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해단식에서 이낙연 총괄선대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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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해서 민주당 패인을 복기해보자. 첫째, 정책 실패와 편 가르기다. 문재인 정부는 '선한 의지가 반드시 선한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는 상식을 입증했다.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주도 성장, 임대차 3법은 대표적이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이었지만 을끼리 싸움을 부추기거나 더 힘들게 했다.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한 자영업자들은 폐업했고, 저임금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시장 밖으로 밀려났다. 또 인간의 욕망과 본능을 외면한 징벌적 부동산 정책도 실패했다. 28번에 걸쳐 정책을 내놨지만 집 한 채 갖겠다는 욕망을 탐욕으로 단죄하려다 집값만 올려놨다. 임대차 3법 또한 임대 물량 급감과 임대보증금 폭등이라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선한 의도였지만 시장은 반대로 움직였다. 집값 폭등은 온 국민을 무력감에 빠뜨렸고, 절망감은 정권교체 도화선이 됐다.
편을 갈라 지지층에만 기댄 분열의 정치는 가장 큰 패착이었다. 현 정부에서 야당 반대에도 불구하고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고 임용한 장관급 인사만 32명. 노무현·이명박·박근혜 3개 정부를 합한 것보다 많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인사청문회를 정쟁 수단으로 악용한 야당에게 문제가 있다며 책임을 전가했다. 그렇다 해도 이 과정에서 갈등과 분열은 깊은 후유증을 남겼다. 문 대통령은 그때마다 '인사 청문회에서 많이 혼난 사람이 일도 잘한다'는 식으로 합리화했다. 조국 장관 임명은 편 가르기 정치의 정점이었다. 문 대통령은 "조국 장관에 대해 마음의 빚이 있다"는 말로 민심을 거슬렀다.
안일한 인사는 김기표 반부패비서관에서도 반복됐다. 김기표는 LH사태로 시민 분노가 촉발하던 때 민정수석실 반부패비서관에 임명됐다. 3개월 만에 옷을 벗었다. 그는 50억 원 대 대출을 받아 90억 원 대 부동산을 소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투기의혹에 휩싸였다. 민감한 시기에 문제투성이 인물을 반부패비서관에 임명할 정도로 청와대는 안일했다. 내 편은 괜찮다는 진영논리와 아집에서 비롯된 인사 참사였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의 위선도 국민들 가슴에 불을 질렀다. 그는 임대차 3법 시행 직전에 전세 보증금을 대폭 올려 받았다. 김상조는 쫓기듯 물러났지만 문재인 정권에 치명적인 상흔을 남겼다.
둘째, 오만했다. 집권 7개월 만에 이런 일이 있었다. 32세 청와대 5급 행정관이 육군 참모총장을 커피숍으로 불러냈다. 인사문제 논의를 위해서라고 했지만, 절차도 상식에도 맞지 않는 황당한 일이었다. 청와대 정부로 표현되는 문재인 정부 오만을 상징하는 촌극이었다.
민주당 정권의 오만은 21대 총선 압승 이후 가속 페달을 밟았다. 180석은 독이 됐다. 민주당은 180석을 아무것이나 해도 되는 것으로 여겼다. 21대 국회 원 구성 과정에서 민주당은 18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식했다. 헌정사상 처음이었다. 이후로도 국회 운영을 독주했다. 고위공직자수사처를 설치하는 과정에서는 아예 야당 추천권을 박탈했다. 야당 속셈을 감안하더라도 국민들 눈에는 다수당 횡포로 비쳤다. 또 비례위성정당 설립,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위해 말과 글을 뒤집었다. 당원들 뜻이라고 우겼지만 낯 뜨거운 행태였다.
'조국·윤미향·추미애' 논란을 거치면서 위선은 한층 극성을 부렸다. 조국 법무장관 지명 당시 반대여론은 높았다. KBS 여론조사(2019년 9월 10~11일) 결과, 조국 임명에 대해 '잘못됐다' 51%, '잘했다'는 38.9%였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강행했고, 민주당은 군대조직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민심은 조국을 거부하는데 민주당은 헌사를 쏟아내며 방어에 급급했다.
나아가 다른 목소리를 가차 없이 응징했다. 조응천·금태섭은 배신자로 치부됐다. 금태섭은 공천 탈락에 이어 부관참시에 가까운 징계까지 받았다. 민주주의 없는 민주당이라는 조롱은 이때 나왔다. 합리적 목소리가 사라지고 당론이라는 이름아래 획일적인 행동을 강요받는 민주당은 그렇게 오만과 함께 민심에서 멀어졌다.
셋째, 반성할 줄 몰랐다. 대법원은 입시비리와 관련된 조국 자녀 혐의 7건을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정경심씨는 4년 실형을 받았다.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였지만 유죄로 인정해야 할 만큼 혐의는 명백했다. 하지만 헌사를 바쳤던 누구하나 반성하지 않았다. 오히려 재판부를 공격했다. 앞서 김경수 재판에서도 재판부를 공격하며 사법 근간을 흔들었다. 자기 진영에 불리하게 판단했다는 이유였다. 말할 수 있는 자유를 위해 피 흘려온 민주당 정체성은 이때 사망선고를 받았다.
민주당 소속 단체장의 성추문 과정에서는 '피해 호소인'이라는 엽기적인 말장난으로 피해자 가슴을 후볐다. 또 이용수 할머니를 조롱하고, 윤미향을 비판하는 이들을 토착 왜구라며 반격했다. 반성할 줄 모르는 민주당은 아예 기준선을 바꾸며 합리화에 급급했다. 이렇게 차곡차곡 쌓인 실점은 끝내 결정타를 안겼다.
진보진영의 내로남불 역사는 조국으로 거슬러 간다. 조국은 2008년 <성찰하는 진보>라는 책에서 "민주 대 반민주, 민족 대 반민족이라는 낡은 노래를 부르는 진보는 수구, 무능좌파라고 욕먹어 마땅하다"면서 "진보는 과감히 맨 얼굴을 바라보며 성찰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또 "진보의 열정과 희망은 어디로 표류하는가"라며 통렬한 자기반성을 촉구했다. 10여 년이 흘러 문재인 정권에서 조국이 보여준 언행은 겸연쩍었다. 그는 반일감정을 자극하는 낡은 죽창가를 부르며 선동했다. 또 관행이었다고는 하지만 자녀 입시 비리 논란은 공정과는 거리가 먼 내로남불이었다. 그런데도 "무슨 문제냐"는 진영논리로 민주당은 마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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