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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그림' 안 보이는 윤석열표 교육, 걱정됩니다

[주장] 공교육 정상화 밑그림 보이지 않아... 새 정부 각별히 신경 써야

등록 2022.04.11 18:23수정 2022.04.12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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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인수위사진취재단

 
윤석열 당선인은 우리 교육을 바꿀 겁니다. 예상컨대 좋은 방향은 아닙니다. 공약대로 전수평가를 실시하여 '일제고사' 논란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외고와 자사고를 부활시켜 '특권학교' 논란도 점쳐집니다.

외고, 국제고, 자사고 사안은 공약에 없습니다. 하지만 대선 과정에서 한 유튜브에 출연하여 "고교는 기술고, 예술고, 과학고로 고등학교부터는 좀 나눠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학교 분리로 읽히는 대목입니다.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2025년 제도 일몰(폐지)를 묻는 오마이뉴스 정책 질문에 '반대'라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만큼 없던 일이 될 가능성 큽니다(관련기사 : <오마이뉴스> 교육정책 답변여파...이재명·윤석열 캠프 "고쳐 달라" http://omn.kr/1xezo).

이들 학교는 취지와 달리 입시위주 교육을 시키고, 학교간 서열과 불평등을 키우며, 고교입시와 사교육 심화시켰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일몰 조치는 그래서 적절하고 의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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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비 외고, 국제고, 자사고를 희망하는 학생들이 사교육비를 최대 1.7배 더 많이 지출했다. 최근 발표한 정부의 2021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 ⓒ 송경원

  
큰 그림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2025년을 분기점으로 두었습니다.

2025년에 자사고 등이 일반고 전환되고, 고교학점제가 시행됩니다. 새 교육과정이 본격 적용되며, 내신은 절대평가(성취평가제) 확대됩니다. 학점제에 맞는 고등학교 공간이 그 전까지 구비되고, 새로운 교원수급모델도 앞서 마련됩니다. 대입제도 또한 2025년 신입생에 맞춰 개편됩니다.

그러니까 고교학점제와 자사고 전환은 각각 개별 정책이지만, 문재인 정부에서는 하나로 묶인 큰 그림입니다. 학생 한명 한명에게 맞춤교육을 하고, 선진교육처럼 수업 다양성을 모색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정부는 '고등학교 교육의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이라고 불렀습니다.


또 다른 지점도 있습니다. 우리 교육을 흔히 입시위주 교육이라고 합니다. 대학입시가 유초중고등학교를 왜곡하니, 공교육 정상화는 '대입부터' 해야 한다는 시각 있습니다. 

자사고 전환과 고교학점제는 방향을 약간 달리 합니다. '대입부터'가 아닙니다. '고등학교부터' 좋은 교육으로 바꾸고 거기에 맞게 교원, 시설, 대입 등을 바꾸는 그림입니다.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고교학점제를 매개로 여러 분야가 동시다발로 혁신하는, 큰 그림입니다.

물론 개별 정책에서 아쉬운 점은 있습니다. 예컨대, 자사고 전환은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했으면 더 좋았을 겁니다. 고교학점제는 좀더 가다듬고 제반 요건들을 더 갖추면 좋을 겁니다. 그 아쉬움과 별개로,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노력은 박수 받아 마땅합니다. 남다른 의미가 있으니까요.

윤석열 당선인의 교육정책은 이 점에서 안타깝습니다. 공약집을 봐도, 선거기간 행보를 봐도, 인수위 활동을 봐도 큰 그림이 없습니다. 몇몇 사안에 대한 방안은 있지만, 전체적으로 어떤 교육을 하겠다는 것인지 잘 안 보입니다.

그런 가운데 새 정부가 시행령을 재개정하여 자사고 일몰을 없던 일로 만들면, 문재인 정부의 큰 그림은 깨집니다. 우리 교육을 좋게 바꾸려는 분기점은 무산됩니다. 고교 서열과 정시 확대 속에서 유초중고등학교는 파행될 가능성이 큽니다. 씁쓸한 장면 없도록 새 정부가 각별히 신경써야 할 대목입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송경원은 정의당 정책위원회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자사고 #외고 #윤석열 #사교육비 #고교학점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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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교육기관에서 잠깐잠깐 일했고 지금은 정의당 정책위원회에 있다. 꼰대 되지 않으려 애쓴다는데, 글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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