 더 개선이 되었겠지만 여전히 한 명의 복지사가 담당해야 하는 아동의 수가 많고, 이는 아동 한 명 한 명에게 쏟을 수 있는 에너지와 시간이 그만큼 분산됨을 의미합니다.

아이들의 학교생활, 은행 업무, 병원에 가야 할 일 등 세세하게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고 또 아이들의 심리적인 부분이나 정서 발달 등도 돌보아야 해요. 그런데 사실 너무 많은 아이들을 담당하다보면 당연히 이런 부분이 잘 이루어지지 않죠. 아이들도 정서적으로 안정성을 갖기 어려울 것이고요.

보호종료아동의 경우에도 복지사가 담당하는 아이들의 수가 적다면 주거, 취업, 진로 등 다방면의 자립 준비를 알아보고 도울 수 있을 것입니다. 제도적으로 이미 이들의 독립을 위해 마련된 것들이 있기 때문에 이를 적절하게 잘 활용하는 것이 필요한데 지금과 같은 환경에서는 이것이 불가능하고 생각합니다."

- 조금 개인적인 질문을 드리고 싶은데요, 사무국장님께서는 어떻게 야나코리아 활동을 함께하게 되었나요?
"저는 사회복지사이고 처음 일을 시작한 곳은 보육원이었습니다. 야나코리아가 제가 일하던 보육원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그것이 계기였습니다. 그때 번아웃이 와서 새로 이직을 고민하고 준비하고 있던 참이었는데 야나코리아가 만들어지고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죠. 그래서 저는 2017년부터 지금까지 계속 야나코리아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 센터 내 협업 공간은 '야나코리아'에게 어떤 도움과 자극이 됐나요?
"야나코리아가 그동안 사무공간을 갖추고 활동한 적이 없었어요. 이전에는 이사장님 병원 일부 공간을 빌려서 사용했는데 코로나19 이후에 병원 출입이 좀 어렵게 되면서 그 공간도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거의 재택근무로 사업을 진행하다가 이곳 협업공간에 입주하게 된 것이라, 저희는 사무를 볼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매우 안정감을 얻었습니다.

야나코리아는 예산의 90% 이상을 사업비로 사용하고 아까 소개해드렸듯이 그 사업비는 아동들에 대한 각종 지원금이 됩니다. 사무공간을 마련하는데 사용되는 예산보다는 한 명의 보호종료아동을 더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에 사실 아직까지 사무실을 구하거나 공간을 마련할 계획은 없습니다. 여기 '엮다'와의 인연이 끝나면 다른 협업공간이나 비영리기관 지원 공간을 찾아볼 예정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서울시NPO지원센터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야나코리아 #서울시NPO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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