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들을 위한 글쓰기 비법을 알려드립니다

[서평] 최보기 '공무원 글쓰기'

등록 2021.12.01 10:12수정 2021.12.01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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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잘 쓴 책이고 좋은 기획이다. <공무원 글쓰기>라니 신박하고 책의 콘셉트를 정확하게 보여준다. 이 책의 제목이야말로 이 책이 가르치고 싶은 글쓰기의 정수라고 생각한다. 군더더기 없으면서도 책의 성격을 확실히 보여주지 않는가. 평소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최보기 선생의 글을 애독하는 사람으로서 글쓰기에 관한 책을 낸다길래 혹시 <최보기의 글쓰기 교실>이라고 제목을 정하는 것은 아닌지 조마조마했다.

공무원이 무슨 글쓰기냐고? 공무원만큼 글쓰기가 중요한 직업도 드물다. 모든 것을 서류로 말하기 때문이다. 공무원이 작성한 공문서는 곧 그 사람의 모든 것이다. 그 사람의 스펙이며 기획력이자 출셋길을 알려주는 리트머스 종이다. 그렇다고 해도 창의력이 필요한 장문의 글쓰기를 하는 것도 아닌데 무슨 글쓰기의 기술이 필요하냐고? 모르는 말씀이다. 공문서 작성에 필요한 문장은 몇 줄 뿐이다. 그러니까 더욱 글쓰기 실력이 필요하다. 원래 짧은 글이 더 쓰기 어렵고 단어의 선택이 중요하다.
 

표지 표지 ⓒ 더봄

 


짧게 쓰라고 조언한 것은 최보기 선생이 얼마나 글쓰기에 진심이었는지 보여준다. 단시간 내에 글쓰기 실력을 늘리고 싶은 사람은 이 충고를 명심하면 되겠다. 가령 당신이 글을 썼는데 원고지 10매 분량이라면 8장 분량으로 줄여보시라. 글을 줄이다 보면 보일 것이다. 쓸모없는 군더더기들이. 명심하고 또 명심하라. 줄이고 또 줄여라. 지나치게 긴 글을 쓰는 것은 트래킹 여행을 하면서 렌즈 7개를 모두 챙겨서 가는 것이나 다름없다. 어깨 빠진다.

문장도 마찬가지다. 같은 뜻이라면 짧으면 짧을수록 좋은 문장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글 못 쓰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문장을 길게 쓴다는 사실이다. 짧은 문장을 쓰면 아무리 못 쓴 글이라도 무슨 뜻인지는 알지만 길고 긴 문장은 쓴 사람도 무슨 말인지 모른다.
 
맞춤법, 띄어쓰기는 컴퓨터 워드 프로그램에 내장된 검사기능만 잘 활용해도 적절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솔직히 고백한다. 책을 여러 권 낸 이력이 있는 나는 한글 맞춤법 검사기능이 없으면 글을 못 쓴다. 글을 쓰고 나면 반드시 맞춤법 검사를 해야 하는데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최신 한글 프로그램을 사용해야 한다. 2016버전 이후로는 기계적인 맞춤법뿐만 아니라 일본식 한자라든가 불필요하게 긴 문장을 깔끔하게 줄여주는 기능이 있다. 글 쓰고 싶은 자, 우선 한글 프로그램 버전부터 확인하자.

<공무원 글쓰기>는 여러모로 재미나고 아기자기한 책이다. 공무원이 아니라도 감히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과 나란히 꼽아두고 평생을 함께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글쓰기 예문이 공무원들이 실제로 쓴 글이고 그 글에 대한 친절한 첨삭 지도를 해놨다. 이 책을 읽다가 깜짝 놀란 것은 최보기 선생 자신이 SNS에 올린 글을 셀프 분석한 부분이다. 가령 이런 글.
 
박익명 여사께서 무슨 인견이라고 깔깔한 여름 이불 세트를 사왔다. 이런 고급진 이불은 처음인데 진짜 좋다. 에스키모 담요에 스폰지요 하나로 사철 나던 청년 때 생각하면 나이 자시는 것도 나쁘지는 않구나. 어서 빨리 새파랗게 늙자구나.
 
윗글에 쓰인 어휘나 사투리를 왜 사용했는지 상세하게 설명해놨다. 이토록 자상한 글쓰기 선생이라니! 글쓰기 좀 배워보려고 읽기 시작했는데 피식피식 웃다가 책장을 다 넘겨버렸다. 해학적이고 또 해학적인 글쓰기 책이다.

공무원 글쓰기

최보기 (지은이),
더봄, 2021


#최보기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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