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제대로된 손실보상 없이 '세계가 놀란 K-방역' 없다

등록 2022.02.25 09:55수정 2022.02.25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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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자 중앙일보 단독 보도에 의하면 정부는 지난해 12월 문재인 대통령 재임 시기의 6대 성과를 자료집으로 만들어 전국에 배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발간한 책자 '대한민국 위기를 넘어 선진국으로'에는 "개방성·투명성·신속성·혁신 추구 등 한국 사회의 가치 지향점이 유기적으로 결합함으로써 마침내 세계가 놀란 K-방역 모델이 탄생했다"는 자평이 담겼다.

22일 기준, 대한민국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7만 명을 기록해 세계 2위로 올라섰지만, 'K-방역이 완전히 실패했다'는 섣부른 평가를 내리고 싶지는 않다. 한국은 코로나 초기 대응 당시의 성과로 인해 많은 시민들이 백신을 맞은 상태에서 대유행을 맞이했다. 이 때문에 실제로 많은 고통과 죽음이 줄어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영업시간 제한과 집합금지로 인해 막대한 손실을 입으면서도 제대로 된 손실 보상을 받지 못한 자영업자들의 희생을 빼놓고 K-방역을 논해선 안 된다. 

그 사이 자영업자 가구의 평균 부채는 1억 1864만 원으로 늘었다. 통계청이 지난해 말 발표한 '2021 가계금융복지조사결과'에 따르면 자영업자 가구의 금융부채 비중은 82%였다.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합에 따르면, 자영업자 26명이 코로나19로 인한 고통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지난 15일에는 코로나 피해 자영업 총연합 회원들이 광화문시민열린마당에서 정부 규탄대회를 열고 삭발식을 진행했다. 이들은 "우리도 세금 내는 국민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2020년 이래 한국의 자영업자들은 정부가 제시한 질서를 순순히 따랐다는 이유만으로 벼랑 끝까지 내몰렸다. 미국, 일본이나 유럽 국가들도 영업 제한 등의 조처를 실시했지만, 이들은 자영업자들에게 한국의 10배에 달하는 보상을 해주었다. 미국은 '급여보호프로그램(PPP)'을 통해 자영업자들에게 막대한 현금을 지원했다. 형식은 대출이지만, 지원금의 일정 부분을 직원 급여 등에 사용했다는 사실만 증명하면 갚지 않아도 된다. 또 30년 분할 상환을 조건으로 5억 원 상당의 저금리 대출도 제공됐다.

한국 자영업자들은 어떨까? 지난해 광주의 한 자영업자를 인터뷰한 적이 있었다. 평생의 꿈이었던 '카페 사장'이 된 A씨는 누구보다 성실히 일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최소한의 손실보상은 없었다. 대신, 정부에서 금융지원 프로그램이라는 명목으로 여러차례에 걸쳐 사업자 대출을 해줬다. 이후 A씨는 기약없는 영업제한으로 빚더미에 앉아 사업장을 폐업했다. 폐업신고를 할 경우 사업자 대출의 즉각적인 상환이 요구된다. 결국 A씨는 본인의 집으로 사업장 주소를 옮기고 매달 167만 원에 달하는 대출을 갚아가고 있다. 

최근 대한민국 국회에서 자영업자들에게 2차 손실보상금 300만 원을 지급하는 내용의 추경안이 통과됐다. 이번 추경안에 대해 정의당 류호정 의원은 "4년 임기 보장된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소상공인 눈치 보지 않았고, 정년 임기 보장된 민주당 정부 공무원들은 자영업자 눈치 보지 않았다"며 "헌법에 따라 발생한 손실만큼 '보상'하라는 것이니, 소상공인·자영업자 시민의 헌법적 권리를 100% 보장하라"고 비판했다.

만약, 자영업자들이 집단적으로 정부의 방역을 거부하고 현실적인 손실보상을 요구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실제로 자영업자들의 단체인 한국자영업중기연합은 25일 오후 10시 종각역 4번 출구에서 '24시간 영업 개시 선포식'을 열 예정이다.


지난 2016년 광주 서구청이 재래시장 '상무금요시장'에 폐쇄를 명령하고 상인들에게 과태료를 부과한 일이 있었다. '상무금요시장'은 육군 상무대가 전남 장성으로 이전된 후, 상무지구가 막 개발될 당시 아파트에 입주한 주민들이 장볼 곳이 없자 광주 서구청에서 유치한 재래시장이었다. 그러나, 광주 서구청은 직접 유치했던 시장을 공권력을 동원해 폐쇄했다.

당시 상인들은 서구청의 명령을 거부했고, 과태료 2억 원이 쌓였다. 결국 지난한 협상 과정에서 상인들은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 대신 과태료 2억 원은 탕감되었다. 집단적 저항의 힘 때문이었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이래, 대한민국은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집합금지 명령을 내렸다. 대다수 시민들은 정부의 조처를 존중하고 따랐다. 그러나, 이 조처로 삶이 무너지는 사람들에 대한 고려는 부족했다. 위기에 처한 자영업자들은 여러차례 정부 대출을 받았고, 뒤늦은 손실보상금을 받았다.

진정 '세계가 놀란 것'이 있다면 그것은 대한민국이 특정 직군 사람들의 삶을 철저히 외면했다는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도 많은 자영업자들이 삶의 벼랑 끝에서 허덕이고 있다. 정부는 성과 자랑에 앞서 제대로 된 자영업자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
#코로나19 자영업자 #더불어민주당 #자영업자 손실보상 #정의당 류호정 #K-방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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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에 대해 고민하며 광주의 오늘을 살아갑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광주의 오월을 기억해주세요'를 운영하며, 이로 인해 2019년에 5·18언론상을 수상한 것을 인생에 다시 없을 영광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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