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대법원, 2021년 열흘 남기고 비정규직 미화원 해고"

11년간 근무한 공무직 촉탁직 노동자에게 일방적으로 계약 거부 통보한 대법원

등록 2021.12.30 09:55수정 2021.12.30 09:59
1
원고료로 응원

공공연대노조 조합원들과 대법원 미화원 해고 노동자가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서창식


29일 12시 대법원 정문 앞에서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동조합(이하 공공연대노조)이 대법원에서 11년간 근무했던 비정규직 미화원이 해고된 것에 대해 '대법원 공무직 촉탁직, 우리는 소모품이 아니다'라는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공공연대노조는 "지난 12월 16일 촉탁 계약 면접에서 대법원 측이 미화원 노동자에게 '촉탁직은 재계약 안 하면 그만두는 거 알고 있나? 계약 안 해주면 그냥 나가실 분이 아니다'라고 했고 21일에 결국 비정규 촉탁직 미화원들의 평가점수 미달을 이유로 일방적인 계약 거부를 하면서 사실상 해고 통보를 했다"고 밝혔다.

공공연대노조는 "2021년을 열흘 남겨두고 대법원으로부터 통보받은 비정규직 미화원 해고는 청천벽력 같은 사태"라며 "대법원은 비정규직의 고용불안과 설움을 방관하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어 "비정규직 미화원은 왜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는지 알 수 없었고 변론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며 "대법원 측은 '촉탁직은 변론할 기회가 없다. 취업규칙상 문제없다'며 나가라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재계약 거부 사유인 평가점수 미달에 대해 물어도 대법원 측은 '평가 항목과 이유를 알려줄 의무 없으며 법원은 통보만 하면 된다'고 답변을 했다"라며 "용역 시절에도 없었던 촉탁직 계약 거부 사태는 공무직 노동자들에게는 억장이 무너지는 일이며 공무직 고용불안을 방치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대법원을 강력하게 규탄한다"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법원을 향해 해고된 미화원의 소명과 구제의 기회를 보장을 요구하고 "법을 어기고 죄를 지은 이들도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생각을 외칠 권리가 있는데 해고된 미화원에게는 왜 기본적 인권이 보장되지 않는 것인가"라며 반문하여 "대법원은 충분히 소명할 기회를 제공하고 구제 절차를 보장해 억울함이 없도록 조치하라"고 촉구했다.

"재판에서도 3심 거치는데 대법원이 기본적인 노동권 무시"
 

공공연대노조 조합원들과 대법원 미화원 해고 노동자가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서창식

 
이날 기자회견에서 공공연대노조 정진희 서울본부장은 "대한민국 대법원에서 비정규직을 소모품 취급하는 모습에 매우 화가 난다"면서 "대법원은 비인간적 해고 통보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원 인근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일하는 공공연대노조 김정환 서초지부장은 "재판에서도 3심까지 거치는데 대법원이 기본적인 노동권을 무시하는 처사"라면서 "대법원 역사상 가장 불명예스럽고 치욕스러운 일로 비정규직의 서러움을 아는 사람으로서 힘닿는 데까지 연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에서 해고당한 한 노동자는 "용역 시절 해마다 계약서 쓰던 그때보다 더 스트레스받고 불안하다. 소명 기회도 없이 일방적으로 해고를 하면 안 된다. 불합리하고 오랫동안 몸 담은 일터에서 겪은 일이라 너무 서운하고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또한 그는 "코로나로 인해 지난여름, 나이 먹은 노동자들에게 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방호복을 씌워 새벽과 저녁시간에도 부당한 소독 관련 업무와 온갖 잡일까지 다했다. 그렇게 11년간 결근없이 대법원에서 근무했는데 대법원의 일방적인 평가를 잣대로 지금 부당한 짓을 하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경찰공무직노조 이경민 위원장은 "1년마다 재계약을 하는 촉탁직 노동자의 재계약 판단여부를 가리는 요소 중에 하나인 '평가항목'은 대체적으로 객관적 요소가 아닌 상사의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이뤄지기 때문에 문제의 소지가 많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계약 당사자가 몸이 안 좋다라든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촉탁직 고용의무화에 따라 재계약을 이뤄져야 한다"라며 "그렇지 않은 경우 노동법 위배의 소지는 충분히 있다"라는 견해를 밝혔다.

공공연대노조는 "대법원의 비정규직 미화원 계약 거부 결정은 정부가 2017년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위배되며, 불평등과 비정규직 문제가 화두인 시대에 공공부문부터 불안정 노동을 철폐하자는 사회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대법원은 비정규직 해고 결정을 당장 철회하고 공무직에 대한 고용불안을 해결하는데 책임 있게 나설 것"을 요구했다.
#대법원 #비정규직 #미화원노동자 #공무직 #민주노총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기본소득·노동·사회복지 분야를 주로 다루며 권력에 굴하지 않고 공정한 세상을 위한 목소리를 내고자 합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샌디에이고에 부는 'K-아줌마' 돌풍, 심상치 않네
  2. 2 경찰서에서 고3 아들에 보낸 우편물의 전말
  3. 3 '25만원 지원' 효과? 이 나라에서 이미 효과가 검증되었다
  4. 4 하이브-민희진 사태, 결국 '이게' 문제였다
  5. 5 용산에 끌려가고 이승만에게 박해받은 이순신 종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