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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오리 집단폐사 이유, 고병원성 AI가 아니었다

농약중독에 의한 폐사로 밝혀져... 정부 대책 필요해

등록 2022.02.18 18:12수정 2022.02.18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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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지역에서 집단폐사한 오리들 . ⓒ 환경부



1월 9일 충남 아산에서 약 100여 마리의 오리류가 집단 폐사했다. 고병원성조류인플루엔자인지를 의심하고 역학조사에 들어갔지만, 결과는 농약중독에 의한 폐사였다.

환경부와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은 9일 충남 아산시 인주면에서 발생한 야생오리류 100마리 집단폐사 원인에 대해 농약중독으로 결론 내고 발표했다.

환경부는 폐사체 28마리를 부검한 결과, 소낭(모래주머니)에서 소화되지 않은 볍씨가 나왔으며, 그 안에서 농약의 일종인 카보퓨란이 평균 25.191㎎/㎏가량 검출됐다고 밝혔다. 카보퓨란 치사량 기준 2.5~5㎎/㎏에 비해 10배 이상 검출된 것이다.

카보퓨란은 N-메칠카바메이트 화합물로 항콜린에스테라아제작용을 하는 무취의 흰색 결정형 고체다. 살충제, 구충제로 농업, 임업에 빈번히 사용되며, 경구투여나 여러 흡입경로를 통할 경우 인체에 매우 높은 독성을 보인다.

해당 사건은 매년 꾸준히 발생하는 조류인플루엔자에 대한 원인으로 야생조류가 지목되면서 일어난 사건으로 짐작되고 있다. 2020년에는 19건 176마리, 2018년에는 가창오리 245마리가 죽었다. 올해도 벌써 12건이 발생했다.

환경부는 징역형까지 가능하다며 경고하고 있지만, 수사를 통해 범인을 잡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먹을 것이 부족했던 과거에도 볍씨 등에 농약을 담가 뿌리면서 겨울철새들을 잡았었다. 하지만 이런 관행이 한참 동안 사라졌다가 최근에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

2월 18일 기준 농림축산식품부에 자료에 의하면, 2021년 겨울철에만 48건의 고병원성조류인플루엔자가 농가에서 발생했다. 이렇게 집단폐사를 유발하는 인플루엔자에 원인으로 지목된 야생조류에 대한 반발심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인식이 된 것에는 정부의 책임도 상당하다. 정부는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하면 그 원인을 야생조류로만 돌려서 발표해 왔다. 정확한 감염경로나 역학조사 없이 야생조류가 매개체가 되어 전국으로 확산된다는 의식을 정부가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그러나 2014년부터 여름에도 조류인플루엔자가 확인되면서 조류에 의한 전파설은 설득력을 더 잃고 있다. 풍토병이 되었다는 설이 설득력이 있음에도 정확한 데이터 없이 꾸준히 야생조류에게 원인을 돌렸다.

전문가들은 국내에 저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항상 존재하고 있고, 열악한 사육 환경의 '공장식 밀집사육' 때문에 면역력이 약한 닭과 오리가 병에 걸리면서 '저병원성'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로 쉽게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철새가 원인이 아니라 가금류가 원인이라는 뜻.

야생오리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제가 확인될 가능성도 있지만, 철새가 옮기는 것이 아니라 가금류에서 옮겼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하는 게 국제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럼에도 과학적 근거 없이 농림축산식품부는 야생조류에 조류인플루엔자 원인을 떠넘기고 있다. 그러다 보니 야생조류에 반감이 일어나면서 농약을 이용한 집단폐사를 유도하는 일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제는 대책이 필요하다. 조류인플루엔자에 대한 정확하고 과학적인 데이터를 취합하고 분석해야 한다. 이를 다양한 방식으로 농가들과 공유하고 전파과정을 확인해 내야 한다. 혹시 모를 농가 간 전파를 막을 수 있도록 사료나 이동과정에 대한 모니터링을 진행해야 한다. 차단 방역을 철저히 하는 것이 유행을 막는 데 효과가 있다.

더불어 열악한 사육환경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 야생조류의 경우 조류인플루엔자가 있더라고 집단 폐사하지 않는다. 건강한 체력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건강한 체력이 없는 가금류에 치명적이기 때문에 건강하게 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정책 지원방향도 마련해야 한다.

정부가 주장했던 대로 야생조류가 원인일 수 있다면, 야생조류의 경우 오는 것을 막을 수 없기에 국내에 도래 후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지 않도록 오히려 먹이를 공급하면서 한 지역에서 머물 수 있도록 하는 조치가 더 의미 있을 수 있다. 혹시 모를 전파를 막기 위한 조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새들을 죽이는 것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생계가 걸린 문제이기에 충분히 이해할 수도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해나가야 한다.
#가금류 #대전환경운동연합 #조류인플루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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