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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여가부 폐지론'은 헌법정신에 역행한다

[주장] 헌법 32조, 34조, 36조를 보라

등록 2022.03.03 09:41수정 2022.03.03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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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현대백화점 신촌점 유플렉스 앞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권투인 홍수환 씨로부터 선물받은 챔피언 글러브를 끼고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여성가족부 폐지'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대표적 '청년 공약'이다. 이 공약은 국민의힘 선거전략인 이른바 '세대포위론'에 기반한다. 세대포위론은 국민의힘이 2030대 남성들과 60대 이상으로부터 지지를 이끌어 냄으로써 더불어민주당의 주지지층인 40대와 50대를 압도해 승리하겠다는 전략이다.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과 세대포위론은 헌법과 헌법정신에 과연 부합할까. 아니다.

우리 헌법은 사회적 약자인 여성·청소년·연소자·노인 그리고 신체장애인 등을 특별히 배려하고 보호하도록 국가에 요구한다. 특히 여성가족부의 존재와 활동의 근거는 다음과 같은 헌법 규정들에서 찾을 수 있다.

헌법 제32조 ④여자의 근로는 특별한 보호를 받으며, 고용·임금 및 근로조건에 있어서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⑤연소자의 근로는 특별한 보호를 받는다.

헌법 제34조 ③국가는 여자의 복지와 권익의 향상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④국가는 노인과 청소년의 복지향상을 위한 정책을 실시할 의무를 진다.

헌법 제36조 ①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 ②국가는 모성의 보호를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2001년 김대중정부 당시 여성부로 출범했던 여성가족부는 이후 여성과 가족 보호에만 국한하지 않고 특히 청소년과 다문화가정 보호에도 중요한 역할을 해오고 있다.


사실 국민의힘의 '세대포위론'과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은 청년세대의 남녀 갈등구조에 편승해 있다. 남성만의 군복무 의무와 제대군인가산점 폐지 반대가 전선을 형성하고 있는 대표적인 이슈다. 그러나 여성가족부 폐지는 남녀갈등 문제의 해법이 될 수 없다.

왜인가

우선 남성만 지는 병역의무는 여가부가 나서서 풀어야 하거나 풀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 다음으로 제대군인가산점제도(제대군인이 공무원 시험 등에 응시한 때에는 필기시험의 각 과목별 득점에 각 과목별 만점의 5% 또는 3%를 가산하는 제도)는 1999년에 헌법재판소가 위헌결정을 해 폐지됐다.

헌재는 가산점제도에 대해서 특별히 여성의 평등을 요구하고 있는 헌법 제32조 제4항과 공무담임권을 규정한 헌법 제25조 위반으로 봤다. 헌재는 제대군인에게 가산점을 주는 것은 합리적 차별에 해당하지도 않고, 어느 경우에도 헌법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고 못을 박고 있다.

"제대군인에 대하여 여러 가지 사회정책적 지원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할지라도, 그것이 사회공동체의 다른 집단에게 동등하게 보장되어야 할 균등한 기회 자체를 박탈하는 것이어서는 아니되는데, 가산점제도는 아무런 재정적 뒷받침없이 제대군인을 지원하려 한 나머지 결과적으로 여성과 장애인 등 이른바 사회적 약자들의 희생을 초래하고 있으며, 각종 국제협약, 실질적 평등 및 사회적 법치국가를 표방하고 있는 우리 헌법과 이를 구체화하고 있는 전체 법체계 등에 비추어 우리 법체계 내에 확고히 정립된 기본질서라고 할 '여성과 장애인에 대한 차별금지와 보호'에도 저촉되므로 정책수단으로서의 적합성과 합리성을 상실한 것이다.

(…) 그렇다면 가산점제도는 제대군인에 비하여, 여성 및 제대군인이 아닌 남성을 부당한 방법으로 지나치게 차별하는 것으로서 헌법 제11조에 위배되며, 이로 인하여 청구인들의 평등권이 침해된다." - 헌법재판소 1999. 12. 23. 98헌마363 참조


한편에서 제대군인가산점제를 다시 도입하자는 주장이 여전히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선거에 이용하곤 한다. 그러나 설령 국회가 제대군인가산점제도 재입법을 추진하더라도 결국 헌재는 평등권 심사방법에 따라 재차 위헌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제대군인가산점제도는 제대군인들 전체가 공무원시험에 응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제대군인들 사이에서도 차별이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제대군인 전체에 대한 올바른 보상책이 될 수도 없다.

국민의힘이 선거전략으로 내부에서 논의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민을 상대로 세대포위론을 드러내놓고 당당히 주장하는 것은 큰 문제다. 공당인 국민의힘이 국민통합의 책임을 저버리고 선거공학적 이익에 사로잡혀 세대와 남녀 간의 감정적 대립과 분열을 이용하고 조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20대 대통령선거를 치르는 2022년에도 여성과 청소년 등은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사회적 약자다. 세계의 대다수 헌법국가들도 여성에 대해 특별한 보호를 하고 있다. 세대포위론 위에 서서 여성가족부 폐지를 외치는 국민의힘과 윤석열 후보의 선거운동은 국민통합과 여성보호 가치를 품은 헌법정신과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다.
덧붙이는 글 필자는 남경국헌법학연구소장입니다.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세대포위론 #헌법과 헌법정신 #여성가족부 #제20대 대통령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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