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입시정책, 대선후보에게 바란다

등록 2022.01.04 09:03수정 2022.01.04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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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대통령 선거가 두 달 가량 남은 지금 후보 캠프에서는 새로운 희망을 품고 청사진을 그리며 공약을 다듬고 있다.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 교육분야도 마찬가지다. 특히 중요 화두인 '공정성' 문제를 촉발시킨 계기가 바로 교육분야다.

일부 특권층 부모가 입시에 과도하게 개입한 결과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 대한 불신으로, 이것은 다시 대통령까지 나서서 직접 정시모집 40%을 주문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금 여야 대선후보가 공통적으로 '공정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공언하고 있을 정도다. 사실 한국은 '공정성'에 목말라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사회는 또 대단히 불평등한 사회이기도 하다. 공정성 문제를 야기하는 원인도 사회 불평등인데 이 불평등은 종종 은폐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영화 <기생충>,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통해서 우리가 얼마나 불평등한 현실 한가운데에 있는지 잘 알게 되었다. 이렇게 대중문화가 움직였으면 이제는 정치가 응답해야 할 차례다. 어떻게 하면 '입시의 공정성'과 '사회의 평등'을 동시에 잡을 수 있을까? 제안의 차원에서 입시정책을 구상해 본다.

첫째, 학생부 종합전형을 전격 폐기하고 대입시험은 전과목 절대평가제를 조건으로 하는 자격고사로 변경한다. 여기서 내신반영 비중을 순차적으로 높여 나간다. 내신반영과 수능성적 반영비중은 적어도 70:30 정도로 하여 학교의 교육력이 살아날 수 있게 한다. 수시와 정시를 통합하여 입시를 단순화한다. 이것이 입시의 1차 관문이다.

학생부 세부특기(세특)란에는 학생의 탐구 및 체험활동과 교내외상을 1~2가지씩만 객관적 사실에 근거하여 간명하게 기술한다. 이는 학종의 장점을 흡수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이것이 부풀려지지 않도록 공식 심의위원회를 인근학교와 바꿔서 검토하는 장치가 있으면 좋을 것이다.

수능의 자격고사화는 이미 논의되고 있듯이 전면 실시를 앞두고 있는 '고교학점제'와 일관성 있게 조응할 것이다. 고교학점제의 취지는 예컨대 역사학도가 희망인 학생은 역사문제를 토론하고 유적지를 탐방하고, 시인이 되고 싶은 학생은 습작시를 써서 발표하는 등 '현장중심의 수업'과 '개념중심의 수업'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것이 쇼펜하우어가 강조했던 '자연주의적인 교육'에 부합하는 것이다.

쇼펜하우어가 말하는 '자연적인 교육'은 직관적인 인식(intuitive perceptions)으로부터 개념을(concepts) 추상화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그래서 '경험'이 '개념'보다 앞선다. 이 과정을 거치면 학생들은 경험과 개념을 동시에 이해했기 때문에 그에게 일어나는 거의 모든 사건 및 상황에 대해 정확하게 인식, 처리하게 된다.


이 때 평가는 마땅히 논술, 토론 등 글쓰기와 말하기로 할 때 비로소 교육과정과 교육평가가 일치한다. 이는 인문학적 소양을 장려한다는 점에서도 가치가 높다. 그래서 차기 정부 중반까지 준비를 거쳐 후반부터는 대입시험을 논술로 변경시키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 지점에서 사교육이 또 내신관리와 논술에 적응할 수 있음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사교육 문제는 입시제도로 풀 수 없다는 것이 우리가 학습한 결과다. 수능을 통한 정시모집 비중을 강화하고 EBS교재의 지문활용 비율을 높이는 것은 사교육비의 완화에 도움이 되지만 교육불평등을 입시정책으로만 푸는 것은 옹색하다.

게다가 학생들이 EBS교재 밖으로 지적 모험을 할 수 없어 종합적 사고력 나아가 교육경쟁력을 더 기대하기 어렵게 만든다. 이와 달리 지역균형 개발, 지방대학 활성화 등 정부의 포괄적 역량으로 풀어야 한다.

입시정책을 구상함에 있어 독일의 사례를 잠시 보면, 독일은 내신반영을 2/3로 하고 논술시험 성적을 1/3을 반영한다(이명애·김성혜·김영은. 2020. "고교학점제에서의 학생평가에 대한 국외사례 연구". 교육과정평가연구, p.262).

논술시험은 교육과정에 변화를 일으켜 독서, 토론, 발표 학습을 장려하면서 그 자체로 글쓰기와 논리적 사고의 훈련이라는 교육적 기능을 함과 동시에 입시선발의 기능 2가지를 다 하는 강점이 있다. 한국이 독서와 토론이 매우 취약한 점을 고려하면 이를 적극 원용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이 지점에서 수능을 통해 정시비중을 높이는 것이 공정성 확보에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의구심을 아직 떨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수능비중을 강화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잃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이 수능을 만들고 이제는 폐지를 역설하는 박도순 전 고려대 교수의 지론이다.

왜냐하면 문제풀이, 단편지식 암기에 치중할수록 학생들의 지성 및 인성이 불균형을 이룸과 동시에 한국의 교육토양에서 제2의 아인슈타인은 물론 백남준 같은 인물이 배출될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일 것이다.

더욱이 한국의 수능과 같은 고부담 표준화 시험은 메리토크라시 곧 능력주의가 공정하다는 생각에 머물게 한다. 그러나 이 메리토크라시 즉 시험을 중시하는 문화는 불평등을 고착화시키는 역기능을 한다. 이것이 우리가 '시험의 공정성'에만 머물러 있을 수 없는 이유다.

둘째, 대입 심층면접을 1~2문제 정도로 출제한다. 이는 논술형, 면접형 등 다양하게 할 수 있으며 이는 대학의 재량에 의한다. 전국단위 일제고사인 대입시험이 없는 캐나다에서도 이런 방식을 취하고 있다. 입시생에게 즉석에서 글 주제를 주고 에세이를 쓰게 한다. 이것이 입시의 마지막 2차 관문을 통과하는 것이다.

자, 이제 사교육 문제를 풀어야 한다. 사교육은 교육불평등의 주요 원인이며 결과다. 첫째, 대학서열화 해소 즉 '대학평준화'와 '사립대학 공영화'를 미루지 말아야 한다. 대학평준화는 대학의 균등화가 아니라 대학을 특성화 함과 동시에 기본적인 시설, 교수진 등을 보다 고르게 상항 조정하여 학점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한국처럼 대학을 한 줄로 세우는 것은 시급히 탈피할 대상이다.

최근 김종영, 김누리 교수 등이 제기하는 '서울대 10개 만들기 프로젝트'는 입시의 도가니에서 출구를 찾는 하나의 좋은 대안이라 아니할 수 없다. 여기서 입시경쟁이 완화되면서 지방학생들도 서울대에서 학위를 받고 취업에서 불이익을 덜 받을 것이다. 사립대학을 공영화하는 것은 일단 등록금 부담에서 해방시켜 사회불평등으로 교육불평등으로 연결되는 길목을 차단한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둘째, 마지막으로 사회불평등을 건드려야 한다. 이른바 '부모 찬스'는 불평등 문제가 입시의 공정성을 해치는 주요 원인이었음을 말해주지 않는가?

역대 정부에서 이를 정책적으로 추진한 사례가 없다. 이는 성장신화에 경도된 탓도 있고, 정부의 역량 부족에도 탓이 있다. 새 정부가 이전 정부와 차별화될 주요 영역이 바로 이것이다. 현재 교육운동 단체 '사교육걱정없는 세상'에서도 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대통령 직속으로 불평등 해소 위원회 형태로 태스크포스를 두는 것도 좋다. 위원장은 대통령, 부위원장은 교육부 장관 겸 사회부총리, 그리고 국가교육위원회가 설치되면 이 국교위 위원장이 공동으로 부위원장을 맡는 것도 좋다. 여기서 학력-직업-임금-학벌차별을 시정해 내간다. 동시에 고졸 및 전문대 직업교육을 실질적으로 활성화시켜 대학경쟁 열기를 완화시키는 것이 필수다.

끝으로, 초기부터 교육불평등을 잡기 위해 미국에서 실시했던 '헤드 스타트(Head Start)'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즉 유아교육과 및 초등교육과 졸업생 및 경력단절 여성 등으로 하여금 일정한 연수를 거쳐 취약계층의 자녀와 함께 책 읽어주기, 문화활동 등을 함께 함으로써 출발점부터 인지, 정서, 그리고 건강을 돌보는 것이다. 이는 예정된 '사회불평등'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입시정책 #시험의 공정성 #사회의 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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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소리'에 교육평론 45편 정도 기고했으며, 현재 인천교육청 공립 대안교육 자문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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