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개발 욕망을 넘어 생존을 위한 바람으로

[기후대선전국행동 '기후바람'②] 가덕도 신공항 철회의 날

등록 2022.02.24 10:38수정 2022.02.24 10:43
0
대통령 선거 바람이 불고 있다. 하지만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은 공허한 구호로서 난무할 뿐, 위기를 일으킨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정책과 공약은 힘을 못쓰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에 역행하는 '신공항 건설' '핵발전소' '석탄발전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고, 노동자, 농민 등 기후위기 최전선에 서 있는 이들의 목소리는 외면받고 있다. 이에 전국 120여 개 단체들의 네트워크인 '기후위기비상행동'은 2월 11일부터 "기후대선전국행동 '기후바람'"을 진행한다. 현재의 정치가 담지 못하는 유권자들의 '바람'과 목소리를 모아, 기후대선과 기후정의의 '바람'으로 한국사회의 정의로운 전환을 만들어가기 위해 기획되었다. "기후말고 체제를 바꾸자, 기후말고 대선을 바꾸자"는 슬로건으로, 2월 11일 삼척석탄발전소 건설 현장에서 시작하여, 가덕도와 새만금 신공항 예정지, 경주 핵발전소의 주민, 보령의 비정규발전노동자와 홍성의 생태유기농민, 인천 영흥석탄발전소와 청주 LNG건설지역 주민들을 만났다. 아울러 2월 25~26일 서울에서 집중행동으로 기후바람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기자말]
코로나 유행이 그칠 기미가 보이고 있지 않다. 우리 사회가 장기 불황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며 여러 사회 안전망마저 무너지고 있었던 터라 삶은 더욱 팍팍하게 느껴진다. 그래도 삶의 활로를 찾기 위해 사람들은 여러 모로 애쓰고 있다.

개인적인 노력 외에, 우리 사회가 보다 행복하고 풍요롭게 살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우리 사회는 어떤 문제를 겪고 있으며, 어떤 위기를 마주하고 있을까? 벌써 코 앞으로 다가온 대선은 이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답을 찾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기후위기는 아마 오래도록 우리를 괴롭힐 전 세계적 규모의 위기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한국의 많은 시민들은 이미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안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의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기후위기 이슈는 거의 실종되어 보이지 않는다. 역사의 마지막 페이지를 기후위기로 인한 인류의 멸종이라는 장으로 채워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 우리는 생계라는 이름의 먹고사는 문제뿐만 아니라, 생존이란 이름의 살고 먹는 문제에 대해서 함께 대비해야만 한다.

기후위기에 대항하기 위한 시민 사회 네트워크 '기후위기비상행동'은 위와 같은 문제의식으로 대통령 선거를 맞아, 전국을 순회하며 투표함에 담기지 못한 기후정의를 위한 목소리를 모으기 위해 기후대선 전국행동 '기후바람'을 진행했다. 기후정의를 향한 여러 현장의 바람을 모아, 기후위기가 대선의 주요 담론이 될 바람을 일으키자는 취지였다.
   

가덕도 신공항 활주로 건설 예정지 ⓒ 기후위기비상행동

   
첫 일정 '포스코 삼척블루파워 건설 중단의 날'에 이어, 기후대선 전국행동 기후바람 참가단은 두 번째 행선지로 부산 가덕도를 찾았다. 가덕도는 신공항 예정지로 선정되며 정치계와 지역 사회에서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찬성 측은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측면을 강조하고, 반대 측은 기후위기 가속화와 생태계 파괴라는 점을 문제 삼는다. 의견은 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기후위기 활동가, 청소년, 대학생, 예술가 등 다양한 시민들로 구성된 10여 명의 기후바람 참가단은 각자의 자리에서 기후위기에 대해 고민하고 실천해온 사람들이었다. 나를 포함한 많은 참가자들은 가덕도를 사진으로만 봐왔지, 현장 방문은 처음이었다.

공항부지에 걸맞지 않은 무척 아담한 섬. 그게 가덕도의 첫인상이었다. 그래서 우리가 신공항 예정지가 아닌 다른 섬을 찾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말이다. 그러나 답사 예정지인 대항전망대가 가까워오자, 우리는 수많은 신축 건물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보상을 노리고 외지인들이 땅을 매입해, 우후죽순 사람도 살지 않는 가건물들을 세웠다고 한다. 
 

가덕도 현장답사 중인 기후바람 참가자 ⓒ 기후위기비상행동

 
참가단은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 활동가들의 안내에 따라, 가덕도 곳곳을 오르고 내렸다. 지역 활동가들은 가덕도 철새 도래지이자, 동백나무 군락이 형성되어있는 생태적 보존가치가 큰 섬이라고 소개했다. 내 눈에 가덕도는 어느 섬보다 더 아름답다거나 가치가 있는 섬처럼 보이진 않았다.


하지만 다른 어느 섬과 마찬가지로, 사람을 비롯한 여러 생명들이 자리 잡고 살아있는 곳이라는 걸, 그래서 쉬이 누군가의 욕망에 따라 삶의 터를 흔들어서는 안 될 곳이라고 느끼게 되었다. 가덕도는 지리적으로 군사적 가치가 높아 일제강점기부터 위정자의 의도에 따라 주민들이 섬 이곳저곳으로 쫓겨나야 했던 슬픈 역사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역사는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은 비단 이번 정권의 공약사항이 아니다. 위세 등등하던 정권이 수명을 다 해도, 개발 논리는 오래고 살아남아 벌써 이십여 년째 반복되었다. 오죽하면 반대하던 지역 주민들은 차라리 개발을 하든 말든 빨리 결정이나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라고 한다.
 

가덕도 대항전망대의 비행기 모형 ⓒ 기후위기비상행동

 
사람들의 욕망을 자극하는 개발 논리는 고도로 개발된 수도권보다 지방에서 그 힘이 큰 법이다. 환경 문제에 민감하던 시민들과 단체들도 지역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을 거란 기대 때문인지, 가덕도신공항 반대에 예전만큼 큰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우리가 방문한 저녁에 열린 문화제에도 그간 연대해오던 지역 단체들과 시민들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 활동가들은 절박하게 시민들을 향해 가덕도를 함께 지켜달라고 노래하고 말을 건네며 유인물을 건네고 있었다. 이들의 간절한 눈빛은 기후위기를 막아내기 위해 도로에 뛰어들고 경찰에 연행되던 그 활동가들의 눈빛과 무척 닮아있었다. 아마 생계를 넘어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가덕도 주민들 역시 비슷한 눈빛을 하고 있을 테다.

현장 답사와 연대 일정을 마치고, 내 가슴속에 남은 풍경은 가덕도의 아름다운 경관이 아니었다. 오히려, 외형은 매우 유려하지만 속내는 탐욕으로 뒤범벅된 가건물이 기억에 남는다. 가덕도에 신공항이 건설된다면, 분명 그 공항은 아담하고 평범한 가덕도라는 섬보다 사람들이 살지 않는 텅 빈 가짜 건물을 닮아있을 것만 같다.
 

부산시내에서 열린 가덕도 신공항 반대 문화제 ⓒ 기후위기비상행동

 

기후바람 포스터 ⓒ 기후위기비상행동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박이현 문화연대 활동가, 기후위기비상행동 집행위원입니다.
#기후위기비상행동 #기후바람 #기후대선 #가덕도신공항
댓글

녹색연합은 성장제일주의와 개발패러다임의 20세기를 마감하고, 인간과 자연이 지구별 안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초록 세상의 21세기를 열어가고자 합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단독] 대통령 온다고 축구장 면적 절반 시멘트 포장, 1시간 쓰고 철거
  2. 2 '김건희·윤석열 스트레스로 죽을 지경' 스님들의 경고
  3. 3 5년 만에 '문제 국가'로 강등된 한국... 성명서가 부끄럽다
  4. 4 '교통혁명'이라던 GTX의 처참한 성적표, 그 이유는
  5. 5 플라스틱 24만개가 '둥둥'... 생수병의 위험성, 왜 이제 밝혀졌나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