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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의사 외손녀 별세... "할아버지 유해 봉환이 마지막 소망"

[부고] 황은주 여사, 중앙보훈병원 장례식장에 빈소 마련... 17일 발인

등록 2021.12.13 19:39수정 2021.12.13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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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의사의 손자 항렬 유족 중 마지막으로 생존했던 황은주 여사가 지난 12일 별세했다고 안중근의사숭모회가 13일 밝혔다. 향년 93세. 사진은 황은주 여사. ⓒ 안중근의사숭모회제공

 
독립운동가 안중근 의사의 손자녀 중 유일한 생존자였던 황은주 여사가 별세했다.향년 93세.

미국에 거주하며 독립유공자 복지지원 비영리단체를 운영하는 정상규 작가(독립운동 맞습니다 저자)가 13일 <오마이뉴스>에 알린 내용에 따르면 안 의사의 장녀 안현생 선생의 딸 황은주 여사가 12일 밤 서울 중앙보훈요양병원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생전에 황 여사는 "외할아버지 유해를 찾지 못한 것이 한"이라면서 우리 정부가 유해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호소했다. 지난 2019년 3월 안중근 의사 109주기 추모식에서도 황 여사는 재차 "할아버지의 유해를 하루속히 조국에 반환하는 게 내 소망"이라며 "내가 죽기 전에 빨리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끝내 외조부의 유해를 고국에 모시지 못하고 눈을 감은 것. 

안중근 의사는 1909년 10월 26일 만주 하얼빈역에서 초대 통감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해 의거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듬해인 1910년 3월 26일 오전 10시 안 의사는 뤼순감옥에서 순국했다. 순국 전 안 의사는 동생들을 만난 자리에서 "내가 죽은 뒤에 나의 뼈를 하얼빈 공원 곁에 묻어두었다가 우리 국권이 회복되거든 고국으로 반장해다오. 나는 천국에 가서도 또한 마땅히 우리나라의 회복을 위해 힘쓸 것"이라는 유언을 남겼다. 

이후 우리 정부는 안 의사 유해 발굴 작업을 진행했지만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다.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재차 안 의사 유해 봉환을 위한 노력을 기울였으나 성과를 내지 못했다.

"내 나라에 묻히기 위해 왔다"

황 여사는 지난 2019년 8월 청와대에서 열린 독립유공자 및 후손 오찬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중국 상하이에서 나서 자랐는데 거기엔 우리나라가 없었다"며 "마지막 가는 날 내 땅에서, 내 나라에 묻히기 위해 한국에 왔다"고 말한 바 있다.


1909년 안 의사 의거 후 남은 가족들은 일제의 감시망을 피해 고향 황해도를 떠나 연해주를 거쳐 상하이 프랑스 조계지에 정착했다. 안 의사에게는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 부인 김아려, 아들 안분도(1905년생), 안준생(1907년생), 딸 안현생(1902년생, 황은주 여사 모친) 등이 있다.

그러나 장남은 러시아 망명생활 중 어린 나이에 사망했고,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도 1927년 중국 상하이에서 눈을 감았다. 안 의사의 부인 김아려 여사도 조국 땅을 밟지 못하고 1946년 2월 상하이에서 68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안 의사는 우리 독립운동사에 영원불멸의 업적을 남겼지만 남은 가족들의 삶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1940년대 일제의 침략전쟁이 가속화되자 일제는 안 의사의 남은 가족들을 이용해 이토 히로부미를 추모하는 뜻으로 서울 남산 기슭에 지은 박문사를 참배케 했고, 이토의 가족들을 만나 사죄케 했다. 

황 여사의 아버지 황일청은 신흥무관학교 1회 졸업생으로, 임시정부 초대 군무부 참사를 지내는 등 독립운동에 참여했으나 1932년 윤봉길 의사의 훙커우공원 의거 후 상하이를 빠져나오지 못한 채 일제에 체포돼 평양에서 5년간 연금생활을 했다. 이후 안 의사의 둘째 아들 안준생이 일제의 '박문사 화해극'에 동원된 뒤로 '변절자'라는 비난 여론 속에 광복 이후인 1945년 12월 동포에게 암살당했다.

황 여사의 어머니 안현생 여사는 프랑스 신부의 도움으로 불문학과 미술을 공부했다.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궁핍하게 살며 장사를 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한국 전쟁 후 대구 효성여대(대구가톨릭대 전신)에서 불문학 교수로 3년 정도 재직했으나 환갑을 넘기지 못한 채 고혈압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여사는 자녀와 미국에서 거주하다 2015년 국내로 돌아와 수원 국립보훈원에 거주했다. 지난 2월 고령으로 인한 뇌경색으로 집중치료를 받은 뒤부터는 서울보훈요양병원에 입원하고 있었다. 정상규 작가가 밝힌 내용에 따르면 황 여사는 한국에 돌아온 뒤 고된 생활을 이어갔고, 생활보호대상자 선정 과정에서도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황 여사 빈소는 중앙보훈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17일로 예정됐다. 조문은 오는 15일 오후부터 유가족들이 미국에서 귀국하는 대로 진행할 예정이다. 고인의 장지는 천주교용인공원묘원이다. 
#안중근 #부고 #황은주 #보훈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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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팀 취재기자. 오늘도 애국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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