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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묵 먹는 초등생이 관객... 이토록 뭉클한 버스킹이라니

[지리산 힙쟁이] 눈치 보지 말고 놀자, '놀룩' 세현과 행자 ②

등록 2021.12.16 05:59수정 2021.12.16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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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귀촌 1번지 지리산권(구례, 남원, 하동, 함양, 산청)에 사는 청년들은 독특하다. 퀴어, 페미니즘, 동물권, 비혼·비출산, 탈성장 등 진보적 의제들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풀어내고 작지만 놀라운 실험을 벌인다. 그들은 왜 지리산 시골을 무대로 택했을까. 이전 귀농·귀촌 세대와 무엇이 다를까. 남원시 산내면 등을 중심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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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자(왼쪽)와 세현(오른쪽)은 외부 활동을 다 중단하고 놀룩 활동에만 집중해왔다. 이후 공연 활동, 유튜브·인스타그램 홍보, 동네 버스킹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 김혜리

  
[이전기사] 신혼부부가 왜 지리산에 살림을? 춤추고 싶어서요 http://omn.kr/1wa10

놀룩의 멤버로 행자가 처음 시도한 건 '스피커맨'이다. 그의 노래 울렁증을 극복하고, 조용한 마을을 예술로 흔들어보자는 프로젝트였다. 등에 커다란 스피커를 메고 동네를 걸으며 가사 없는 음악을 틀어둔 채 프리스타일로 랩을 하거나 노래를 불렀다. 신기하게도 소리가 나왔다.

아영면의 학교 근처 골목부터 인근 인월, 함양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즉흥 공연을 펼쳤다. 초반엔 지나가던 사람들이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봤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익숙해지자 아이들이 쫓아왔다. 이제 좀 놀 수 있겠구나 하는 순간 코로나19 유행이 본격화했다. 두 달 만에 사실상 접게 됐지만 "사람들의 머리에 물음표가 뜨게끔 하는 게 프로젝트의 목표"였으니 성공한 셈이다.

세현의 첫 프로젝트는 직조다. 대학교 전공 수업 때 친구들과 밤새 실을 엮어 직물을 만드는 과제를 하던 순간이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 시절 감각을 되살려 기술을 익힌 뒤 원데이 클래스도 하고 옷도 직접 만들었다.

가수가 아니어도 마이크를 잡을 수 있어
 

노는 힘을 되살리니 정말로 '그 다음'이 계속 펼쳐졌다. 즉흥 춤·노래 프로그램으로 전국 방방곡곡에서 워크숍을 열었고, 그해 11월 이웃 마을 산내에서 열린 제1회 성다양성 축제를 시작으로 다른 지역 행사에 초대돼 공연을 펼쳤다. 놀룩의 이야기가 궁금한 인스타그램 팔로워들을 위해 웹툰 연재도 하게 됐다. 그렇게 놀룩의 활동으로 들어오는 수익이 조금씩 생겼다.

그러나 아직 좋아하는 춤과 노래만으론 수입이 부족해 먹고 살긴 어려웠다. 미술수업과 놀이수업 등을 다니며 놀룩 활동을 병행했는데, 갈수록 생계에 비중이 쏠렸다.

"안 되겠다. 다시 멈춰." 세현이 이번엔 N잡러로 사는 걸 청산하자고 선언했다. 올해부터 외부 활동을 다 중단하고 놀룩 활동에만 집중해왔다. 부모님이 귀신 같이 형편이 어려워진 걸 직감하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지만 정중히 사양했다. 일종의 배수진이다.

공연 활동, 유튜브·인스타그램 홍보와 더불어 최근엔 동네 버스킹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서울 홍대 등 도시에서 익숙한 문화활동을 시골의 작은 마을에서도 향유하자는 뜻에서 시작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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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인터뷰를 마친 뒤 거리공연에 나섰다. 주민들은 익숙한 듯 각자 할 일을 하며 공연을 바라봤다. ⓒ 김혜리

  
기자와 만난 11월 25일 오후에도 세현과 행자는 그들의 집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거리공연에 나섰다. 주민들은 이미 익숙한 듯 각자 할 일을 하며 멀찍이서 공연을 바라봤고, 누군가는 달리는 자동차 창문을 열어 손을 흔들고 지나갔다. 마침 수업이 끝난 초등학생들은 공연장 바로 옆 포장마차에서 산 어묵을 입에 물고 리듬을 탔다. 하굣길인 중학생들도 스피커 앞에 모여 환호했다. 세현은 "가수가 아니어도 마이크를 잡을 수 있어, 노래를 부를 수 있어"라는 마음으로 버스킹에 나선다고 했다. 

"정말 뿌듯한 반응이죠. 학생들은 오히려 (버스킹이 낯설어) 쭈뼛쭈뼛할 수도 있는데 '와~' 하고 호응해준 거잖아요. 우리의 공연이 아이들의 마음에 어떤 파장이자 추억으로 남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기 때문에 동네 버스킹을 일회성으로 끝내지 않으려고요." (행자)
 

처음이자 마지막... 어느 시골의 감동 버스킹 '놀룩'의 행자와 세현이 집 근처인 전북 남원시 아영면 농협 인근에서 버스킹을 하고 있다. *영상출처 : https://youtu.be/vPmel0GkbEs ⓒ 놀룩


그렇지만 여전히 많은 주민은 세현과 행자를 '수상한 부부'라고 짐작하며 놀룩 활동을 낯설어 한다. 어른들이 생각하는 부부의 모습과 거리가 멀어서다.

80대 어르신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왜 아이를 안 낳느냐'고 묻고, 40대 이웃들은 "애 낳으면 지금처럼 못 산다"고 호언장담한다. 아티스트로서의 꿈보다는 엄마로서의 도리,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가르치는 어른들이 많다. 간혹 노크 없이 문을 박차고 들어와 질문을 쏟아낸다든가, "농사 안 지어? 놀러왔구나", "2년 안에 가겠네. 그럼 정 안 붙인다" 등의 냉대에도 상처받곤 한다.

"서울 가라? 여기서 인정받는 게 '찐'이죠"

특히 '그냥 서울 가서 하면 안 되냐'는 게 가장 많이 듣는 조언이다.

한번은 행자가 동네 할머니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자, 한 어르신이 티브이를 가리키며 "잘하는데, 너 성공하려면 도시로 가. 너도 저기 나가는 사람 돼야지"라고 타이르듯 말했다. 나중에 그가 "저는 티브이 화면 속보다는 이렇게 할머니들이랑 눈 마주치며 노래 부르는 게 더 좋아요"라고 한 뒤엔 더는 도시로 가라고 말하지 않지만, 뭐가 됐든 성공하려면 시골은 안 된다는 정서가 여전히 짙다.

"근데 저는 시골에서 활동하는 게 더 '찐'이라고 생각해요. 이 어색함 속에서 흥을 이끌어낼 수 있다? 그럼 우린 검증받았다는 거예요(웃음). 이미 힙한 사람 많은 데서 공연하면 다들 관객으로서 어느 정도 훈련이 되어 있잖아요. 여기서 했을 때 사람들이 '이거 진짜 좋다' 하면 대박이죠. '나 진짜 제대로 했구나' 느낄 것 같아요." (세현)

두 사람의 활동을 진심으로 반겨주고 인정해주는 이웃 덕분에 '이곳에 오길 잘했다'다고 느낄 때도 있다. 옆 집 붕어빵 가게 사장님은 처음부터 세현과 행자의 공연을 좋아했다. 둘이 지나갈 때면 "우리 가수님 지나가신다"며 알은체를 하고 동네 사람들에게 적극 홍보한다. 팬을 자처하며 동네 버스킹 공간도 내줬다. 요즘엔 함께 놀룩 유튜브 채널을 분석하고 '이런 식으로 해 보는 게 어떻겠냐'며 아이디어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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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귀촌 5년차가 되는 2022년엔 공연과 활동을 늘려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날 계획이다. ⓒ 김혜리

  
두 사람이 꼽는 시골의 또 다른 장점이 있다. 남의 시선에 휩쓸리지 않고 온전히 나 자신의 가능성을 끌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 주변 사람에게 쉽게 휩쓸리던 세현은 귀촌 후 홀로 있는 시간이 늘면서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서울에 살 때보다 스스로를 돌아보며 주체적으로 무언가를 하는 시간이 늘어난 덕분이다.

"도시의 과도한 경쟁이나 경제적 편차에서 벗어나 나를 온전히 돌볼 수 있는 것이 시골의 매력 같아요. 서울은 기반이 없인 월세부터 학비까지 빚 없이 살기 힘든 구조라면, 시골에선 시야를 가린 경주마처럼 앞을 향해서만 달리지 않아도 돼 좋아요." (행자)
 

"자연 가까이에서 자기중심을 잡고 살고 싶은 분들에게 귀촌을 추천하고 싶어요. 전 시골 오면 꼭 하고 싶은 게 텃밭이었는데, 실제로 해 보니 완전 빠져들어요. 흙을 만지며 스트레스를 풀고 깊은 위안을 얻는 것 같아요. 귀촌 1년째엔 첫 독립 생활이어서 그런지 엄마랑 친구들이 보고 싶고 외로웠는데 정말 텃밭으로 버텼어요." (세현)

두 사람은 귀촌 5년차가 되는 내년엔 공연과 활동을 늘려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날 계획이다. 아티스트로서의 놀룩, 시골살이하는 놀룩, 대표로서의 놀룩 등 다양한 캐릭터로 나눠 이른바 '놀룩 유니버스' 또한 구현할 생각이니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계정의 구독과 좋아요"를 부탁한단다.

아직은 무엇을 하려는지 알 수 없다. 도통 한 줄로 명확하게 정의내릴 수 없지만, 그래서 더 신선하고 역동적인 게 놀룩의 매력 아닐까.

[놀룩 SNS 계정]
유튜브 (https://youtu.be/23xVPQ71_ss)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nollook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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